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키코 불공정 계약 아니다”‥은행들 손 들어줘

김정필 부장

입력 2013-09-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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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에서 “키코가 불공정 계약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키코(KIKO)와 관련해 대법원이 은행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5년여를 끌어 온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한편 여타 소송 등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26일 키코 소송 4건에 대한 선고에 앞서 키코 계약의 적법성에 대한 판단을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전체적인 계약 내용에 따른 권리의무관계를 고려해 불공정하지 않다면 사후 외부환경 급변에 따라 손실이 발생하고 이익이 상대에게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해서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환헤지 거래는 현재 보유하거나 예상되는 현물 거래에 따른 가격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거래로서 손익이 현물의 가격변동에 따른 손익과 특정방향에서 반대방향인 거래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환율 상승으로 고객에 불리할 수 있다 해서 이전보다 더 큰 환위험에 노출된다고 할 수 없다"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보유 외환 현물 중 어느 정도까지 헤지를 할 것인지는 기업이 결정할 문제"라며 "고객이 환율 하락에 대한 헤지의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전체적으로 환헤지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은행의 고지의무에 대해서는 "일반적 거래에서는 구매자가 원가 판매이익을 알려줄 의무가 없고 은행이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로코스트 구조 내에 포함된 수수료, 마이너스 시장가치 등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키코는 환율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통화옵션계약으로 환율이 미리 정한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경우 기업은 약정환율로 달러를 바꿀 수 있어 이득을 보지만 환율 변동폭이 커질 경우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의 상품입니다.

2000년대 중반 은행과 키코 계약을 체결한 중소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바 있습니다.

피해기업들은 "은행들이 키코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중소기업들의 이해부족 등을 이용해 이익의 불균형이 있는 상품을 판매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반면 은행들은 "금융위기 당시 키코로 인해 은행이 얻은 이익이 거의 없다"며 "기업들이 손해를 본 것은 계약이 불공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상품 특성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해 왔습니다.

재판부는 이번 4건의 소송에 대해 모나미와 삼코에 대한 소송 두 건은 상고기각, 세신정밀과 수산중공업에 대한 소송은 일부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은행 측이 그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손해의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함에 따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항소심 또는 파기환송심 판결에 따라 손해 일부의 보상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입니다.

지난 8월말을 기준으로 대법원에는 이번에 선고가 난 4건을 포함해 총 63건의 키코관련 사건이 계류 중어서 이번 첫 판결이 추후 다른 소송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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