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진짜 사나이’의 배꼽티와 미니스커트, 맹승지 탓인가

입력 2014-08-25 09:35   수정 2014-09-03 16:33

▲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편에 출연한 맹승지의 배꼽티는 이 프로그램을 대하는 출연자들의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사진 = MBC)


말할 것도 없이 국민개병제의 원칙에 따라 한국의 청년들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징집된다. 자신에게 돌아올 이득에 관계없이 군대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익이 없어도 가야한다. 때문에 병역 기피자기 대대로 전통을 계승해왔다. 연예인들도 그러한 계보 중에 하나다. 잊을 만하면 병역 불법 면제 사건이 터지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런데 병영을 배경으로 한 MBC ‘진짜 사나이’에는 연예인들이 너도나도 출연을 하려 한다. 진짜(?) 훈련도 받고 내무생활도 한다는데 이렇게 선호도가 높다는 것은 나름 이익이 돌아올 것이라는 판단이 서있기 때문이다. 이것부터 ‘진짜 사나이’는 보통 사병들이 겪게 되는 차원과 매우 다름을 알 수 있다. 만약 모병제가 돼서 군에서 얻을 이익이 많다면 입대 자원자가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사나이’는 미래의 한국군인지 모른다.

그러나 ‘진짜 사나이’에 참여하는 이들의 뇌구조 그림에는 나라를 지키거나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하고 정립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없다. 오로지 개인의 이해관계가 있을 뿐이었다. 개인들이 미션을 수행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고 공간적 배경을 제공하는 각 군부대도 마찬가지다. 실제 군대 현실을 말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이미지가 중요할 뿐이다. 예능이니 더욱 당연한 노릇이라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가 이런 상태를 계속 허용하는 것이 모순일 뿐이다.

그간 말도 많았던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편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 출연에 매력을 느끼는 연예인들이 많다는 것, 그것이 이 프로의 성격이 어떤지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참여자들의 복장도 이를 잘 나타내줬다.

예컨대, 맹승지의 배꼽티는 이 프로그램을 대하는 출연자들의 의식을 보여줬다. 바캉스 가는 것도 아닌데 배꼽티는 물론 미니스커트 복장에 각각 캐리어에 잔뜩 짐을 싣고 왔다. 라미란은 빵을 몰래 숨기기도 했으며 그 결과 강할 것 같은 인상과 달리 눈물까지 보이고 말았다.

그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들을 자행(?)했다. 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많을수록 웃음이 유발되기 때문에 제작진이 방조한 면이 있다. 군대에 맞는 행동만 해도 이 프로그램이 노리는 유희 포인트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 부사관 콘셉트는 이를 전제하고 기획됐으니 말이다.

특히 맹승지 때문에 어이없어 폭소가 터졌지만 ‘진짜 사나이’에 여성을 등장시킨 것은 이러한 모습을 기대한 것이었다. 이미 ‘진짜 사나이’는 샘 해밍턴과 헨리를 등장시킨 바 있다. 군대의 조직적인 특수성을 전혀 모를수록 그것에 부적응하는 모습을 보일수록 ‘진짜 사나이’에서는 각광을 받는다. 만약 이런 병사들이 일선 부대에 있다면 관심 사병이 되었을 것이다. 여성이 특집이라는 이름으로 선호된 것은 그만큼 그들이 군 생활(?)에 부적응해야 한다.

물론 일찍부터 ‘진짜 사나이’에는 군대는 기호만 남았다. 유사현실이다. 그렇지만 진짜 같다는 현실성을 부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진짜 사나이’에 등장하는 군대 상징기호들이 내포하는 것들은 힘든 곳, 어려운 곳이라는 공간적 설정과 이를 증명하는 일정한 미션 그리고 군 캐릭터들이다. 힘들고 어려운 곳을 겪어보는 과정을 통해 웃음과 고통을 번갈아 드러내 시청자의 감정을 가로질러 왔다.

어여쁜 여성들이 등장하니 시청자의 외연이 남성으로 더욱 확장될까? 힘든 곳에서 여성들이 고생하는 장면들은 남성들에게서 우월적 웃음을 유발할지도 모른다. 이는 여자도 군에서 고생해봐야 한다는 복수심리의 대리적 충족일 수 있다. 하지만 유사군대, 기호만 남은 군대이기 때문에 그런 심리적 만족을 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수련회나 바캉스 같은 분위기에서 고통의 눈물이 범람해도 그것에 쾌락을 느낄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여성들의 외모만이 군대 자체보다 더 회자돼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무엇보다 ‘진짜 사나이’는 고통을 대하는 태도에서 처음에나 지금이나 같은 논리적 오류 속에 있다. 즉, 군대에서 중요한 것은 고통과 어려움이 아니다. 군대는 당연히 고통과 난관이 있는 곳이다. 고통과 어려움을 겪더라도 그것이 가치 있고 의미가 있는가에 있다. 고통과 어려움을 견디는 것은 단지 개인적인 차원의 성취감에만 그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공공의 봉사와 헌신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보람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개인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그리고 국가적 가치가 하나의 코드로 관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사나이’는 모두 개인적인 성취감에만 머문다. 그들이 진짜 나라를 지키는 국방 서비스를 수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극기 훈련, 아니 극기수련이다. 어떻게 보면 ‘진짜사나이’는 연예인들의 극기수련을 위해 촬영 내내 안보를 담당하고 있는 각 부대의 특정 기능을 정지시키고 있다.

각 부대는 군 홍보를 위해 정상적인 군 기능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해도 ‘진짜 사나이’로 인해 나라와 국가를 지키고, 헌신과 희생을 하는 이들에 대한 숭고한 존경이 일지는 않는다. 언제나 조국의 분단 현실에서 국방의 의무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고 개인에 취해야할 의식과 태도는 부차적이다.

분명한 건 군대는 본래 어려운 곳, 힘든 곳이라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왜 그 어려움을 감내해야 하는가이다. 목적이 특수하기 때문이다. 이 특수한 목적에 맞게 능히 감내해야 할 그 정신적 태도와 가치는 없고, 예능을 위한 군대라는 기호만 있으니 여전히 재밌게 볼 수만은 없다. 시청자들도 훈련과 통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그들을 웃으며 관전하고 할 뿐이다. 어느새 군대가 스포츠 경기보다 더 탈(脫)전투적이 됐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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