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단상] 위례성 전투와 명불허전

양재준 선임기자

입력 2013-06-27 09:49   수정 2013-06-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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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건설사인 현대건설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위례신도시에서 26일 ‘맞불 분양’에 나섰다. 시공능력과 인지도,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두 회사의 빅 매치는 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 뿐 만 아니라 양사의 자존심 대결로 확대되기도 했다.

위례신도시에 청약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 간만에 보는 흥미진진한 싸움이었다. `현대 힐스테이트할까? 삼성 래미안할까?` 기회는 단 1번. 마치 1장 남은 마지막 월드컵행 티켓을 놓고 격전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 된 게 청약자일 것이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8강전에서 맞붙은 숙명의 라이벌인 영국과 아르헨티나전. 1982년 남미 대륙 최남단 포클랜드 섬 영유권을 놓고 양국은 전쟁까지 치렀을 정도로 앙숙인 데다 축구에서도 한치 양보 없는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왔다. 양국의 싸움처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위례 전쟁은 1600여년만에 다시보는 위례성 전투의 재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현대건설의 위례 힐스테이트는 11대1, 삼성물산의 래미안 위례신도시는 27대1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청약 경쟁률 결과에서는 삼성물산이 앞섰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하면 당첨 확률에서는 현대건설 위례 힐스테이트에 지원한 청약자가 더 좋아 보인다. 27대1보다는 11대 1이 청약을 신청한 사람 입장에서는 당첨될 확률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경쟁률이 높아도 당첨 입주자는 한정돼 있다는 얘기이다. 고3 수험생 시절 ‘선지원 후시험’제도하에서 원서 마감일, 지원했던 학교의 학과 경쟁률은 2.4대1 정도로 기억이 된다. 그런데 친구가 지원했던 학교의 학과 경쟁률은 10대 1이 넘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기억이 난다. 느긋하게 원서 1장을 구매하는 사람과 있었고, 여기저기 대학 원서를 사는 수험생도 있었다. 그때는 이른바 ‘눈치작전’이라는 용어도 있었는데 말이다.

명불허전.
이름은 헛되이 전(傳)해지는 법이 아니라는 뜻으로 명성이나 명예가 널리 알려진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위례 신도시 분양에 나선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증명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제 청약 결과가 발표되기 전 후배 기자들과 파전에 막걸리 내기라도 할 것을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9월과 10월 위례신도시에서 분양을 준비중인 대우건설과 현대산업개발도 이번과 같이 흥미진진한 싸움을 펼칠 것을 기대한다.

양재준 부동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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