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대출 광풍에 흔들리는 금융정책...출시 이틀 만에 절반 소진

박병연 부장 (부국장)

입력 2015-03-26 10:28   수정 2015-03-26 11:19



안심전환대출이 출시 이틀 만에 9조원 이상 판매되면서 금융당국이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조만간 연간 한도액 20조원이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승인된 안심전환대출은 모두 9조163억원(8만140건)에 이릅니다.

출시 첫날이었던 24일 4조9139억원(4만1247건)에 이어 이튿날인 25일에도 4조1024억원이 승인됐습니다.

출시 사흘째인 26일 오전 중 1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큰 만큼, 다음 달 초면 올해 총공급규모인 20조원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는 20조원이 모두 대출될 경우 한도 증액을 검토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한도 증액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야 하고 증액을 한다 해도 일정상 2차 신청은 하반기에나 가능한 상황입니다.



한도 증액 외에도 금융당국이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습니다.

우선 제2금융권 대출자에 대해서도 안심전환대출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일부에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자들도 안심전환대출을 받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지만 원리금 균등상환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실제 대출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지역 민원 해결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입김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당국의 판단이 외부 압력으로 인해 언제든지 바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며 “이 정도 반응일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책 수요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자인한 셈입니다.



집값 하락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재산정 후 대출가능액이 줄어들 경우 이 차액을 갚아야 안심대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도 사전에 알리지 않아 불만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고객 불만이 폭주하자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이 아닌 채무조정 적격대출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불만은 사그러지지 않고 있습니다.

채무조정 적격대출은 지난 2013년 출시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상품으로, LTV 재산정 없이 기존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입니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여야 하고, 부부 기준 1주택자이면서 부부합산 소득이 6000만원 이하여야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안심전환대출에 비해 요건이 까다롭습니다.

금리도 연 3.01(10년 만기)∼3.96%(30년 만기) 수준으로 안심대출보다 높은 편입니다.



은행권도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번 대출로 손실이 발생한 데다 신규 대출금리도 추가로 깎아줘야 할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은행들 입장에선 평균 금리가 연 3.5%대인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2.6%대 대출로 바뀌면서 이자수익 감소가 불가피한데, 중도상환수수료도 받을 수 없어 울상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가에선 안심전환대출 출시로 인한 은행권 손실이 1400억∼1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차환대출을 포함한 신규대출을 미루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은행들에게는 부담입니다.

일부 은행들은 이미 안심전환대출로 빠져나가는 고객들을 잡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심전환대출 수요에 대한 금융당국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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