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soul을 만나다] 이석태 “매일 벼랑 끝을 걷지만 행복해요~”

입력 2013-10-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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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있다. 누군가는 그 재능을 펼치며 살아가고 또 누군가는 알아차리지 못한 채 전혀 다른 일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일은 재능이 있어야만 잘할 수 있고 또 어떤 일은 굳이 재능 없이도 잘 해낼 수 있다.
패션 디자이너라는 일은 어떨까. 옷을 디자인하고 만들고, 일종의 예술의 한 분야로 분류되는 이 일은 누가 생각해도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만 잘하고 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대부분의 디자이너들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옷을 정말 좋아하는데 누가 봐도 재능이 없는 이들에게 이 소식은 참으로 절망적이다.
그런데 여기 100% 노력만으로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브랜드 ‘칼 이석태’의 이석태 디자이너. 그동안 많은 디자이너들을 만나온 기자이지만 이렇게 노력이 100%라고 말해주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 재능보다 앞선 끈기, 노력...이것이 핵심
“재능도 상당히 중요하다. 내가 파리에서 유학생활 할 때도 정말로 재능 있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문제점은 자만함이다. 자신이 우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만 힘들어도 금방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오히려 조금 못하는 이들은 더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서 결국 성공을 하더라. 가장 중요한 것은 ‘끈기’인 것 같다.”
그는 이런 케이스를 최근까지도 많이 봤다고 했다. 처음에 봤을 때는 ‘쟤 왜 저렇게 못해?’라고 생각했던 이가 2~3년 뒤에 봤는데 ‘쟤 꺼 맞아?’라고 감탄하게 된 경우가 허다하다고. 결국 그들은 노력, 끈기, 집념...이러한 것들을 가지고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켰던 것이다. 그동안 ‘나는 왜 이렇게 디자인에 재능이 없을까?라고 생각하면서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망설였던 이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쾌재를 부를 일이 아닌가.
디자이너 이석태를 두고 기자가 재능이 있다, 없다를 논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노력과 끈기가 있었다는 것만은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로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인생 16년째가 되는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그렇다.
25살이 되던 해 유학을 다녀오자마자 그는 자신의 브랜드를 오픈했고, 정확히 5년 만에 망했다. 그리고 내셔널 브랜드에 들어가 4년 정도 일을 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국내 시장은 그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콘셉트와 방향이 확연히 달랐다. ‘타협을 해야 하나’라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고 결국은 자신의 길을 가기로 결정. 셀렙샵을 운영하면서 생활하고, 컬렉션을 열어 자신이 하고 싶을 옷을 디자인했다. 그것은 해외 바이어에게 적중했고 그때부터 그는 해외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됐다.
여기까지가 그가 말한 16년의 디자이너 인생이다. 실패와 좌절에도 끝까지 자신의 길을 고수한 그, 그가 말한 노력과 끈기란 이런 것이 아닐까.
▲ “국내시장 메리트가 많이 없어진 게 사실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는 이미 해외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상태다. 오히려 국내보다는 해외활동이 더욱 활발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그는 왜 굳이 컨셉 코리아에 나가려고 했던 걸까.
“사실 나는 미국시장에 관심이 많다. 현재 실질적으로 미국, 뉴욕에서 옷이 판매되는 샵도 있다. 좀 더 미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싶었고, 컨셉 코리아가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이번 컨셉 코리아에 나가 현지 시스템이나 모델 성향 등 많은 걸 배우고 왔다.”
미국에서 이미 이석태의 옷이 판매되고 있다니, 잘 팔리는지 어떤지가 가장 궁금하다. 기자는 다소 돌려서 ‘반응이 어떤지’라고 질문했지만 그는 참으로 시원히 말해준다.
“디자이너 멀티샵에 입점 되어 있는데 거긴 냉정해서 판매가 안 되면 바로 아웃이다. 그런데 이제 3시즌 째 내 옷이 걸려있다. 잘 팔리고 반응 좋다는 뜻 아니겠는가. 앞으로 미국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이곳에서 많은 걸 참고로 하고 있다.”
듣다보니 의문이 생긴다. 그는 왜 그토록 해외시장에만 집중하고 있는 걸까. 국내에서 성공하는 게 더 쉽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그에게서 들은 대답은 다소 씁쓸하지만 현실적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패션에 관심이 많고 멋 내기를 좋아하지만 주관이 부족하고 정해진 틀이 있다. 그 틀을 벗어났을 때는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개성과 스타일이 뚜렷한 패션 디자이너에게 이 점은 쥐약이다. 모두가 똑같은 옷만 만들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인구가 워낙 적은 탓도 있을 것이다. 이런 반면 해외는 인구가 많다 보니까 다양한 스타일을 수용할 수 있는 군들이 많다. 그렇다보니 디자이너의 옷을 좋아해주는 마니아가 형성되고 점점 그 대상이 넓어지다 보니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지금 당장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만 봐도 디자이너가 말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유행, 트렌드를 쫓아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다닌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패션 디자이너들이 꿈을 펼치기란 가히 쉽지 않았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잘 버티면서 국내외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갑자기 경이로운 마음마저 들 지경이다.
▲ “후회? 저는 매일 밤마다 후회를 해요~”
디자이너 이석태는 앞으로 뉴욕 컬렉션을 정식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회사 자체를 뉴욕으로 옮겨서 좋은 파트너를 만나고 싶다고. 좋은 사업적인 파트너를 만나서 자신은 오로지 디자인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정말 그러하다. 패션 디자이너에게 옷만 디자인하라고 하는 것만큼 신나는 일이 어디 있을까.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하려던 찰나에 짓궂은 질문 하나가 생각났다. ‘디자이너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느냐’고 기자는 물었다. 역시 그는 어려운 질문이라면서 입을 뗐다.
“내가 예전에 유명한 건축가가 쓴 책을 봤는데, 책의 말미에 이런 글귀가 적혀있더라. ‘나는 매일 벼랑 끝을 걸어간다.’ 이 말이 정답인 것 같다. 내가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사업이다 보니 분명 여러 가지 힘든 점이 많다. 매일 밤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침이 오면 ‘더 열심히 해야지’ 이렇게 반복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한국경제TV 블루뉴스 최지영 기자
jiyoung@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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