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VS 이주열 미묘한 온도차··정책· 금리 이어 성장률까지?

입력 2014-10-11 09:57  



실물경제 정책을 이끄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통화 정책을 책임지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르게 보았다.

이들은 성장률 전망치뿐만 아니라 미국의 출구전략 예상에 따른 한국에서의 자본 유출 가능성,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시각의 차이를 나타냈다.

세계 재무·금융 분야 최대 행사인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두 수장은 9일(현지시간) 각각 뉴욕과 워싱턴에서 특파원단을 상대로 나란히 오찬 간담회를 했다.


최 부총리는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 아주 후반대`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예상한 반면 이 총재는 `3% 중반대`로 전망치를 되레 낮출 것이라고 보수적으로 관측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올해 성장률을 3.8%로 제시했으나 오는 15일 수정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 부총리는 상대적으로 성장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로 신흥시장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말부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양적완화(QE) 종료 등에 대비해왔고, 그 결과로 다른 신흥시장과 큰 차이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우리나라는 지난해 4% 성장했고 세월호 사태로 좀 어렵기는 하지만 올해 3% 아주 후반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내년 다시 4%대로 가면 성장세를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의 성장 전망률 예측에는 내수 경기를 부양하고 외국 투자를 촉진해야 할 경제 수장으로서의 능동적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 총재는 세월호 사태가 국내 경제에 미친 영향이 예상보다 크다는 점을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 가능성의 근거로 내세웠다.

그는 "1분기 성장률이 3.9%였는데 2분기에 예상보다 더 떨어져 3.5%를 기록했다"며 "4분기 상황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성장률이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수치에 미치지 못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IMF는 지난 7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3.7%로, 지난 4월 발표한 수치를 그대로 유지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에 따른 가계 소비 및 기업 투자 위축 심리를 안정시킨다는 차원에서 8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때 금리를 인하한 뒤 개인 소비 심리는 다소 개선됐으나 기업 투자 심리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금리까지 내렸음에도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중앙은행 총재의 고민이 성장률 하향 전망에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정책이나 경기 부양 방법론을 놓고도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약간의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최 부총리는 "지금은 금리를 인상할 때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이 채권 매입을 종료하더라도 금리 인상이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고 우리 경제의 회복세도 과거처럼 강하지 않다"며 "회복세를 견고하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는 하되, 지레 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경기 회복에는 통화정책보다 구조개선이 우선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인플레 억제에는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만, 경기가 부진할 때 살리는 효과는 아주 없는 건 아니더라도 기대만큼 세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현행 소비나 투자 부진은 구조적 영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금융정책과 더불어 업종 간 불균형 해소나 서비스 부문 생산성 제고 등을 위한 진입 장벽 철폐와 같은 구조적 정책을 병행하지 않으면 소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견해차를 보였다.

최 부총리는 이날 미국 뉴욕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한 한국경제설명회(IR)에서 "미국이 금리를 조기에 인상하더라도 한국에서 급격히 자본이 유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충분한 외환 보유고, 낮은 단기외채 비중, 경상수지 흑자, 견조한 재정건전성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가 낮아질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이 자본유출이기 때문에 선진국보다는 분명히 (한국) 기준금리가 높아야 한다"면서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면 내외금리차가 더 축소될 수 있고 자본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발언, 대조를 이뤘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도 앞서 엇갈린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최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 결과를 전하며 "참석자들이 성장률을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경제 구조개혁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관건은 구조개혁을 위한 정책을 실제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환자를 수술하려면 먼저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구조개혁보다 당장은 경기 회복이 더 중요하고 이를 위해 통화정책이 재정정책을 뒷받침하는 게 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을 제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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