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익경 기자가 만난 세계의 건강한 한국인-17] '버지니아 한의대학교 주태청 총장'

입력 2015-11-17 14:12  


한의(韓醫)야말로 한류를 이끌 원동력이라고 주장하는 미 동부에서 유일하게 한국인에 의해 설립되고 경영되는 버지니아 한의대학교 주태청 총장
문: 한의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며, 본인에 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답: 어린시절에 시골에서 살다보니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고무신을 신고 논에 들어가거나 고추 밭을 메다가 독사에게 물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시골이다 보니 병원도 없고, 약도 없었는데 동네에 어느 할머니께서 그럴때마다 바늘을 불에 달궈 침을 놓으면 사람들이 치유되는 모습을 봤고, 그런 모습들이 한의학과를 지망하게 된 동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문: 미국에 오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경희대 한의과를 졸업하고 인천의 한방병원을 운영했는데,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외국에 유학을 보내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주변에 기러기 아빠나 엄마들이 많았는데, 굳이 해외유학을 보낸다면 고생스럽더라도 가족이 다같이 가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월급은 적고 힘들었지만 미국 LA의 삼라한의대학의 교수로 오게 됐습니다. 99년부터 15년간 풀타임 교수와 클리닉 감독관(supervisor)을 역임했습니다.
문: 미국에서 한의대를 설립하기 위한 절차와 학교 시스템은 한국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요? 그리고 대체로 중의가 미국내 에서 더욱 유명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중의와 한의의 차이를 설명하자면요?
답: 미국에서 한의대를 설립하기 위해선 ACAOM(Accreditation Commission for Acupuncture and Oriental Medicine)의 인.허가가 있어야 하며, 주 교육청에서 인가를 받아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과정이 한국에 비해 짧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의 한의대는 석사과정으로 입학시 4년제 학사졸업장이 있거나 대학에서 최소 60학점을 이수한 자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있으며, 학교별로 따로 클리닉에서 졸업 전까지 인턴쉽을 하며 일정시간을 반드시 이수해야 합니다. 그런 것들을 고려 했을때 시간으로 따지자면 한국보다 더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중의의 경우 문화혁명 이후 공산주의의 철학적 기본을 이루는 `유물론`을 받아들이면서 추상적이고 신비적인 전통들은 배격하고 사라지게 됩니다. 즉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 것이죠. 현재 미국에서 중의는 수정된(modified)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한의의 경우는 주로 고전(classic)을 갖고 공부를 합니다. 원래의 뿌리는 사실 한국이나 대만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중국의 조선족 자치구의 모습들을 TV로 보면 옛풍습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 것 처럼 본래 고유의 동양의학의 모습들은 우리 한의가 갖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침법 또한 중국은 체침(Ashi point)위주이지만 한의는 사암침, 오행침 등 좀 더 스펙트럼이 넓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 어쨌든 중의는 미국에서 각광을 받고, 지속적으로 그 파워가 커지고 있지 않습니까? 중의는 표면적으로 커지나 한의는 아직 그 수준에는 미치지 못 하는게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답: 개인적인 이유를 들자면 한국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한의사들이 미국에 와서 한국처럼 경제적인 것이나 대우를 받지 못 하는게 가장 큰 이유이고, 중의의 경우는 중국정부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이 있으나 한의의 경우는 아직 그런 제반 여건이 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 그런 약한 제반여건 속에서도 한의를 알리고자 분투하고 계시는데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며,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답: 우선은 한의대학을 넘어서 종합대학으로 승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SL 프로그램은 물론이거니와 MBA과정, 건강 관련 학과를 증설하고 IT와 관련된 학과개설도 준비중에 있습니다. 