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 데스크 단상] 행복주택과 귤화위지(橘化爲枳)

양재준 선임기자

입력 2013-06-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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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과 귤화위지(橘化爲枳)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재상을 지낸 안영의 일화로 회남(淮南; 화이어(淮河)강 남쪽)에 심은 귤을 강북(淮北)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가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달 20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 국철 오류동역에서 행복지구 시범사업 발표에서 7개 시범지구를 발표했다. 발표 직후 해당지역 주민들은 임대주택이 들어설 경우 집값이 떨어지고 교육환경이 열악해진다며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공공의 이익보다 자신만의 이익을 고집하는 ‘님비현상’이라는 시각도 팽배하다. 국유지에 정부가 나서서 정책을 펼치는 것을 주민들이 반대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2000년 초) 서울특별시가 추모공원 설립지로 서초구를 검토하면서 지역구민들이 추모공원 설립을 반대하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국토부는 지난 5일부터 공람공고를 시작하고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이후 행복주택에 대한 반발이 심하자 정부도 한 발 물러서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지역주민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겠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여기에 또 기름을 부었다. 정부와 여당이 행복주택의 건폐율과 용적률, 층고제한을 완화하고 학교용지 확보 의무까지 면제해 주기로 한 것이다. 사실상 ‘쪽방촌 단지’를 세워 슬럼화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행복주택`에 대해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것은 주변지역의 임대소득이 떨어지고 교육환경이 열악해진다는 것이다. 신혼부부와 저소득층 취약계층에게 임대(분양)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다.

그런데 여기서 모순점이 있다. 학교도 없는 행복주택 단지를 신혼부부에게 임대하면서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가 갈 학교가 없다는 것은 모순아닌가? 적당히 살다가 아이가 크면 학교가 있는 단지로 이사를 가던가, 아니면 아이를 낳지 말고 그냥 살라는 것인가를 국토교통부에 묻고 싶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으면서 정작 행복주택 단지에 사는 아이는 갈 학교와 병설 유치원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는지 궁금해진다. 설령 아이가 나중에 행복주택 인근 단지 학교를 다니면서 겪어야 하는 차별까지도 생각을 해보았는지 말이다.

이 달 21일 대우건설·동부건설이 분양 예정인 김포 풍무 푸르지오·센트레빌은 숙명여자대학교와 산학협력을 제휴해 아파트 단지내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보육시설 특화까지 나섰다. 달라도 너무 다른 분위기이다.

5년전 이명박 정부때 가장 뜨거웠던 미국산 소고기 수입문제를 생각해 보자. 국익을 위해 한-미 FTA 체결을 위해 외교통상적인 노력이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 먹거리를 미국 농림당국의 손에 넘겨줬지 않은가? 그리고 국민들을 설득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것이 농림당국(현 농림축산식품부)이다. 정책을 밀어 붙이다가 지역 주민들이 횃불을 들면 또 백지화하는 방안이 정책 공무원들에게 익숙한가 사료된다.

귤이 화이어강을 지나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행복주택이 점점 불행해져 간다. 취임 100일을 앞둔 서승환 장관이 학점을 준다면 과연 행복주택에 몇 학점(평가)을 줄 것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2008년 광우병 정부 합동기자회견 당시 ‘용사 3인방’으로 불리웠던 기억이 아득하게 밀려온다.

양재준 부동산팀장<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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