[데스크 칼럼] 벤처 지원, 실패를 두려워 말자

입력 2013-05-15 14:46   수정 2013-05-1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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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자 조성진 이미지
[조성진 해설위원] IMF 구제금융 이후 벤처붐이 일어나면서 한동안 다양한 벤처기업을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받았던 벤처기업 명함이 거의 한 상자가 넘었지만, 지금은 99%가 휴지조각이다. 회사들이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벤처기업에는 많은 실패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나머지 1%의 회사를 들여다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사업을 시작했던 네이버는 지금은 연 매출만 2조원을 넘어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포탈 기업으로 성장했다. 가정용 가요반주기 등을 만들다 디지털 위성방송 셋톱박스에 눈을 뜬 휴맥스의 경우 세계시장을 공략하며 연 매출 1조원 넘는 큰 회사로 성장했다. 바로 이런 것이 벤처다. 99%가 실패하고 1%가 살아남더라도 살아남은 기업은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이른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법칙이 벤처 세계의 철칙인 셈이다.

`창조경제`를 국정 화두로 내놓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15일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벤처 투자금 소득공제 확대 ▲벤처 지분매각 시 양도차익 과세 이연 ▲벤처 인수합병(M&A)시 포괄적 증여세 면제 ▲대기업 편입 벤처의 중소기업 혜택 3년 유지 ▲엔젤투자자 R&D 자금 매칭 ▲기술탈취 방지를 위한 기술공증제 도입 ▲해외특허 취득자금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벤처기업의 자금흐름을 원활히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정책의 핵심이 융자가 아닌 투자가 가능한 환경조성이란 청와대 측 설명을 들어봐도 그렇다. 뒤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실제로 벤처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바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다. 지금까지 자금 마련책이 대부분 투자보다는 대출 위주였고, 이마저도 담보를 제공해야만 가능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기 어려웠다. 그러던 것이 벤처기업에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된다면 벤처기업들로서는 이보다 더 반가운 일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대기업과 금융권이 활발히 나서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인 사실이다. 삼성이 소프트웨어 인력 5만명 양성을 위해 향후 5년간 1,7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금융권 역시 `창조금융`을 기치로 아이디어가 있는 벤처기업들을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벤처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최근 일련의 사회적 분위기가 그야말로 벤처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이런 긍정적인 흐름 속에서 꼭 짚어봐야 할 우려스런 대목도 있다. 우선 벤처 지원을 향한 일련의 움직임들이 정부가 내놓은 `창조경제` 정책에 편승한 일시적인 움직임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 건 `창조경제`에 정부와 대기업, 금융권이 모두 코드맞추기에 급급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 특히 정부의 이번 지원책이 단순 구호가 아닌, 벤처가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철저한 후속 작업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금융권이 내놓고 있는 `창조금융` 역시 육성 기업을 명확히 하고, 지원 대상과 프로그램을 구체화 하는 등 실질적인 후속책이 나와야 한다.

과거 벤처붐이 일어났던 당시의 상황에서도 그랬듯이 활발한 벤처 투자가 실패로 돌아올 가능성도 많은데, 이런 점이 모처럼 조성된 벤처 투자 열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점도 우려되는 점이다. 시작 시점에서부터 우리는 미리 실패 가능성을 산정해야 놓아야 한다. 과거 그 뜨거웠던 벤처열기가 수많은 실패기업들이 생겨나며 급격하게 식었던 점은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급기야 MB 정부 들어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며 벤처 열기 자체가 소멸됐던 전력을 감안할 때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급하게 끓었다 급하게 식는 우리 국민성에 비쳐볼 때 최근의 벤처 지원열기도 단순히 붐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인 벤처 생태계 정착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의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시작으로 이제 `창조경제`를 향한 긴 여정이 시작됐다.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도 대기업도 금융권도, 우리 국민 모두가 실패를 두려워 않아야 한다. 실패하면 또 도전해야 한다. 단순히 눈 앞의 성과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 10년 20년 후 먼 미래를 내다 봐야 한다. 이것만이 미래먹거리를 찾아 내고 우리 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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