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행정 재형저축 ‘천덕꾸러기’

김정필 부장

입력 2013-08-02 14:10   수정 2013-08-0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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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7년 고정금리 재형저축이 판매를 개시한 지 너닷세가 지났지만 고객들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기구의 권고에 따라 마지못해 만들었기 때문인데요. 구조적으로 팔릴 수 없는 상품이었습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25일 금감원은 7년 고정금리 재형저축을 출시한다는 자료를 내놨습니다.
고객의 상품선택권을 제고하고 금리변동에 관계없이 금리보장 효과가 기대된다는 그럴싸한 문구까지 넣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판매가 개시된 이 상품의 판매현황을 보면 처참합니다.
현재까지 A은행의 판매 실적은 고작 390여좌에 금액으로 치면 5천여만원 수준.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1~200여좌 정도에 2~3천만원 사이가 대부분입니다.
2~3곳의 은행은 공개하기 민망한 수준이라며 수치조차 함구하는 등 사실상 고객들이 외면하고 있음을 말해 줍니다.
<인터뷰> A은행 관계자
“일단 고객들 반응 시원치 않으니까 금리 메리트도 없고 7년동안 금리가..그러니까 3.5%에 만족치 않는 것 같다. 찾는 고객 자체가 없다”
3월에 출시한 재형저축 금리는 4.5%이고 지난달 29일 출시한 상품은 3.5%로 금리차가 1%나 돼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의 수익이 말이 아닌 상황에서 시중금리와 괴리가 큰 상품을 만들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 것입니다.
3.5% 금리도 시중에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2.6~2.7%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기존 4.5% 상품 때문에 고객들이 외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이 상품은 2015년 12월까지 다시 가입이 가능해 그때 금리를 보고 결정할 수 있어 지금 가입할 이유도 찾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은행들은 이러한 것을 알면서도 왜 출시를 했을까?
3년만 우대받는 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의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자 금융감독기구가 공익적인 차원에서 아예 이윤을 포기하고 7년짜리 상품을 만들어 보라고 한 것이 출발점입니다.
굳이 역마진까지 감내하면서까지 상품을 출시할 이유가 없는 은행들은 결국 등 떠밀려 가면서 외면받을 수 밖에 없는 기형적인 상품을 내놓게 된 것입니다.
말 그대로 팔릴 수 없는 상품을 만들라고 한 것입니다.
<인터뷰> B은행 관계자
“이 상품은 구조적으로 팔릴 수 없는 상품이다. 근데 3월에 금감원에서는 이런 식으로 수요있으니 만들어봐라 하니 출시한 것이고 만들다 보니 이런 상품 나올 수 밖에 없는 것”
금융권 ‘갑’의 요구를 마다할 수 없어 상품은 출시했지만, 손해는 볼 수 없으니 금리라는 메리트를 주지 못한 것으로, 7년 고정금리 재형저축은 ‘탁상공론’, ‘졸속행정’의 또 다른 사례를 남기며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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