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리뷰] '스파이' 설경구 문소리가 아니었더라면

입력 2013-08-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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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행당동 왕십리 CGV에서 영화 ‘스파이’(이승준 감독, JK필름 제작)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승준 감독을 비롯해 설경구 문소리 다니엘 헤니 라미란 한예리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2시간 남짓 되는 러닝타임. 영화관에서 간간히 들리는 웃음소리가 영화의 재미 척도를 알려준다. 심각하다가도 그저 웃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도대체 이런 스파이가 정말 있다는 말이야?



이 작품은 대한민국 최고의 스파이 김철수(설경구)가 국가 일급비밀 작전을 수행하던 중,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아내 안영희(문소리)와 작전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스파이라고 하면 범접할 수 없는 공간, 대단하고 멀게만 느껴지지만 ‘스파이’는 김철수와 안영희의 적절한 에피소드와 부수적인 장면들로 웃음을 준다.

밖에서는 최고의 스파이인 김철수는 아내 안영희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진다. 아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고 발차기를 해도 속수무책 당하기만 한다. 설경구는 김철수를 ‘보통의 회사원’으로 정의했다. 안영희 역시 남편을 나쁜 사람이라고, 스파이라고 말하는 라이언(다니엘 헤니)에게 우리 남편은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말한다. 내보일 수 없어 숨길 수밖에 없는 것이 스파이. 어쩔 수 없이 베일에 싸인 직업이지만 이는 설경구를 통해 좀 더 사실적인 인물이 됐다.

설경구가 문소리에게 작품 한 번 같이 하자고 해 성사된 부부 인연. 그래서인지 이들의 호흡이 예사롭지 않다. 10여 년은 같이 산 부부처럼 지지고 볶고 난리 블루스. 촬영을 할 때도 두 사람은 철저히 계산을 멀리했다. 날 것의 액션(뒤통수를 때리거나 복부를 가격하는 등의)을 보여주며 예사롭지 않은 찰떡 호흡을 과시한 것이다. 설경구와 문소리의 조합이 아니었다면 과연 이런 화면이 나올 수 있었을까.



물론, 설경구와 문소리는 ‘스파이’라는 퍼즐 속의 조금 더 큰 조각.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준비된 다른 조각들도 만만치 않다. 고창석(진실장) 라미란(야쿠르트 요원) 한예리(백설희)까지. 더 말하면 입 아픈 이들의 조화는 연기의 완성, 즉 ‘스파이’의 완성을 만들어낸다. 현재 방송중인 KBS2 드라마 ‘굿 닥터’에서 남자 간호사로 큰 웃음을 주고 있는 고창석은 그야말로 압권. 다니엘 헤니를 므흣하게 바라보는 라미란의 눈빛 역시 일품이다.

초대형 코믹첩보액션이라는 장르를 표방한 ‘스파이’는 ‘추석 영화’라는 타이틀을 붙일 있을 정도로 유쾌하다. 더운 여름, 막연하게 무엇을 하기도 힘들고 짜증날 때 그냥 ‘하하하’ 웃으며 볼 수 있는 오락 영화. 하지만 그 웃음은 결코 허무맹랑하지 않다. 어느 정도 드라마까지 겸비해 눈길을 끈다. 다니엘 헤니를 바라보며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말미에는 남편 김철수를 향해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는 안영희. 그녀의 반전 면모도 좋은 포인트. 내달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1분.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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