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에 관한 은밀한 이야기] '굴욕 3종세트'의 오해와 진실

지수희 기자

입력 2015-11-28 00:00   수정 2016-02-01 16:28

10달동안 뱃속에 품고있던 아가를 만나는 날.

긴장과 설렘에 앞서 거쳐야할 과정이있다.

엄마들에게 `굴욕 3종세트`로 이름지어진 관장, 제모, 회음부절개 3가지다. (일부에서는 관장, 제모, 내진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관장은 자연분만시 힘을 주는 과정에서 아이가 아닌 민망한 `그것`이 나올까봐 의료진과 엄마가 서로 예의를 지키는 과정이다.

또 아기와 함께 `그것`이 나오게 되면 아기한테도 위생상 좋지 않을 뿐더러 직장에 변이 차있으면 아기가 나올 길이 좁아지기 때문에 길을 조금이라도 넓혀주기 위한 작업이다.

필요한 과정이지만 이에대한 거부감은 출산을 경험한 엄마들의 경험담을 통해 알 수 있다.

"왠 빨래비누 냄새나는 액체를 호스(또는 주사기)를 똥X에 꼽아 집어넣은 후 5~10분을 참으라고 하는데 못참고 바로 화장실 갔어요"
"관장하다 진이 다 빠져서 진통하는데 정신 혼미ㅠㅠ 근데 관장해도 전혀 안나오는게 아니던데요"

어떤 산모들은 관장을 하지 않아도 `그것`이 나오지 않는 산모도 있다.

`자연관장`이 가능했기 때문.

출산일이 다가오면 아기가 자궁아래까지 내려와 머리로 장을 압박하면서 변이 자연스럽게 비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유도분만을 하게 되면 아기가 나올 준비가 덜 돼 자연관장이 어럽다.

이 때문에 자연관장은 자연출산을 시도한 산모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또 다른 굴욕 제모.

출산 직후 간호사들이 면도기를 들고와 `쓱쓱싹싹 금방 해버린다`는 제모가 싫어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고 출산하는 산모도 있다.

자연분만은 질 입구를, 제왕절개는 절개를 하는 배 주변을 주로 제모 하게 된다.

제모는 체모나 모공에 붙어있는 세균이 아기나 산모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는 의견 때문에 시작됐다.

1900년 하버드 존 호킨스에서는 질 주변의 면도를 통해 산욕열을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을 표준지침으로 삼았다.

하지만 1922년에는 단순히 비눗물로 치골부위를 닦는 것만으로도 감염 예방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1971년의 연구에서는 오히려 제모를 한 여성이 면도 할 때 생긴 상처 등을 통해 감염의 확률이 높아졌다는 결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산모들이 제모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회음부 절개 후 꿰매는 과정에 `의사`가 대비하기 위함이다.

아주 옛날 집에서 아기를 낳던 시절에는 위험에 대처할 방법이 없어 아기와 산모의 출산중 사망비율이 높았다.

이후 의학기술 발달, 산업혁명 등으로 병원이 많아지면서 병원에서 아기를 낳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남자의사가 다수였다.

출산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자`보다는 `의사`에, `인권`보다는 `안전`에 초점이 맞춰졌다.

수술방의 눈부신 형광등, 탯줄을 빨리 잘라 아이의 엉덩이를 때려 울음을 터뜨리는 등의 방법이 비판적으로 생각 될 새도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회음부 절개 역시 마찬가지다.

병원 출산 초기에는 `겸자`라고 하는 쇠로 만들어진 집게로 아기의 머리를 집어당겨서 꺼내는 `겸자 분만`도 쉽게 선택됐다.

아기가 나와야 하는 길 조차 좁은데 여기에 기구를 넣어야 하니 당연히 회음부를 넓혀야 했고 절개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이유 외에도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을 경우 질이 오히려 방사형으로 찢어지는 산모도 있어 예방차원에서 한 방향으로 찢어 다시 봉합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산모가 몸을 이완해야 할 때 힘을 빼지 않고, 억지로 힘을 주면 방사형으로 찢어질 수 밖에 없다.

또 외국과는 달리 동양여자들은 골반이 작고, 아기의 머리는 크다는 이유 등으로 회음부 절개가 자연스럽게 정착된 것이다.




(사진=SBS스페셜 자연주의 출산)


그렇다면 자연주의 출산에서는 어떻게 회음부 절개를 거치지 않고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우선 자연주의 출산의 경우 출산 전부터 호흡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운다. 또 아이가 나올 준비가 됐을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 주기 때문에 엄마의 몸상태도 그에 맞춰진다.

실제로 과거 유도분만을 시도했던 자연주의 출산 전문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위험 예방차원`에서 진행된 여러가지 일들에는 불필요한 것들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A의사는 "산과 교과서에 아기의 머리가 나오기 전에 내회전을 하고, 머리가 나온 후 외회전을 거쳐 어깨가 나온다고 돼있다. 하지만 머리만 나온 상태에 시간이 지체되면 `견갑난산(태아의 머리가 만출된 후 어깨부위가 산모의 치골 결합 부위에 걸려 분만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의 위험으로 아기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1분안에 아이가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라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외회전을 기다리지 못하고 외회전을 `시키기` 때문에 아기가 자연스럽게 스트레칭 된 상태로 나오는게 아니어서 회음부 파열이 생긴다"며 "하지만 2분 정도가 지나면 아이가 스스로 외회전을 해 어깨까지 만출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자연주의 출산이 모두에게 옳은 것이 아니다.

모두에게 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사람마다 살성, 체력, 고통을 감내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가 가장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또 다른 굴욕으로 불리는 `내진`의 경우에도 태아가 골반 내로 얼마나 진입했는지, 특히 무통주사의 경우 자궁문이 3~7Cm정도 열렸을 때 맞아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확인히 필요하다`는 의사도 있지만 내진 없어도 나올 때 되면 다 나온다는 의견도 있다.

관장, 제모, 내진, 회음부 절개 평소에 해보지 못한 경험에 굴욕적이라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우리의 어머니들이 모두 했던 경험이다.

`엄마`는 부끄러운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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