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 8일 간의 축제 마무리...성장 '눈길'

입력 2015-06-05 14:25   수정 2015-06-05 17:12

제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가 5월 27일부터 6월 3일까지 8일 간의 영화 여정을 마쳤다. 여성의 시각으로 삶의 다양한 측면을 바라본 37개국 111편의 영화가 하루 5회 총 139회에 걸쳐 상영됐다. 또 해외 게스트 24명이 방한해 역대 최다인 46회에 이르는 관객과의 대화에 나섰다.

1~2회 때는 격년으로 개최되는 비엔날레였고 3회부터 매년 개최됐으니 햇수로는 19년째다. 특히 올해는 영화제 공식 영문 명칭 변경, 로고 변경, 프로그래밍 등에서 변화와 혁신을 시도했다. 영문 명칭에서 ‘SEOUL’을 맨 앞에 강조하고, 로고에서 여성(Women)의 ‘W’로 한강 흐름을 상징했듯, 서울을 대표하는 영화 축제로서 남녀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여러 면에서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15회부터 메가박스 신촌이 중심 상영관이 되었고, 올해는 아트하우스 모모를 추가하여 총 4개관에서 상영과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여성영화제만의 독자성으로,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콘텐츠 개발에 힘썼다. 그 결과 총 상영작 111편 중 82편이 국내에 첫 공개되는 프리미어 작품들로 꾸려졌다.


▲ <화차> VS <거짓말> 스페셜 토크 사진 (변영주 감독, 김동명 감독, 배우 김꽃비, 전신환)

뿐만 아니라 여성영화제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가 올해도 다채롭게 준비됐다. 포럼, 강연, 오픈 토크, 스페셜 토크, 레인보우 나잇 파티, 관련 주제의 이웃을 후원하는 펀딩 등을 마련하여 관객과 사무국이 함께 영화제를 만든다고 해도 좋을 만큼 적극적인 관객 참여를 이뤄냈다.

전통적으로 여성영화제 토크 행사는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불합리를 개방적인 공간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장으로 유명하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특히 현재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골라 집중 조명하는 ‘쟁점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부문의 부대 행사였던 오픈 토크는 30일 저녁 6~9시라는 주말 황금시간대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객석이 모자랄 정도로 높은 호응을 보였다.

의외로 남성 관객들이 많았고, 오픈 토크 후에도 뒷풀이로 자리를 옮겨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교류와 실천을 이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날 포럼 내용은 이후 유튜브를 비롯한 여성영화제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주 관객층의 연령대가 크게 낮아지고 다양한 분포를 보인 것은 올해의 가장 큰 수확이다. 여성영화제를 모르는 관객은 있어도 한 번 찾은 관객은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영화제를 지지하는 관객층이 두텁지만 저변 확대를 위해 젊은 관객들을 공략했다. 이를 위해 영화제는 청년의 현실을 여과 없이 그린 청춘영화들을 전진배치했다. 성장문학의 전통이 강세인 스웨덴 특별전의 젊은 영화들 또한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들을 유입했다.

스웨덴 성장영화 중 한 편인 개막작 `마이 스키니 시스터` GV에는 10대 여학생들이 대거 몰려 감독과 솔직한 경험담을 나누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완벽한 피겨스케이터 언니와 엉뚱 발랄 동생의 따스한 성장기인 이 영화는 스웨덴판 `미스 리틀 선샤인`이라는 프로그래머의 소갯말처럼 어린 세대의 눈으로 본 경쟁과 자매관계 등을 깊이 있고 사랑스럽게 그렸다는 입소문으로 영화제 기간 내내 SNS를 달구었다.



▲ (위쪽 좌로부터) GV 열기가 뜨거웠던 <아니타 힐>, <분노할 때 그녀는 아름답다>,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또한 다큐멘터리 `아니타 힐`,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분노할 때 그녀는 아름답다`도 폭발적인 GV 열기로 해외에서 온 감독들을 흥분시켰다.

