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도덕에 대한 비정상적인 분노, 아이유 제제 논란과 로타 사진집 논란

입력 2015-11-07 12:49   수정 2015-11-07 12:52

(좌)로타 인스타그램 (우)아이유 앨범 재킷

아이유의 신곡 `제제`의 가사와 앨범 재킷 사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풀었다는 지적이다. 비슷한 시점에 포토그래퍼 `로타`의 사진집도 도마에 올랐다. 성인 모델들이 교복을 입고 섹시한 포즈를 취했다는 이유다.

비난 여론은 두 작품의 로리타 코드를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그 화살의 방향이 작품을 넘어서 창작자들을 소아성애자로 규정하는 폭력적인 접근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일부 네티즌의 댓글 공세에 포토그래퍼 로타(Rotta)는 본인의 예명 출처를 해명하는 곤욕을 치렀다. 로타는 본인 페이스북에 "과거 한 인터뷰에서 `로리타 오타쿠`라고 농담조로 언급했던 것이 공식적인 표명으로 오해를 사는 것 같다."며 "예명 로타는 대학생 시절 만든 캐릭터 일러스트의 이름"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그 어떤 매체에서도 `로리타 취향`이라고 언급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런 항변조차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로타의 작품에서 로리타 코드를 감지한다면, 그 정의는 일본의 서브컬쳐 문화에서 파생한 `만화적 미소녀에 대한 선호` 코드로 보는 게 합당하다. 결코 작가 로타 스스로가 농담으로라도 자신을 페도필리아(소아성애자)와 동일시한 게 아니다.

아이유의 경우는 더욱 궁지에 몰렸다. 출판사 ‘동녘’은 지난 5일 공식 페이스북에 `아이유 님. 제제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견해를 밝혔다. 동녘 측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제제는 다섯 살짜리 아이로 가족에게서도 학대를 받고 상처로 가득한 아이다. 이런 제제에게 밍기뉴는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유일한 친구다"라며 제제를 교활하다고 표현한 가사, 그리고 핀업걸로 묘사한 앨범 일러스트를 지적했다. 이에 아이유와 기획사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요구가 빗발쳤고, 아이유는 지난 6일 "다섯 살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 한 게 아니다.", "반성하고 노력하겠다"는 공식 사과문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결국 로리타를 `장르적 성격으로의 콘셉트`로 바라볼 것인가, `소아 성애적 코드`로 바라볼 것인가가 이번 논란의 요체다.
전자와 후자 모두 옳다. 해석은 오롯이 감상자의 자유다. 마땅히 후자의 이유로 아이유와 로타의 작품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싫다고 표현할 수 있다. 개인의 취향이기에 정상적인 `사견`이다.

하지만 그 비난의 근거를 취향이 아닌 `비도덕적`에서 찾는 건 지극히 거칠고 폭력적이다. `어린아이에게 그런 생각을 품는 건 옳지 않다`는 명제에만 의존해 표현의 자유를 배격하는 건 일종의 교조적인 태도다. 보편적인 도덕이 표현의 자유 위에 자리하면 검열과 단죄의 구실이 된다. 어떤 해석도 도덕적이지 않으면 이단이 된다.살인자의 살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모든 창작물에 살인을 넣지 않는 꼴이나 다름없다.

그들의 해명 그대로, 아이유의 `제제`와 로타의 `교복`은 모두 법적인 나이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순수라는 이미지를 환유하는 소품으로 쓰였을 뿐이다. 그러한 시도가 심히 이례적이거나 파격적인 것도 아니다. 영화 `레옹`이나 소설 `은교` 등이 대표적인 경우로, 위 작품 모두 미성년자의 섹슈얼리티를 다뤘다. 그런 코드가 불쾌하든 불쾌하지 않든, 감상이라는 행위는 현실에서의 금기를 인지하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서의 로리타 코드는,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소아 성애 취향으로 정의하려는 지점에서 문제다. 그것은 창작자나 그 창작물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수용자를 잠재적 페도필리아로 규정하려는 폭력으로 기능한다.

창작에 오답은 분명히 있다. 정답 또한 많을 뿐이다. 아이유와 로타의 작품이 오답이라고 생각한다면 건전한 비평을 통하면 된다. 창작자를 비난하고 사과와 해명을 촉구하면서 답안지 제출 자체를 막아선 안 된다.

획일화된 해석에 맞춘, 도덕적으로 온전한 작품만 가능한 세상은 예술이 죽은 세계다.아이유가 책을 오독했을 수 있다. 로타가 세라복을 소재로 삼는 건 다소 빈곤한 상상력일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안 될 이유는 없다. 공격적인 훈계는 또 다른 공격성을 잉태할 뿐이다. 그 팽배한 분노 속에서 창작자는 움츠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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