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창 W]삼성, 애플 안방서 특허 '판정승'

신인규 기자

입력 2013-06-05 17:53  

<앵커>
오늘 이 시간, 삼성-애플 소송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시각으로 오늘 새벽,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ITC가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최종 판정을 내렸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리포트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리포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ITC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ITC는 현지시각 4일 자체 웹사이트에 결정문을 올리고, 애플 제품이 삼성전자의 3G 무선통신 특허를 침해했다는 최종 판정을 내렸습니다. ITC가 이번에 내린 최종 판정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0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대로 시행됩니다.

60일 뒤 판정이 확정되면, 애플은 스마트폰 아이폰4와 아이폰 3GS, 태블릿PC인 아이패드 1,2의 3G 제품을 미국에서는 더 이상 수입해서 팔 수 없게 됩니다. 애플은 대부분의 물량을 해외에서 조립한 뒤 미국으로 수입해 판매하는 유통구조를 갖고 있어, ITC의 이번 조치로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ITC의 이번 판정은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 양상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습니다.

ITC는 앞서 지난해 8월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한 건도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판정을 내렸지만, 최종판정에서는 이를 뒤집고 삼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 법정에서 10억달러 배상 결정이 내려져 수세에 몰렸던 삼성전자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특허 소송전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입니다. 삼성전자의 특허 공격이 애플의 안방인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세계 9개국에서 50여건이 진행 중인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보도국 신인규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기자>
안녕하십니까.

<앵커>
이번에 수입 금지가 된 품목은 구형제품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ITC 최종 판정에서 아이폰 5나 아이패드 미니와 같은 애플의 최신 제품들은 수입금지 조치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3G 통신기술을 사용하는 아이폰4와 같은 제품들의 수입이 금지됐습니다. 애플스토어를 보면 아이폰4의 경우 약정을 포함해 0달러, 우리식으로 하면 공짜폰으로 팔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애플 측은 판정이 난 후 “자사의 제품 판매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애플에 대한 경제적인 제재보다는, 일단 삼성전자가 애플의 안방인 미국에서 특허권을 인정받았다는 데 방점이 더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판정 의미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까요?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이야기한대로 ITC는 최종판정을 내리기 전에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를 하지 않았다는 예비 판정을 내리기도 했는데, 이번에 기존의 입장을 뒤집었습니다. 원래 ITC는 지난 1월 최종판정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다섯 차례나 미뤘습니다. 내부의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인데요. 판정 요약문을 살펴보시겠습니다.

지금 화면에 나오는 것은 오늘 ITC가 공개한 최종판정 요약문입니다. 내용을 보면 애플이 무선 통신기기와 휴대용 음악-데이터 전송기기, 태블릿 PC가 348 특허를 애플이 침해했다. 그래서 애플이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점이 확인됐고, 수입 금지와 판매유통 금지 조치를 내린다는 내용입니다. 삼성이 348 특허와 함께 644 특허, 114 특허, 980 특허에 대해서도 특허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지만 ITC는 이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348특허는 3G 무선통신관련 표준특허입니다. 이 특허는 3G 통신의 신호를 부호화하는 기술에 대한 것인데요. 삼성전자는 이 기술로 지난 해 6월 네덜란드 법원에서 처음으로 애플에 대해 표준특허를 인정받고 일부 승소한 바 있습니다. 앞서 애플이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제는 유명해진 소위 `둥근 모서리`와 같은 그런 디자인이나 유저인터페이스 특허를 앞세워 삼성과 소송전을 벌여왔다면, 삼성의 무기는 통신 기술에 있는 것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여기에 하나의 포인트가 있구요.

또 하나, 이번에 애플이 침해했다고 판정을 받은 삼성전자의 특허가 표준특허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표준특허라는 것은 ISO나 ITU를 비롯한 표준화기구에서 제정한 표준규격에 포함되어 있는 특허입니다. 이 특허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제품을 만들 수 없는 그런 특허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특허전문가들은 삼성의 표준특허가 "돈을 버는데 이용할 수 있는 주차요금 미터기"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그만큼 스마트폰을 만드는 기업이 사용료를 안 낼 수 없는 중요한 특허라는 말입니다.

이런 특허는 FRAND 원칙이라는 것이 있어서 특허가 없는 기업이 합리적인 사용료를 내면 특허권을 가진 회사의 동의 없이도 특허를 쓸 수 있도록 합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낸 특허 소송들은 보통 이 표준특허에 관련된 것이었고 애플은 이 FRAND 원칙에 따라서 특허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맞서왔는데 ITC가 이번 최종 판정을 통해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삼성전자는 이번 최종판결이 “애플의 삼성전자 특허 무단 사용에 대한 역사를 인정했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앵커>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요?

<기자>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낸 소송 건들은 모두 통신기술 표준특허와 관련된 건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ITC 판정은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낸 다른 통신기술특허 침해 소송에서 유리하게 쓰일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번 판정을 계기로 소송전이 더 확대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가장 최근에 양 사 소송이 제기된 시점을 살펴보면 지난 2011년 9월 호주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소한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3G 통신기술 말고도 최근 대세로 자리잡은 LTE, 4G 통신기술에 대한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4G 통신기술특허와 관련해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한 건도 없었거든요. 삼성전자와 애플을 둘러싸고 일어난 소송이 현재 9개국, 50여건에 이르고 있지만 이 소송전이 앞으로 더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양 사의 소송전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 여기에 대해서는 양측이 크로스 라이선싱을 맺는 방식으로 소송전을 끝맺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크로스라이선싱은 두 기업이 협상을 통해 서로의 특허를 공유하기로 합의를 맺는 것을 뜻합니다. 특허로 인해 두 기업이 다툼이 있을 때는 공식처럼 소송전 이후에 크로스라이선싱, 이런 수순을 밟아왔습니다. 가까이는 LG전자와 소니가 그런 방식으로 특허 사용에 대한 합의를 끌어낸 적이 있습니다.

크로스 라이선싱을 하기 전에 소송전을 통해 양 사의 특허권 가격을 최대한 끌어내리는 것이 소송의 진정한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도 핵심은 각 특허에 지불해야하는 로열티거든요.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애플 양측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적은 로열티 비용으로 서로의 특허를 쓸 수 있게 하는 크로스 라이선싱을 통해 양 사가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소송전을 끝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세기의 특허 소송전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 2011년 4월 15일 애플이 미국법원에 삼성전자를 고소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삼성도 맞고소로 대응했고, 두 회사의 소송전은 유럽과 아시아, 전 세계로 확대됐죠. 2년이 지난 지금 누가 진정한 승자가 됐는지 생각해볼 시점이 됐습니다. 송사야 이길 때도 있고 질때도 있죠. 중요한 것은 지금 세계 스마트폰 시장 부동의 1위는 애플이 아닌 삼성전자라는 겁니다. 오늘 경제의 창 W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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