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선후배의 낯선 환담‥관료에 울고웃는 농협

김정필 부장

입력 2015-11-20 00:00   수정 2015-11-20 08:19



“여기 금융당국도 와 있지만 핀테크 규정이나 이런 부분 시장에서 움직이는 부분 지원해 주면 되거든..(중략) 그러면 다들 따라갈 것이고 금융위가 좀 도와주고” (김용환 NH금융 회장)

“모든 방면에서 최대한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원래는 임종룡 위원장께서 오시려고 했는 데 눈치가 보여서, 정찬우 부위원장은 국회 업무로 인해 고승범 상임위원이 오시게 됐다” (NH농협 중견 간부)

금융당국자와 금융사 CEO, 행시·상임위원 선후배 어느 것이 먼저일까요?

꼭 따져볼 만큼 중요한 사안은 아니지만 분명 금융권 공식 행사에서 보기 드문 낯선 풍경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19일 오전 10시 NH농협은행이 서울 충정로에 ‘핀테크현식센터’를 개소하고 금융위원회, 한국S/W산업협회, 핀테크센터, 핀테크 유관기업 등 내·외빈을 초청해 센터 개소의 의미와 시설, 향후 계획 등을 소개하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좌장(座長)이 누구인가 해서 명단을 알려달라 하니 고승범 금융위 상임위원의 이름이 들려왔습니다.

핀테크라면 현 금융위원회 수장이자 전 NH농협금융 회장인 임종룡 위원장이 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NH농협금융과 은행, 핀테크센터 관계자들에게 전임 회장이기도 한 임종룡 현 금융위원장이 참석하지 못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NH 관계자들은 “전임 회장이시기 때문에 더 오기가 힘드시다”며 “핀테크에 관심도 많으시고 해서 오고 싶어하셨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정찬우 부위원장께서는 국회 일정 등이 있어, 고승범 상임위원이 참석하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여졌습니다.

*"임종룡 위원장, NH농협 친정 나들이 녹록치 않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임종룡 위원장께서 전직 NH농협 회장이셨기 때문에 되레 친정에 오는 것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예를 들어 금융관련 인·허가때도 뒷 말이 무성할 수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지 않겠냐”며 일련의 애로사항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배경을 듣는 사이 어느 새 김주하 NH농협은행장과 김학현 NH손보 사장, 김용복 NH생명사장,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등 주요 계열 CEO들이 속속 도착했고 김용환 회장도 곧 도착하며 핀테크혁신센터 관계자, 핀테크 기업 대표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행사의 좌장인 고승범 금융위 상임위원이 잠시 후 도착하자 김용환 회장은 “상임위원이 된 것 축하한다”며 악수와 덕담을 건네며 행사의 좌장을 맞이했습니다.

금융위원회를 대표해 현장을 찾은 고승범 상임위원과 맞은 편에 앉은 김용환 NH금융 회장은 어찌보면 금융당국자와 금융사 CEO간의 만남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도 오버랩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김용환 회장 특유의 소통과 격이 없는 어투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 인사는 따지고 보면 행정고시 선후배이자, 상임위원 선후배 이기도 한 이유 때문입니다

*김용환·고승범, 행시 선후배이자 상임위원 선후배
김용환 회장은 행시 23회로 금감위 공보관, 금감위 국장 등을 거치며 엄연히 관료 선배이고 햇수로 따지면 꼭 8년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고승범 현 금융위 상임위원은 행시 28회로 김용환 회장의 행시 다섯 기수 아래가 되고, 상임위원 역시 8년이 지난 올해 그 바통을 물려받은, 상임위원으로서도 격차가 적지 않은 셈입니다.

핀테크혁신센터 개소식 정식 행사에 앞서 센터내 한 켠에 자리잡은 회의실에서 모인 내빈들은 간단히 핀테크 사업 현황, NH농협의 역할, 업계 이야기 등 환담을 이어갔습니다.

보통 금융업권 간담회나 행사 때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의 수장들이 좌장이 되곤 하는 데, 말 그대로 ‘갑(甲)’이기 마련입니다.

대변인 출신에 소통의 달인,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좌중을 이끄는 능력이 출중한 김용환 회장은 환담 내내 대화를 주도했고, 차분하고 입이 무겁기로 정평이 난 고승범 상임위원은 행시와 상임위원 선배인 김용환 회장을 감안한 듯 예의바른 자세와 표정, 존대로 질문에 답하고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주변에 있던 NH농협 주요 계열 임원과 실무진, 핀테크 센터 관계자들의 표정이었습니다.

보통 금융당국과 금융사들간 간담회 등 소통의 장이 마련되면 대개 계열 임원이나 실무진들은 경직돼 있기 마련입니다.

관료 출신 회장의 주도적인 의견 개진과 금융당국에 대한 직접적인 당부 등이 이어지자 “말도 많고 탈도 많기는 하지만 역시 관료 출신이..”라는 표정이 역력하고 여유자적가게 까지 보였습니다.

눈치를 보고, 경직되고 당국자들의 코멘트 한 마디 한 마디의 행간을 읽어내야 하고 추후 세부 액션을 취해야 하는 다른 금융사들과 금융·감독당국 주최 행사, 이벤트의 그것 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 셈입니다.

