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N] '말·행동'제각각 '국토부'‥항공사고 제재 '오리무중'

지수희 기자

입력 2014-09-29 17:13   수정 2014-09-29 20:00

<앵커>
지난해 7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벌어진 아시아나항공의 충돌사고에 대한 징계여부가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현행 항공법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은 최대 135일의 운항정지 제재를 받아야 하지만 국토부는 행정처분심의위원회조차 꾸리지 않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지수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을 강조하던 국토부가 항공안전사고에 대한 제재에는 뜸을 들이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지난달 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제재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습니다.

지난해 7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착륙사고에 대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의 1년간의 조사 결과가 국토부에 전달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제재수위를 결정할 행정처분심의위원회조차 꾸리지 않고, 사고가 난지 1년2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고 조사중에 있습니다.

<인터뷰> 국토부 관계자
"그게 쉽지가 않죠. 여러가지로 고려를 해야 하기 때문에...-법대로라면 빨리 결론이 났어야 하지 않나? 그렇지만 여러군데서 우려사항이 많이 나오고 의원들도 관심이 많다."

지난 97년 8월 발생한 대한항공의 괌사고(97년8월)의 경우 미국 NTSB에서 사고조사 결과가 전달된지(99년11월3일) 단 이틀만에 노선중단(99년 11월5일) 제재가 내려졌습니다.

사고가 나자마자 괌 노선 자격을 자진반납한 대한항공의 결단도 빠른 제재결정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 노선은 사고가 난 이후 자체 감편운항을 했을 뿐 정부의 제재는 내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난 5월 서승환 국토부 장관이 8개 국적항공사 사장단과 가진 항공안전간담회에서 "항공사고가 발생하면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달라"며 강력한 처분을 경고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글로벌 주요항공사 어디에도 없는 `운항 중단` 처분이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과징금`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의 고심이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국경제TV 지수희입니다.

<앵커>
산업팀 지수희 기자와 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제재 최소 45일~최대 135일의 운항중단이 어떻게 나온건가요?

네, 현행 항공법에서는 항공기 사고로 사망자가 10명이상 50명 미만일 경우 운항정지 60일 처분이 내려집니다.

또 항공기나 제3자의 재산피해가 100억원 이상인 경우 운항정지 30일에 처해집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사고의 경우에는 3명이 사망했고, 49명이 중상을 입었는데요.

항공법 시행규칙에 따라 중상자 2명을 사망자 1명으로 적용하면 사망자가 총 27명으로 집계됩니다.

또 당시 사고기종(B777-200ER)은 대당 약 26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두가지가 더해서 총 90일의 운항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는데요.

행정처분심의위원회의 재량에 따라서 50%를 가감할 수 있어서, 최소 45일 최대 135일의 운항정지라는 계산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사안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고 이후 조치는 어떻게 했는지, 또 최근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과징금으로 대치`해야하는지 등을 결정해야 하는 심의위원회가 아직 구성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국토부는 한달 째 "사안을 조사중이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앵커>
국토부에서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가 여러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떤 의견이 있나요?

<기자>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쟁점은 바로 `운항정지`조치가 아닌 `과징금`으로 제재를 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 중국, 일본에서도 항공사고를 낸 자국 항공사에 경우 운항정지 처분을 내린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2009년 2월 탑승객 29명이 숨진 콜건항공사고와 2000년 정비 불량으로 항공기가 바다에 추락해 탑승객 88명 전원이 숨진 알래스카 항공의 경우에도 각각 과징금 205만달러(약21억원), 87만8500달러(약9억원)의 벌금 처분만 받았을 뿐 운항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외 228명이 사망한 에어프랑스 사고나 102명(2010년5월)이 사망한 그리스 항공기 사고도 모두 보상금 지급 명령만 내려졌고, 별도의 운항정지 처분은 없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국적기에 운항을 정지 시키면 한국의 브랜드가치만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당장 승객들의 불편이 따를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2013년 기준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의 연간 수송인원은 17만명, 탑승률은 평균 85%에 달합니다.

탑승객이 가장 많았던 2012년의 경우 매출액은 1300억원에 이릅니다.

탑승객 가운데 미국인 승객이 47%가까이 차지하고 있고, 한국인 30.5%, 그외 중국, 인도, 필리핀에서 이 노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노선이 중단될 경우 지난 92년부터 22년간 구축해온 현지 판매망이 와해되고, 당장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승객들의 불편이 커지게 될 것입니다.

이 때문에 미주 한인 사회는 `운항중단` 반대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재계에서도 수익의 원천까지 봉쇄하는 `고강도 제재`는 불황속에서 어떻게든 일어서 보려는 기업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앵커>
네, 실제로 지난해 7월 사고 당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의 빠르고 희생적인 대처는 칭찬을 받을 만한 일이라고 평가되기도 했었는데 그에대한 선처는 없나요?

<기자>
네, 사실 아시아나 항공쪽에서 주장하는 내용도 그 부분입니다.

사고당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은 마지막까지 기내에 남아 승객들을 신속정확하게 대피시켰습니다.

이 때문에 승객들이 대피한 이후 추가 폭발에도 사망자를 최소화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사고 이후에도 아시아나는 자체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한달간 총46회의 감편운항을 통해 조종사 특별훈련을 실시하는 등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해 왔습니다.

매출과 주가도 이미 타격을 받았습니다.

사고 전 5천원 대 였던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사고 발생 직후 4800원 대로 떨어졌고, 이후 등락을 겪었지만 아직도 4천원 중반대에서 머물면서 사고 전 수준으로 회복을 못하고 있습니다.

안전훈련을 위한 자체 노선 운휴에 따른 매출 감소는 한달사이 약 80억원으로 조사됐고, 만약 90일간 샌프란시스코 노선이 중단될 경우 예상 손실액은 약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사고 항공기의 경우에는 3년간 항공사 평가에 불이익을 받아 `운수권 배분`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여기에 운항정지 처분이 더해지면 `과도한 이중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이런 논란이 있어서 국토부에서도 빨리 결정을 하지 못하고 최대한 많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려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네, 하지만 법을 형평성 있게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텐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가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겠습니다.

97년 발생한 대한항공의 여객기 괌 추락사고의 경우 운항정지 3개월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은 4년동안 괌 노선을 운항하지 않았고, 이후 운수권 배분에도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당시 국토부는 대한항공(서울~허베이)에 4개노선 주 10회, 아시아나항공 1개노선(서울~예천) 주 3회를 각각배분했습니다.

기존 여객 노선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보다 5회나 많은 총 22회의 운수권을 획득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공식 자료를 내고 "여러 사고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아무런 제재없이 운수권을 배분해 준 것은 항공안전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아시아나 항공은 "사고 조사 결과가 공표되지 않고, 항공사 귀책사유가 확정되지 않은 점 등을 사유로 원칙에 따른 공정한 배분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최근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형평성 논란, 또 `누구를 위한 제재인가`에 대한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토부의 결정은 쉽게 내려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지수희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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