올해도 매진 속도는 ‘퀴어 레인보우’ 부문이 단연 빨랐다.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 `아시안 퀴어` 3작품은 개막 전부터 화제였고, 케냐의 흑백영화인 `우리 삶의 이야기들`은 먼저 본 관객들의 갈채가 쏟아졌다. 이 밖에도 `그 해, 우리는 사랑을 생각했다`, `일 대 일`, `주주` 등 감독들이 내한한 영화들과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 `먹다 자다 죽다`, `할라할라`, `우리는 팬더 당원` 등의 스웨덴 영화, 거장 마가레테 폰 트로타의 `어긋난 세계`를 필두로 `걸후드`, `히어로 아닌 히어로`, `스완 버진` 등 신작들을 소개하는 ‘새로운 물결’ 부문 영화들, 경쟁 부문인 ‘아시아 단편경선’과 10대 여성감독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틴즈`(I-TEENS)’가 높은 인기를 누렸다.

`피의자: 사라진 증거`라는 제목으로 개봉하는 `용의자 루시아`와 하반기 개봉 예정인 `세컨드 마더`, 배리어프리 부문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그 밖에 `거짓말`, `도희야`, `카트`, `눈의 마음: 슬픔이 우리를 데려가는 곳`, `홀리워킹데이` 등 한국 여성감독의 영화들도 국내외 관객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밖에 국내 최초로 연출작 전편이 소개되는 1940년대의 유일한 여성 감독 ‘아이다 루피노 회고전’, 영화진흥원 지원작의 50%, 개봉작의 40%가 여성 감독의 영화라는 문화선진국 스웨덴의 정책을 돌아보는 포럼 ‘스웨덴 여성영화의 평등한 힘 ? 영화는 성 평등할 수 있는가?’, 여성 영상프로젝트의 발굴 및 육성을 목표로 하는 공개피칭 행사인 ‘피치&캐치’ 등이 펼쳐졌다. 피치&캐치는 극영화 63편, 다큐멘터리 31편, 총 94편이 접수되어 역다 최다 응모를 기록했으며, 약 200명의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차이나타운`과 `반짝이는 박수 소리`의 성과를 넘어설 프로젝트의 탄생을 지켜보았다.


▲ 피치&캐치 참가자 사진 (위쪽 좌로부터 극영화, 다큐멘터리, 관객석)

피치&캐치 극영화 부문에서는 메가박스상에 김보라 감독의 `벌새`, 관객인기상에 정희재 감독의 `히치하이크`,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옥랑문화상과 관객인기상에 `호스트 네이션`, 더펙&기록문화보관소상에 `버블 패밀리`가 영광을 차지했다.

"극영화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실험, 뮤지컬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 기존의 관습들을 돌파하려는 흔적이 두드려졌다"는 심사평을 받은 ‘아시아 단편 경선’은 20개국 415편의 단편영화 중 국내 작품 13편과 해외 작품 8편이 본선에 올라 역시 역대 가장 치열한 경합을 낳았다. 성주 최우수상에는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를 빼앗긴 여성들의 상실을 빼어난 시적 이미지로 그려낸 미얀마 출신 싱 마이 낀러 감독의 `마지막 키스`, 성주 우수상에는 이스라엘에서 온 네타리 브라운 감독의 `타마르의 맹세`와 김승희 감독의 `심경`, 성주 관객상에는 방우리 감독의 `영희씨`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0대 여성 감독의 단편영화를 10대 관객심사단이 직접 심사하여 선정하는 한국방송교육예술진흥원 아이틴즈 대상은 박상아 감독의 `서툰 걸음`에게 돌아갔다.

올해는 여성영화제 사상 최초로 홍보대사 제도를 도입, ‘1대 페미니스타’로 배우 김아중을 위촉하여 영화제의 친밀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강화했다. 유명 여배우에 대한 편견을 깨는 다방면의 활동이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페미니스타 활동일지’가 표지에 게재된 데일리(5월 29일자)는 현장에서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인기였다. 여성영화제 데일리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또, 남성 관객을 위한 경품 증정 행사인 ‘해피 아워’도 신설하고, `비비안의 이혼 재판`의 술로미 엘카벳츠 감독과 `적과의 동업`의 헨 쉘라흐 감독 등 남성 감독들도 초청하여 여성영화제의 외연을 키우고 활력을 더했다. 본래 여성영화제는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의 관점을 이해하고 이들의 ‘다른 목소리’와 소통해온 남성 감독들의 영화를 5~10% 상영해 왔으나, 남성감독들이 방한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공감, 자극, 연대를 통해 ‘마음의 문(門)’과 ‘사회의 창(窓)’을 열어가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올해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2016년, 더욱 풍성한 볼거리와 알찬 프로그램을 갖춘 서울 최대의 영화 축제로 다시 찾아올 예정이다.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yeeuney@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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