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증시 최대 와일드 카드는 테이퍼링보다 '날씨'

입력 2014-03-10 09:30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날로 심해지는 있는데 미국 북동부는 폭설, 영국 등 북유럽과 브라질은 대홍수, 호주와 아르헨티나는 가뭄으로 경제적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올 겨울 폭설로 인해 민간소비가 둔화되면서 작년 4분기 성장률이 한 달 전에 발표했던 속보치 3.2%에서 잠정치는 2.4%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홍수로 피해가 많았던 영국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와 폭설 피해가 심했던 일본과 한국도 올 1분기 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시각도 나오고 있다. 테이퍼링 추진 이후 자금이탈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가뭄과 홍수의 피해로 농산물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외환사정이 더 악화될 우려가 제기됐다.


갈수록 이상 기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관련된 신조어가 최근 들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날씨로 경제활동이 꽁꽁 얼어붙었다는 ‘프로즈노믹스(froznomics=frozen+economics)’와 아이스포칼립스(icepocalypse=ice+apocalypse), 그중 폭설로 지구 종말이 올 것이라는 스노마겟돈(snomagddon=snow+amageddon) 등이 대표적이다.





이상 기후가 나타나는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인데 선진국과 신흥국간 배출량 규제에 대한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선진국은 이산화탄소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제조업의 발전을 통해 성장을 해왔는데, 신흥국은 이제 막 제조업의 발전을 통해 성장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산화탄소 배출 책임 전가론’이다.


대부분 기상관련 기관에 따르면 겨울 이상 한파와 북극 해빙의 여파로 올 여름철에도 라니냐(La Ni?a)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라이냐는 적도지역 중앙과 동 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0.5℃ 이상 낮아지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북극 해빙이 본격화되면서 자주 나타났다.



라니냐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구 곳곳에 이상 기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중앙 태평양 부근의 대류 흐름은 억제되는 반면 인도네시아 부근의 대류 흐름은 강화돼 기후패턴에 변화를 가져온다②. 이 때문에 가뭄과 홍수, 이상저온, 허리케인 활동 강화 등을 초래해 농산물 등 원자재 생산에 차질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벌써부터 올 겨울 호주, 아르헨티나 등 남반구 곡창지대의 극심한 가뭄과 올 여름 라니냐 현상이 나타날 경우 ‘애그플레이션(agflation=agriculture+inflation)’이 우려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이란 농산물 가격이 이례적으로 급등하면서 각국의 물가가 추세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올 여름철 라니냐 현상이 재현될 경우 테이퍼링 추진으로 자금이탈에 시달리는 신흥국들은 물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금리인상으로 성장률이 의외로 둔화될 수 있다. 2011년 라니냐 현상의 최대 피해국인 중국은 치솟는 생활물가에 따라 ‘소비자물가 안정과 국민 기본생활 보장’에 관한 16개 조항의 통지를 발표했다③.




한 나라의 경제에 미치는 변수는 예측과 관리 가능한 여부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예측과 관리 가능한 통제변수와, 다른 하나는 그대로 받아 들어야 하는 행태변수다. 갈수록 행태변수들이 부쩍 많이 발생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일본 등에서 발생한 쓰나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 규모에 이르면서 ‘행태변수 쓰나미설’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



리스크 이론에서는 행태변수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일단 발생하게 되면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꼬리 위험, 즉 테일 리스크(tail risk)로 분류한다. 통계학에서는 자연·사회·정치·경제 현상들을 대개 특정한 평균치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평균치에서 멀어질수록 발생 확률이 낮아지는 종 모양의 정규분포로 설명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발생 확률이 적은 현상이 나타나면서 빈도가 정규분포가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커져 꼬리가 굵어질 경우 테일 리스크가 발생한다. 6년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테일 리스크를 사전에 발견해 피해를 줄이는 리스크 관리방법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정규분포의 꼬리가 너무 두터워져 평균에 집중되는 확률이 낮아 예측력이 떨어지는 팻 테일 리스크(fat tail risk)가 대두되고 있다. 꼬리(tail) 부분이 두껍지 않아야 평균값의 의미가 강해지고 통계학적 예측력이 높아지는데 꼬리가 두꺼워지면 평균값의 의미가 떨어져 예측 자체가 어려워진다.



실제로 서울대학교와 삼성지구환경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 국민소득(GDP)의 52%, 산업의 70∼80%가 날씨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가 경제와 시장을 움직인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이제는 날씨가 경제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물리적 영향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복잡하고 이를 화폐가치로 환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영향을 경제적 가치로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해 아직 과학적 정보가 불충분해 영향의 크기를 실제보다 과소 또는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의 물리적 영향이 다양하기 때문에 환경, 건강과 같은 요소들을 화폐적 가치로 평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아직까지 완전하지는 않지만 기후변화의 경제적 영향을 평가하는 주요 도구로 개발된 것은 IAMs(Integrated Assessment Models)④이다. 이 모델에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의 소득 성장률 차이를 통해 비용을 추정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이 지적되기 시작한 이래 글로벌 혹은 개별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제도와 여러 가지 규제를 통해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해 대응해 왔다. 가장 대표적인 글로벌 차원의 제도변화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협약, 2009년 코펜하겐 협상, 멕시코 기후변화협상 등이다.



특히 자원개발과 관련해 북극의 얼음이 예상보다 빠르게 녹으면서 북극의 항로와 자원을 개발하고자 국제사회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대표적인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에 이어 제 3의 길로 불리는 ‘북극해 항로’는 빙하가 녹아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최단 항로를 말한다.



과거에는 두꺼운 얼음층과 빙산 충돌위험 때문에 약 10,000km나 차이가 나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야 했으나, 현재에는 지구온난화의 가속화⑤로 항로의 이용가능성이 높아져 △항해거리의 단축 △연료절감 △운임과 운송에 대한 단가절감 등이 가능해진다. △대규모의 자원 △전 세계 어획고의 37%를 차지하는 주요 어장으로의 가치도 크다.


북극의 빠른 해빙으로 북극해 항로 통과 수송과 더불어 자원개발 가능성이 증대돼 북극항로의 상업적 개설이 10년 이내로 앞당겨질 전망이다⑥. 현재 자원개발 프로젝트들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북극해 자원개발로 생산될 자원의 해상수송 수요가 급격히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세계와 한국 경제에 미칠 최대 와일드 카드는 ‘테이퍼링(tapering: 양적완화 규모 축소)’보다 ‘날씨’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이제부터는 날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과제를 생존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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