틈틈이 지역사회나 지역 대학에서 무료 진료봉사를 해오고 있고, 유태인들이나 동남아사람들의 축제(festival)에도 참가하여 부스를 얻어 한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컬럼비아 대학의 의사들을 대상으로 associate을 만들고, 독일에서 2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암침법강의를 하고, 그 후 뮌헨과 베를린에 사암침학회를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경희대 한의대, 부산대 한의 전문대와 MOU를 체결하는 등의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한의야말로 한류를 이끌어나갈 수있는 주요 원동력이라는 것에 굳건한 믿음을 갖고, 주미 대사관이나 한국 문화원 같은 곳에 한의를 알리기 위한 행사나 책자제작 등의 협조를 구하면 그 반응들이 굉장히 소극적이고, 서부의 한의대학과 형평성 때문에 말썽이 될 수있다는 대답을 들을때마다 힘이 빠지고는 합니다. 예산도 저희가 부담을 한다고 해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안된다는 답변뿐이더군요. 이런 저런 행사에서 한의와 관련된 제품들, 이를테면 한방차나 한방에서 쓰는 향, 한방 비누 같은 것만 소개해도 한국을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될텐데 말이죠. 중국의 경우 공자체험학당을 만들어 거기서 침이나 뜸치료도 합니다. 거기서 발생되는 수익이 몇억불입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인색한 관료주의때문에 우리에게도 좋은 소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을 못하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문: 그렇군요. 학생의 구성은 어떻게 이뤄져있고, 그들이 왜 한의를 선택한다고 보십니까?
답: 7-80%가 미국 현지인(native American)들이고, 대부분이 메디컬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리치료사(physical therapist), 간호사, 마사지 테라피스트(massage therapist)같이 메디컬 필드에서 현직에 있으면서 자신의 스페셜티(specialty)를 확대할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고요, 태권도 사범들이나 유학을 와서 한의사 면허를 따기위해 공부하는 학생들 또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한의를 선택하는 이유들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의 친구를 예로 들자면, 그 친구는 중앙대 가정의학과 의사로써 하루에 300-500명의 환자를 보았습니다. 주로 하는 일이 해열제, 항생제, 소염제를 처방하는 일이었고, 그런 생활을 하다보니 자신 스스로가 의사인지 기계인지 모르는 회의에 빠졌습니다. 그 후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에서 한의학 공부를 하고서는 이게 진짜 의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의학은 언어와 같다고 할 수있습니다. 정형화 된것이 아니니 상황에 따라 맞춰서 써야합니다. 같은 밥을 먹더라도 어떤 사람은 멀쩡하고 어떤 사람은 탈이 나듯 사람과 상황을 정형화 할 수 없다는 것이 한의학의 입장이고, 그런 인식들이 점점 대중화되어 가고, 미국현지인들도 그런 것을 인정하고, 배우고자 하는게 한의를 배우러 오는 학생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보여집니다.
문: 미국 현지인들이 어떻게 한의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직업으로써 한의사의 향후 전망과 총장님 의 계획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답: 미국사람들도 점점 화학성분의 약(chemical drug)이나 수술법보다는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거의 없는 한의학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다만 서양의학이 꼭 필요할때가 있고,동양의학(한의)이 더욱 유용할때가 있습니다. 상호협진이 이뤄지는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미국에서는 보험이 얼마나 커버해주느냐가 의료인들에게는 중요한 이슈인데 오바마케어 같은 경우, 캘리포이나에서는 침구치료(acupuncture)가 포함되고 있으며, 다른 주에도 지속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런 걸 볼때 직업으로써 한의사의 수요도 더욱 늘어날 것이고, 전망은 밝다고 할 수있습니다. 미국내에 한국 한의사들이 나와있지만 학교에는 잘 없습니다. 저는 앞으로 한국처럼 내과나 소아과 등 세분화하여 한의 대학원을 만들어 더욱 전문화된 한의 인력을 배출해나가는 것이 저의 바램이고, 성공적인 한의학의 해외진출을 위해 더욱더 아낌없는 노력을 해나갈 것입니다. (현장인터뷰 강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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