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슈퍼모델 대상 최다빈의 '이유 있는 자신감'

입력 2014-01-07 12:28   수정 2014-01-0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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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모르면 용감한 거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이든 시작하기 전에 `한계`부터 본다. 꼭 되고 싶은 소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한계는 늘 머릿속을 지배한다. 과연 내가 잘 될까? 잘 되더라도 거기까지가 아닐까? 아무리 자신만만해도 보통 어딘가에 그런 불안함을 품고 있다.

하지만 한계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 사람도 있었다. 2013년 제22회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최다빈은 "저의 앞길에 더 넓어질 수 있는 바다가 펼쳐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물론 만 21살의 창창한 젊음에게 두려울 게 뭐가 있겠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요즘 그 나이는 한창 앞날이 두려울 때다. 리틀엔젤스 출신에 선화예중, 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무용 전공까지. 무용가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다 난데없이 슈퍼모델 대상을 거머쥔 최다빈은 주변 사람들에게서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받고 있었다.

과연 무용을 할 것인지, 연예인을 할 것인지. 추운 겨울날 이뤄진 인터뷰는 그에 대한 최다빈의 답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했다.

★되려면 뭐든지 될 수 있다?

근황을 묻자 최다빈은 맨 먼저 "연기를 배우고 있다"고 답했다. "연기에는 솔직히 계속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슈퍼모델 준비를 하면서도 두 번 정도 개인 레슨을 받았죠. 지금은 회사에서 잡아주신 수업을 듣고 있는데, 칭찬 받았어요(웃음)."

단도직입적으로 연예인이 되고 싶은 생각인지를 물었다. 밝기만 하던 표정에 약간의 고민이 스쳐갔다. "그 결정을 꼭 해야 하는 건지, 슈퍼모델이 되고 나서 한 일주일 정도 살짝 우왕좌왕했어요.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뭐가 될지 모르니까 전부 다 준비하고 있어요. 학교에선 작품 하나 생각해서 조금씩 콘셉트 잡아가며 준비하고 있고, 연예계 진출을 위해서는 연기 수업을 듣고요."

두 가지 길이 다 너무나 어려운 길인데 그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설명은 논리적이고 명료했다. "저는 크게 세 가지를 택할 수 있다고 봐요. 아예 연예인이 되든지, 아니면 아예 무용계에 남든지. 그리고 둘 다 병행하는 길이 있어요." 그건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해 온 게 있으니 최다빈이 아무 일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춤만 춘다면, 예술가가 될 수는 있지만 대중적으로 그리 각광받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제가 이쪽(연예계) 일을 해서 조금이라도 알려진 뒤에 무용 작품을 한다면 좀 더 이슈가 되고 작품성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그리고 연예계 활동을 하더라도 제가 무용가로서 춤을 춘 경력이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고요."

조목조목 맞는 말만 하는 최다빈은 `세 번째 길`을 한계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제가 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커요. 하지만 `이쪽도 저쪽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데`라고 겁내기보다는 해 보는 게 맞다고 봐요. 그래서 친한 사람이라도 제가 사랑하는 춤을 그만두고 연예계에 올인하라든가, 또는 그 반대로 말하면 좀 섭섭하기도 해요. 저는 지금 아무것도 아니지만, 뭐든지 될 수 있으니까요."


★무용, 나를 찾는 과정…즐거운 놀이

모델 경력도 없이 슈퍼모델 대상을 거머쥔 최다빈은 무용으로 잔뼈가 굵었다. 경북 영덕이 고향인 최다빈은 그 또래에 드문 2남2녀의 장녀다. 3세 때부터 발레를 시작하면서 `무용 인생`이 시작됐다.

"3살 때부터 학원을 다녔고 6살 때부터 발레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는 큰 콩쿠르에서 입상을 했고요. 그러니까 부모님께서 무용에 재능이 있다고 보시고, 바로 서울에 계신 이모 댁에 올려보내셨죠. 리틀엔젤스 단원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국무용으로 전공을 바꿨어요."

어려서부터 발레를 했지만 최다빈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완전히 `시골 아이`였다"고 말한다. "시골 아이였죠. 그런데 그 어린 시절 바깥놀이를 많이 한 감성이 성인이 돼서도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무용은 표현력과 안무가 중요한데, 연기든 작품활동이든 몸을 부딪쳐 가며 놀아 본 기억이 큰 도움이 돼요."

초등학교 3학년의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떠나 낯선 서울살이를 하는 딸이 흔치는 않을 것이다. 고교생이 돼서는 자취를 했다. "자취 시작하고 잠시 부모님이 올라와 계신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곧 힘들다고 아버님께서 내려가셔서(웃음) 그 뒤로 제 집은 그냥 자는 곳이 됐죠. 주로 학교에서 몸 풀면서 추고 싶은 춤 추고, 학교를 놀이터처럼 썼어요. 주말에도 그렇게 학교 연습실을 혼자 빌려서 놀았고요."

상상이 잘 가지 않는 생활. 하지만 직접 해 본 사람이 말을 하니 왠지 와 닿았다. "남들처럼 클럽가서 놀거나 술을 진탕 마시는 식의 스트레스 해소는 별로예요. 남들 놀 때 일찍 일어나거나, 엄청나게 일찍 자고 새벽 3시에 일어나 혼자 무용하거나 하면 그 자체가 일탈이 돼서 굉장히 즐거워요. 그러다가 지쳐 쓰러진 적도 있지만, 조금만 생활 패턴을 틀어 줘도 신나죠."

★`베스트 프렌드` 같은 가족

어린 나이에 상경해 무용의 길을 걸으면서도 비뚤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베스트 프렌드` 같은 가족 덕분이 컸다. "부모님의 저에 대한 신뢰가 엄청나요. 그래서 제가 뭘 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믿어주세요. 초등학교 때부터 떨어져 살아서 그런지, 일반적인 독립심하고는 또 다른데…부모님은 `가장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존재`예요. 서로 믿고 존중하고, 의지해 주는 관계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실망시켜 드린 적이 없어요."

최다빈의 세 동생 중 바로 아래의 여동생은 대한항공 국제선 스튜어디스 인턴으로 일하고 있고, 그 아래 남동생은 최다빈과 같은 한국무용 전공으로 국악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막내 남동생은 아직 어린 학생이다.

최다빈은 "남동생하고 `우리 같이 성공해 보자`고 허세도 부리고 그래요"라며 웃었다. 남매의 꿈은 장대하다. "나중에 남동생까지 같이, 예술가들의 창작집단을 만들어 보는 게 꿈이에요. 앤디 워홀이 만든 창작 집단처럼요. 안무, 미술, 무대미술…할 건 많아요. 그리고 제가 엔터테인먼트 쪽에서도 일해 보면 또 더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아질 거예요. 바다처럼 넓은 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베스트 프렌드`라고 생각한다는 가족을 언급하며 최다빈은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제가 "잘 될 것 같다"고 객기를 부리니까 `어쩌면 형제자매 다 똑같이 자신감이 넘치냐`고 한 마디 하신 적이 있어요. 그 때 저는 슈퍼모델 미션을 통과했고, 여동생은 대한항공 시험을 합격했고, 남동생은 무용 실기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그런 주문은 모두에게 통하나봐요."

자신감 넘치는 말로 인터뷰는 마무리됐다. "에디슨의 유명한 명언이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고 하잖아요.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는데, 사실은 아무리 99%의 노력이 있어도, 1%의 영감이 없으면 안 된다고 했대요. 저는 그 두 가지를 다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yeeuney@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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