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soul을 만나다] 최복호, 1949년생 디자이너가 SNS를 하는 이유

입력 2013-10-0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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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어하는 행복과 갖고 싶지 않은 고난·고뇌까지…모두가 행복이다.”
1949년 출생. 네 자리 숫자로만 숨이 턱 막혀왔다.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쭉 내려 읽어가는 고리타분한 선생님.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머리가 희끗희끗한 그런 선생님이 떠올랐다.
포털 사이트에 그의 이름을 검색했을 때, 기자의 생각은 산산조각 났다. 이 디자이너 심상치 않다. 20·30대 못지않게 온라인 활동을 열심히 한다. 미리 엿본 그는 패션도 남달랐다. 언제나 빠지지 않는 멋스러운 모자에 해리포터를 연상하게 하는 동그란 안경까지. 특이한 사람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9월 뉴욕 링컨센터 더 스테이지에서 개최된 컨셉코리아 S/S 2014에 참석한 최복호를 10월 어느 날 강남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서 만났다.
▲ 패션은 그 시대의 ‘행복론’, 그래야 팔린다
최복호는 자글자글한 주름 사이로 두 눈을 반짝이며 “패션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코드다. 트렌드는 그 시대에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행복론’”이라고 말한다. 시대별로 대중이 원하는 행복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춥고 배고플 때, 따뜻한 보금자리와 먹을 것이 행복의 기준이었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의식주가 해결된 요즘에는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생긴 것과 같다.
패션에 행복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는 그에게 행복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나를 웃게 만드는 사건과 사물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복호는 “‘행복’이라는 것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갖고 싶어 하는 행복과 갖고 싶지 않은 고난과 고뇌. 둘 다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우리는 자꾸 좋은 것만 따라가다 보니까 힘들고 어려운 것을 고통이라고 본다. 어떤 일이 어려울 때 그것을 해결을 하면서 오는 쾌락도 행복이다. 그 양축을 잘 다스려야 삶의 행복에 근원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학창시절 오래 달리기를 완주하고 나면 ‘내가 도대체 왜 달려야 하지?’라던 처음 생각은 온데간데없고, 왠지 모를 상쾌함(?)만 남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난을 극복했을 때 오는 행복은 이런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의 패션에서 행복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는 “디자이너 작품이 판매되지 않으면 그것은 박물관에 가야한다”라며 소비자가 원하는 옷. 판매가 되는 옷이어야 패션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동을 비롯해 유럽 등 해외를 무대로 하는 최복호 디자이너는 “시장마다 내 컬렉션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컬렉션을 열고 그 곳의 반응을 봐야 그쪽 바이어의 색이 묻어난다”고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팁(TIP)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깜짝 소식을 전했다. “컨셉코리아 2014 S/S가 끝나고 국내에 들어온 후 쿠웨이트에서 첫 주문이 들어왔다. 이 자리에서 처음 말하는 것이다.(웃음)”
▲ ‘세밀레워크’,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
지난해에 이어 연속으로 컨셉코리아에 참석한 최복호는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 컨셉코리아 2014 S/S에 반영된 그의 영감은 유별났다. 그는 “통영국제음악제의 오프닝 작인 ‘세밀레워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수백 년 전 작품인 작곡가 헨델의 오페라 오라토리오 ‘세멜레’를 원작으로 하는 ‘세밀레워크’는 2011년 연출가 루드게르 엥겔스에 의해 뮤지컬-연극 형태로 만들어졌다.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선보인 ‘세밀레워크’는 출연자들이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의상을 입고 런웨이를 워킹하는 새로운 형태로 연출됐다.
최복호는 “‘세밀레워크’는 오페라도 아닌 것이, 뮤지컬도 아닌 것이, 런웨이도 아니었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모든 것으로 해석됐다. 런웨이로 보였고, 뮤지컬로 보였고, 오페라로 보였다. 이제 예술의 장르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장르로 뛰어넘고 융합하게 된 것이다.”
예술의 장르를 융합하고자 결심한 그의 눈에 띈 문화적 콘텐츠는 ‘아리랑’이었다. ‘아리랑 속에 녹아있는 흥과 한처럼 상반되는 요소를 융합시키자’라는 생각이 동서양이 조화되어 있는 아리랑펑크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최복호 디자이너 작품은 전체적으로 펑크형식이지만 옷 속의 문양이나 형식의 틀에 한국적인 요소가 있다.
이어 그는 한국 패션계에 필요한 자세를 언급했다. “갈수록 한류에 대한 이미지가 변화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매뉴얼, 형식의 매뉴얼이 조금 더 색다르면 어떨까 싶다. ‘세밀레워크’를 어떤 사람은 패션쇼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뮤지컬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오페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새로운 형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 컨셉코리아, SNS… “이력서에 쓰려는 것 아냐”
‘그는 뉴욕 동양계 스타일리스트다. 이번 4명의 디자이너와 업무 협연을 했다. 3번에 걸쳐서 그와 일을 해보면 공평하게 균등하게 실천하는 그의 모습이 멋지다. 계약된 시간을 조금만 넘어도 그는 안절부절 못한다.’
최복호의 블로그에 방문하면 볼 수 있는 글이다. 그는 처음에 컨셉코리아에 참석했을 때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스타일리스트’라는 것이 생소해 ‘저 X이 나한테 잘해줄까. 지 옷도 제대로 못 입는 것 같은데’라는 의심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몇 번의 작업을 통해 다수의 디자이너와 업무 협연에도 노련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처럼 최복호의 블로그와 SNS에는 그가 겪은 상황과 당시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가 온라인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컨셉코리아에 참석한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기록을 남기는 것도 (선배 디자이너의) 책무다. 컨셉코리아에 내 이력서를 만들기 위해서 간 것이 아니다. 내가 처음 컨셉코리아에 가서 당황한 것을 온라인에 실시간으로 올리는 것이 매뉴얼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생각하는 매뉴얼은 숫자를 매겨 순서대로 따라하라고 안내하는 것이 아닌, 삶이 묻어나는 리얼한 자료이다. 이런 것이 쌓여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매뉴얼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내년 3월로 컨셉코리아에서 도중하차하는 최복호의 다음 행보는 멘토가 되어 후배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매뉴얼을 전수하는 것이다. 그는 “직접 경험은 다 해봤으니 누군가 필요로 하면 ‘이것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라고 알려주며 도울 것이다”라며 “그런 부분에서 선후배가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선후배의 교감을 강조하는 이유는 ‘신구세대가 어우러지지 않는 판은 실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싸이가 왜 유명해졌냐. 그는 미래적인 것을 하지 않았다. 과거를 불러서 새롭게 재해석했다. 기성세대의 지혜와 신진세대의 열정이 결합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그것이 한류를 만들어내는 원천적인 것이다.”
한국경제TV 블루뉴스 김지은 기자
kelly@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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