김용환 회장이 핀테크와 관련한 언급이 이어진 가운데 “여기 금융당국도 와 있지만 핀테크 규정이나 이런 부분 시장에서 움직이는 부분 지원해 주면 되거든..(중략) 그러면 다들 따라갈 것이고 금융위가 좀 도와주고”라며 당국의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금융위가 도와주고"‥"최대한 지원하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승범 상임위원은 “모든 방면에서 최대한 지원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한 답변 역시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마저 들게 했습니다.

물론 임종룡 위원장이나 정찬우 부위원장이 참석했어도 비슷한 상황이기는 했을 같다는 생각입니다.

정찬우 부위원장은 행시 출신, 관료 출신이 아닌 학자 출신이어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 변수가 많지만, 임종룡 위원장의 경우는 행시 24회로 김용환 회장 보다 한 기수 아래인데다 재정부 직속 후배이기도 하고 유연하기로 소문이 나 있는 만큼 임종룡 위원장 역시 이 같은 분위기의 흐름을 깨지는 않았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김용환 회장은 금융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인 API 방식과 관련해서도 “API방식 우리가 처음이고 금융위에서 우리 것을 가지고 같이 공동으로 하자고 했는 데 우리 농협이 하지 말자고 했다”며 `우스갯 소리 반, 진담 반` 격으로 금융위와 관련해 농(弄)을 건넵니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김용환 회장이 고승범 상임위원에게 `차(茶) 라도 한잔 하고 가라`고 말을 건네는 순간 핀테크센터 관계자는 `기자들이 회장님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다`며 인터뷰 위치로 이끌자 결국 고승범 상임위원은 다시금 행사장에서 퇴청을 하는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헤프닝도 더해졌습니다.



행시 윗 기수, 상임위원 선배인 관료 출신 회장의 파워를 세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NH농협에는 많은 관료 출신 회장들이 오고 갔습니다.

의전을 중시하는 불같은 성정과 중앙회와의 마찰 등으로 가장 모시기 힘든 회장으로 NH 관계자들이 주저없이 꼽는 행시 14회 출신 신동규 전 회장.

우투 증권 인수, 중앙회와의 관계 개선 등 합리적이고 짧은 재임기간임에도 나름의 족적을 남긴 CEO라는 평을 듣고 있는 임종룡 현 금융위원장.

물론 현직 금융수장이라는 부분에서 오는 인·허가 과정의 애로, NH농협이나 중앙회 연관 행사에 참석해야 할 때 신경을 써야하는 세간의 눈치 등 임 위원장에게도 NH농협에게도 관출신 CEO·현직 금융수장과 관련해서는 부수적인 어려움으로 다가가곤 할 것입니다.

*NH 관료 출신 CEO 對官 아슬한 줄타기
그리고 현재 NH농협금융 회장인 김용환 회장 등 관료 출신 수장들이 다수 거쳐가는 NH농협은 이들 CEO로 인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때로는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들기도 합니다.

금융당국, 감독기구 등과의 관계를 놓고 볼 때 사실상 중앙회 중심의 NH농협이 은행법보다는 농협법 위주인데다 정무위보다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의 관리감독, 영향권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금융당국은 어찌됐건 상당히 어려운 존재이기 마련입니다.

관료 출신 수장들로 인해 이러한 부분에 상대적으로 수월한 측면이 있다고 NH농협 임직원들은 스스럼 없이 말하기도 하고 감독기구 등에서도 NH농협 중앙회 다루는 것이 여타 금융사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금융위나 금감원이 여타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등을 소집해 연봉 반납이나 성과연동,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을 요구할 때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분위기는 관료 출신 회장들이 오는 NH금융 주최 행사에서나 볼 법한 상황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관료출신 CEO들로 인해 때로는 뭇매를 맞기도 하고 눈치를 봐야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갑(甲)을 모셔야 하는 자리에서도 한층 수월해 지는 측면, 을(乙)의 입장에서 덜 경직되고 대관, 민원 측면과 관련한 덜 타이트한 관리감독 체계 때문인 지, 현장 관계자들의 표정은 이렇게 말하는 듯 보였습니다.

"확실히 관료출신 CEO가 이럴 때 좋기는 좋단 말이야”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관계가 먼저일까요. 행시·상임위원 선후배 관계가 우선되어야 할까요. 아니면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일까요, 결국 공(公)과 사(私)를 구별해야 하는 문제겠지만, 관점의 문제일 뿐 정답은 없어 보입니다.

농협이라는 특수성, 관료출신 CEO와 현직 관료라는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여느 때와 같은 금융당국자와 금융지주·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볼 수 없는 낯선 풍경이었다는 점만은 확실히 분명해 보입니다.

행사 후반부. VIP들과 NH농협 관계자, 핀테크 기업 관계자들이 손을 들고 목청껏 소리 높여 외친 구호는 다름 아닌 `금융을 열어 세상을 바꾼다!` 였습니다.

이번 개소식에서 만큼은 당국과 금융사간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열리긴 열렸고 바뀌기도 많이 바뀐것 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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