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 시대 한국 증시 최대 복병…엔화 등 이종통화 환율

입력 2013-12-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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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외환시장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기축 통화국인 미국이 오바마 정부 출범 초부터 추진해온 달러 약세정책을 당초 예상보다 오랫동안 고집함에 따라 한동안 잠잠했던 글로벌 환율전쟁이 일촉즉발의 위기국면으로 몰려가는 분위기가 뚜렷하게 감지된다.


글로벌 환율전쟁 등과 같은 특정 경제현상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시각과 이에 따른 결과를 잘 설명하는 ‘게임 이론’을 보면 모두가 바라는 ‘포지티브 게임’, 한 참여자는 바라지만 다른 참가자는 바라지 않는 ‘제로 섬 게임’, 모두가 바라지 않는 결과를 낳는 ‘네거티브 게임’으로 분류된다.


대부분 경제현상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게임이론으로 특정 경제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장참여자들이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가 전제가 돼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달러 약세도 각국이 당면한 경제현안과 거시정책상 우선순위 관점에서 득실을 따져 과연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은 2014년 2월에 돌아올 연방부채 법정한도 확대 재협상을 앞두고 재정지출 삭감이 불가피하다. 금리변경의 잣대가 되는 핵심 소비자물가도 안정돼 있다. 그 대신 오바마 정부는 고용창출 등 남아 있는 금융위기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기는 계속 부양해 나가야 한다.


이 때문에 통화나 대외정책면에서 경기부양 여지가 크게 줄어든 재정정책을 보완해 나가야 이런 과제를 달성할 수 있다. 특히 2014년 1월부터 출구전략의 첫 단추인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규모축소)이 시작됨에 따라 통화정책 입지까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오바마 정부는 달러 약세정책은 내심으로는 오히려 더 바라는 상황이다.


2013년 하반기 이후 유럽 경기는 나아지고 있지만 지난 3년간 끌어온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유로 본드 발행 등 재정위기를 낳게 한 근본적인 문제가 아직까지 커다란 진전이 없다. 이 상황에서 유로화 가치는 약세가 바람직하나 달러화 약세로 2013년말에는 유로당 1.37달러 내외까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 강세가 재정위기가 극복되고 경기가 회복되는 결과라면 유로 회원국뿐 아니라 세계경제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위기 발생국인 PIGS(포루투칼?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입장에서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현 상태에서 최근처럼 유로화 가치가 강세를 보일 경우 재정위기 극복과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행의 역설’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이후 지속돼온 ‘잃어버린 20년’을 근본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재정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재정이나 통화정책면에서 여지가 거의 없는 일본으로서는 마지막으로 기대해 할 곳은 국민, 그 중에서 부유층이다. 거센 정책저항에도 부유층을 대상으로 소비세 인상을 내년 4월부터 추진할 계획을 확정시킨 것도 이 이유에서다.


2차 대전 이후 유례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재정사정이 어려워짐에 따라 2012년말부터 최후이자 최악의 정책수단인 발권력을 동원한 아베노믹스를 추진해 왔다. 이미 ‘지브리의 저주’와 ‘세 가지 독배설’이 나돌 정도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베 정부는 돌이킬 수 없다.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서라도 엔저를 밀고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3년에는 지난 10년만에 처음으로 성장주도권을 선진국에게 내줄 정도로 신흥국 경제가 녹녹치 않다. 예측기관들은 2014년에 신흥국 경기가 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수출을 통한 압축성장에 익숙한 신흥국 입장에서는 우려되는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국 통화 가치를 약세로 유도하고자 하는 심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현 시점에서 미국이 바라는 달러화 약세를 유럽, 일본,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쉽게 수용할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다. 참가자들이 싫어하는 게임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다. 미국이 달러화 강세로 다른 국가들이 바라는 자국 통화 약세를 수용하지 않으면 글로벌 환율전쟁인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2013년 마지막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했다. 매달 850억 달러 규모의 국채와 모기지증권(MBS) 매입을 2014년 1월부터 100억 달러 줄인다는 방침이다.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3조 2천억 달러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출구전략이 추진되면 각 시장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출구전략 첫 단추가 테이퍼링인 만큼 미국의 시장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5월말 밴 버냉키 현 Fed 총재가 출구전략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이후 미국의 시장금리는 일제히 올랐다. 기준금리를 올리기 이전이라도 출구전략만 시작되면 대표금리인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명목성장률 수준(현재 4% 내외)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간 자금흐름이 각국 간 금리차에 의한 캐리자금의 성격이 짙은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달러 강세가 예상된다. 출구전략이 처음 언급된 이후 신흥국 환율은 급등했다. 출구전략 추진만으로는 원·달러 환율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규모 경상수지흑자 등 하락요인도 만만치 않아 그 폭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 달러화를 제외한 이종통화 환율은 사정이 다르다. Fed가 테이퍼링을 발표한 시점에서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은 오히려 추가 양적완화 계획을 밝혀 엔화, 유로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의외로 크게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과 일본 간 시장금리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2014년 상반기가 우려된다.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도 그렇다.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지표를 토대로 신흥국의 위기 가능성을 점검하면 ‘고위기 위험국’으로 외환보유고가 적고 경상적자와 재정적자가 심한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필리핀, 태국 등이 속한다. 반면에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건전하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히 쌓아 놓고 있는 한국, 중국, 대만 등은 ’저위기 위험국’이다.


남은 신흥국들은 ‘중위기 위험국’으로 분류된다. 외환보유고는 적정수준 이상 쌓아 놓고 있지만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중남미, 중동, 선발 동남아 국가들이 해당된다. 재정환율 성격상 분자인 원·달러 환율보다 분모인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환율이 더 오른다면 원화 가치는 절상된다.



준선진국 위치에 있는 한국은 신흥국과 다른 통로로 영향을 미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테이퍼링으로 선진국의 장점인 금융시장 안정은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신흥국 자금이탈에 따른 영향이 집중돼 달러 이외 이중통화 환율은 불리해 진다. 특히 가장 불리하게 움직일 2014년 상반기 이종통화 환율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놓아야 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지나치게 많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통화기금에서 권유한 `영구적 불태화 개입(PSI)`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PSI란 국부펀드나 내국인을 권유해 외자가 유입될 때에는 해외자산을 사들이고 이탈시에는 이 자산을 들여와 급격한 외자 유출입에 따른 환율 급등락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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