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프리뷰] '만찬' 아주 보통의 가족이고 싶은 이들에게

입력 2013-10-1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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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18th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이하 BIFF) 폐막작으로 선정된 ‘만찬’(김동현 감독)이 공개됐다. 2011년 아시아영화펀드(ACF) 인큐베이팅 지원 작품인 ‘만찬’은 약 1억 원 여의 제작비로 만들어졌다. BIFF에서 독립영화가 폐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 많은 우려 속에 공개된 ‘만찬’은 소소한 보편적 정서를 냉정하게 그려내 더욱 가슴을 짠하게 한다.



이혼을 하고 혼자 아들을 키워야하는 딸, 대리운전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막내아들, 어려운 형편이지만 쉽게 아들에게 돈을 달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부모, 가족의 중심이 되려고 애를 쓰는 장남이 한 가족을 이룬다. 그러다 장남은 실직을 하고 대리운전을 하던 남동생은 살인을 저지르며 장남은 이를 막기 위해 시신 유기에 동참한다. 그리고 아들을 혼자 둔 채 여자는 죽음에 이르고야 만다.

어머니의 생일은 여느 일상이나 똑같다. 직접 미역국을 끓여 먹지만 남편조차 아내의 생일 기억하지 못한다. 다 키워 놓은 자식들도 각자의 일에 치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바쁘다. 막내는 어머니의 생신을 축하하기는커녕 돈이 없냐며 치근댄다. 누구나 한 번 쯤은 경험할 법한 가족의 불운, 집요한 관찰력으로 솔직하게 꼬집어내기에 더욱 입을 닫게 만든다.

이들 가족에게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누구도 일부러 만들지는 않았다. 가족끼리 둘러 앉아 밥 한 끼를 먹는 것조차 힘들어진 이들. 어려운 걱정도, 어려움도 없던 시절의 저녁식사는 과거로만 남아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타이틀인 ‘만찬’은 다소 의문점으로 남는다. 많은 이들이 “왜 이 영화의 제목이 ‘만찬’이냐”고 묻는다. 만찬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집에 초대해 먹는 식사를 뜻한다. 식사도 아닌 만찬이라. 이 가족의 무너짐이 그렇게 표현된 것이 아닐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마지막 장면은 따뜻함에서 점차 차가워진다. 쏟아지는 흰 눈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그 자리를 지나간 이들의 자리를 다시 눈으로 채운다. 마치 없었던 일처럼. 하지만 이들이 저지른 일은 수면 위로 드러나고야 만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해서 눈이 쏟아지는 풍경은 장남 가족의 귀가를 기다리는 경찰들의 모습과 사뭇 대조된다. 그 모습이 처연하다. 내년 2월 개봉예정.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25분.(사진=영화 ‘만찬’ 포스터)

해운대(부산)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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