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평가 1위, 알고 보니 '빚잔치'

권영훈 기자

입력 2013-09-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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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공기업 평가에서 A등급을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합니다.

올해 A등급을 받은 에너지 공기업 2곳은 알고보니까 빚을 내서 빚을 갚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권영훈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전의 발전자회사 5곳이 국내 전기의 90%를 생산하고, 이 전기를 한전이 구매합니다.

일정 수익을 보장받아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만큼 발전자회사들은 밑질 게 없습니다.

이른바 `땅짚고 헤엄치기`식 수익구조는 정부의 공기업 평가에서도 최고 성적을 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 가운데 남동발전과 남부발전 두 곳만 기관평가 A등급을 받았습니다.

남동발전은 2년 연속인데다 두 공기업은 기관장 평가 역시 A등급으로 성과급도 두둑히 챙겼습니다.

실제로 이들 공기업의 경영상태는 A등급 수준인가 살펴봤는데 지난해 매출과 당기순익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부채는 매년 증가해 부채비율이 100%에 육박한 상황입니다. 남동발전은 상반기 부채비율이 117%에 이르고 있습니다.

발전자회사 5곳이 마찬가지로 정부의 전력수급 계획에 따라 매년 수조원대 설비투자를 해야 하지만 외부차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산 대부분이 발전소인데 발전소를 팔 수는 없고, 증자 역시 대주주인 한전이 적자라서 꿈도 못 꿉니다.

<인터뷰> 남동발전 관계자
"빚을 내서 빚을 갚고 빚을 내서 투자를 하고 발전소를 짓는 상황"

남동발전은 9월에만 무보증 사채 4천억원과 3억 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할 예정입니다.

과거 신용등급이 우수해 관심을 끌었지만 수시로 채권을 발행해 시장으로부터 외면을 받은 지 오랩니다.

2020년까지 발전소 준공을 앞두고 이대로라면 부채비율이 200%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통상 민간 기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100%가 넘으면 자산건전성이 취약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획재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황상규 / SR코리아 대표
"단기적인 성과중심으로 되어 있고 중장기적인 부채관리, 리스크관리는 소홀해 지표에 반영이 안되는"

특히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우리 공기업 부채비율이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줄곧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때 경영평가 A등급 공기업은 각 부처 산하기관 사이에서 부러움을 한 몸에 샀습니다.

하지만 부채 공기업이 1등 자리에 오르면서 `빛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경제TV 권영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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