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편. 일본 경제 왜 '환율의 업보'에서 벗어나지 못하나?

입력 2015-10-12 09:45  

264편. 일본 경제 왜 `환율의 업보`에서 벗어나지 못하나?
플라자 합의(Plaza Accord) 시행된지 30년을 맞았다. 플라자 합의는 G5(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의 재무장관들이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국제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다. 당시 미국은 고금리 정책, 경제와 정치적 위상이 달러화 강세로 이어져 대규모 경상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G5 재무장관들은 미국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경상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각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와 마르크화를 중심으로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데 동의했다. 합의 전 235엔을 기록하던 엔/달러 환율은 합의가 이뤄진지 일주일 만에 8% 절상됐고, 그 후 2년 동안은 60% 넘게 절상돼 140엔대까지 떨어졌다.

일본 경제 갑작스런 엔고 현상으로 인해 극심한 타격을 입게 된 일본 경제는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했다. 1985년 6.3%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1986년 2.8%까지 떨어졌고, 엔화 강세로 인해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자 경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잃어버린 20년`의 시발점이었다.

급작스런 경기둔화에 당황한 일본 중앙은행은 경기부양 목적으로 1987년까지 기준금리를 3% 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되고 증시로 자금이 몰리자 닛케이 225 지수는 1989년 역사 최고치인 38,915.87을 기록하고 시가총액이 한때 미국을 넘어섰다.
부동산 시장에는 금리 인하로 대출여건이 완화돼 투기와 상속 목적의 부동산 수요가 급등해 도쿄 등 6대 도시의 상업용 땅값은 연평균 27.7% 급등했다. 전체 부동산 가치도 2,000조엔을 넘어서는 등 자산시장 거품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1990년대 이후 거품붕괴와 경기침체라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

일본 정부는 뒤늦게 기준금리를 인상해 자산 거품 붕괴를 방어하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1990년 2월 일본 정부는 금리를 한번에 0.7%p 인상하는 등 4.9%까지 인하했던 기준금리를 1990년 10월 8.9%까지 끌어올렸으나 성급한 금리 인상 결정은 오히려 시장 거품을 붕괴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한때 38,000선을 유지해오던 닛케이 225지수는 6,000대로 떨어지며 1/6 토막이 됐고, 주요 도시 주택과 상업 부동산 가격은 2002년까지 각각 60%, 85% 급락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엔/달러 환율은 80원대까지 떨어져 GDP대비 4%를 기록하던 경상수지흑자는 1%대로 감소했고 성장률도 1990년대 중반 이후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다.

더 이상 일본경제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서방선진 7개국(G7)이 엔저를 유도하기 위해 1995년 4월 플라자 합의에 반대되는 역플라자 합의에 도달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환율이 140엔대까지 상승하며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였으나 일본은 전통적인 경기부양책이 소진된 상태에서 성급한 출구전략을 단행해 환율을 75엔대까지 하락시켰다.

베리 아이켄그린 버클리 대학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플라자 합의 이후 `잃어버린 20년`에서 경제의 미회복으로 민간자본량이 높아 경기가 침체될수록 엔화가 강세로 이어져 수출이 감소되고 그로 인해 추가 침체가 단행되는 ‘엔고의 저주(Curse Under the Safe Haven)’가 펼쳐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2년 12월 아베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본은 엔고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베노믹스를 추진했지만 최초 의도와 달리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와 엔저 효과로 인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수출 경기도 가격 기준으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물량 기준으로는 여전히 정체국면이다.

이는 일본의 수출입 구조가 자국통화 평가절하로 경상수지 개선과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수출과 수입 수요의 가격탄력성의 합이 1보다 커야 한다는 `마샬-러너 조건(Marshall-Lerner Condition)`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엔화 약세가 수입물가를 상승시킴에 따라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성장률 둔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럼에 따라 그동안 아베노믹스와 일본경제 전망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오던 IMF도 올해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돌아섰다. 동 보고서에서는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35% 가까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상승세는 여전히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이론적으로 화폐가치가 10% 하락하면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5% 이상 증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실제 수출은 IMF가 분석 모형을 통해 산출한 전망치대비 20%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가 미미한 것은 많은 생산 설비가 해외로 옮겨지게 되고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등 자연재해로 인해 에너지 수급기반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는 무제한 양적완화와 엔저를 기반으로 한 경기 부양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시한다. 아베노믹스 시행을 통해 그동안 경기가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실질적인 펀더멘털과 경제는 여전히 부진한 `착시현상`과 역효과를 불러왔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예측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다.

궁극적 목표가 "Strong Japan, Strong Economy", 즉 중장기적으로 튼튼한 일본을 만들겠다는 관점에서 볼 때 아베노믹스는 현재 30%만 성공한 것으로 평가해, 50% 성공했다고 보고 있는 아베 정부와 차이가 있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이 `잃어버린 30년`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현 시점에서 아베 정부는 제3의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경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아베 정부는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신성장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IMF 등은 아베노믹스 1기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화살인 무제한 양적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정책은 일시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이끌었으나, 마지막 화살인 신성장 정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경기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베 정부도 이 같은 인식을 토대로 기업운영 및 근로여건 개선, 고령화에 따른 개호 시설 확충 등을 골자로 한 2기 아베노믹스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구조개혁에 대한 효과는 시간과 인내심이 요구되기 때문에 세부 시행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야 하나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아베 정부는 일방적으로 통화 공급을 확대 해 환율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어 경쟁 우위를 점하고 극우 발언을 쏟아내 스스로 고립시키는 횡보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 미국 금리동결,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중국 위안화 평가절화 등 각국의 이기주위로 인해 세계교역 증가율은 1%대로 하락하면서 수출국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자 합의 이후 `엔고의 저주`로 장기간 경기 침체에 빠졌었던 일본은 다른 선진국들과 협력해 가열되고 있는 환율전쟁의 확산을 방지하고 상생방안을 마련해애 한다. 중국, 한국 등 주변국들도 세계 교역에서 여전히 4%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 경제가 아베노믹스 실패로 언제든지 재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때다.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환율 추이


자료 : 블룸버그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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