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이란 원화계좌, 우리은행 매각 마중물로"

김정필 부장

입력 2016-02-05 00:00  


“이란 원화계좌 자금 국내주식·채권 투자 허용 검토중인 데 자금 일부가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유입되면 민영화의 마중물될 것” (금융권 관계자)
“투자 허용시 이란 측은 원화계좌 수익률보다 높고 안정적인 투자처 찾을 것, 정부가 적극 나서면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촉매제 될 수 있다. 정부 의지 문제”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
“우리은행 포함해 국내 은행주 해외 투자자에게 외면받는 것 당국·정부의 개입 크다는 인식 때문, 그게 가장 큰 디스카운트 요인” (A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

정부가 이란의 국내은행 원화계좌를 유지하기 위해 이 자금에 대해 국내 주식이나 채권 등에 대한 투자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경제 제재에서 막 해제된 이란은 족쇄가 풀리자마자 묶여있는 자금들에 대해 더 나은 수익처를 찾기 시작했고, 우리 정부에 원화계좌 수익률이 너무 낮다며 불만을 전해 온 것이 그 출발점입니다.
현재 3조원대로 추산되는 이란의 원화결제 대금은 우리나라와의 원유 거래 구조를 감안하면 향후 더 큰 규모로 쌓여 갈 공산이 높습니다.
이 돈이 빠져나간다면 어찌됐건 자본 유출입니다.
*재정당국 “이란 원화계좌 한국물 투자 허용 검토”
정부는 부랴부랴 대표단을 꾸려 이란 설득 작업에 나섰고 당근을 안기기 위해 묶여 있는 자금에 대해 한국물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검토에 나섰습니다.
투자가 되면 국내은행 결제계좌에서 빠져 나가도 국내에 상장된 기업 주식이나 채권 등 유동성이 있는 한국물에 유입돼 결국 이란 자금은 국내에서 머무르게 되는 셈입니다.
금융권과 증권가, IB 업계에 ‘투자가 허용될 듯 한데 어떻게 보느냐’를 묻던 중 관심이 갈 만한 이야기가 들려 왔습니다.
중동 국부펀드와의 지분매각 협상과 관련해 최근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지지부진해진 우리은행 민영화와 관련된 이슈와 연결됐습니다.
이란 원화계좌 자금이 교역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로 연결될 경우 일부 금액이라도 우리은행 지분 매입에 유입되도록 하면 ‘양수겸장(兩手兼將)’ 아니겠냐는 것입니다.
*이란 자금, 우리銀 지분매각 연계시 ‘양수겸장(兩手兼將)’
이란 자금도 유출 없이 유지되고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쓰일 수 있는 일거양득의 `묘수`인 셈입니다.
정부가 절반가량의 지분을 들고 있는데 답보상태인 우리은행 민영화, 지분 매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단순히 정부가 들고 있는 지분이니 이란에 투자를 권유하자가 아니라, 우리은행의 최근 펀더멘털이나 향후 민영화 재개에 따른 수익 등을 감안하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견해였습니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순익 1조원을 돌파했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을 크게 낮추는 등 수익과 건전성 등에서 개선이 두드러졌습니다.
여기에다 배당 면에서도 투자처로 손색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3월 500원, 7월 250원 등 주가 대비 고배당 성향을 보인 바 있고 아직 이사회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올해 역시 적지 않은 배당을 할 것으로 증시에서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수익·건전성·배당·저평가 모멘텀
수익성과 건전성, 배당 수익, 여기에 이란 원화계좌 자금 유입에 따른 지분매각 움직임이 재개되는 데 따른 주가 상승 등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업권내 PBR과 비교할 때 우리은행은 현저히 저평가 돼 있는 점도 메리트로 꼽힙니다.
이란의 원화계좌 수익률이 예·적금 보다 못한 1%대 중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에 배당수익, 저평가 등 이란 측에 투자를 제안해 볼 만 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원화계좌 자금의 주체가 이란 석유기업이지만 중동 대부분이 그렇듯 왕실이나 사실상 정부가 소유한 국영 형태, 정부 크레딧 성격인 만큼 투자로 연결되면 또 다른 투자를 부르는 마중물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이란 자금, 진전없는 중동 국부펀드 지분매각의 `마중물`
금융위와 공자위가 중동으로 날아가 한창 지분매각을 논의했다가 최근 잠잠해진 현지 국부펀드, 여타 해외 투자자들의 직간접 투자를 유인하는 일종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고 시장은 설명합니다.
관건은 이번 이란의 원화계좌 유지와 관련해 국내 주식· 채권투자 허용을 검토하는 것 외에 이란 제재 해제에 따른 경제적 효과·파장에 접근하는 정부의 시각입니다.
각 국이 이란 교역 확대, 자본 유치, 수출입·, 인프라 구축, 수주 등을 위해 대통령과 총리, 국가 원수들이 직접 나서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까지 시선을 둘 만한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은행 민영화, 금융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렸나
경제협력, 교류, 자본·자산 유치 등 이른바 거대 담론에 포커스가 맞춰져 정부로서는 상대적으로 미시적 사안인 우리은행 지분 투자 의사 타진까지는 염두해 두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금융지주사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개혁, 성과주의, 중금리대출 등에 역점을 두고 있는 금융당국이나, 공자위도 그만한 여유가 있지 않다”며 “정부가 관심과 의지를 갖고 진행하지 않으면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가 허용된 이후의 일이지만 이란 측이 원화계좌 수익률보다 높은 투자처를 찾을 때 어느 정도 참고 데이터, 추천 등을 받을 것”이라며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투자처로 나쁘지 않은 우리은행도 그 리스트에 이름 올릴 수 있지 않겠냐”라고 언급합니다.
하지만 우리은행 지분 매각은 민영화 재개 초기에 비해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모양새입니다.
금융수장인 임종룡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 질문에 “국제유가가 하락에 따른 산유국의 어려움으로 중동 국부펀드와는 진전이 없다”며 “협상과 논의를 계속 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 되풀이했습니다.
이에 더해 현 정부 출범이후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매년 빠지지 않았던 우리은행 매각은 웬일인 지, 올해 업무보고서에서는 자료 어디를 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시무식에서는 그나마 정부 소유 지분의 매각이라는 언급이라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우리銀 민영화, 당국 업무보고·금융개혁 방안에서 빠져
2010년 이후 우리은행 민영화가 진행될 때 마다 진동수, 김석동, 신제윤 전 위원장 등 금융수장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조속한 민영화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은행 민영화 문구는 업무보고에서나, 2단계 금융개혁 자료에서는 빠져있었고 그 대신 크라우드펀딩, 금융 성과주의 도입, 중금리대출 활성화 등의 내용이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은행 매각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민영화에 다시 손을 댄 것은 다름 아닌 현 정부 입니다.
경영권 매각 등 통으로 파는 것이 여의치 않자 우투 패키지, 지방은행 분리 매각 등을 통해 괜찮은 알짜 매물에 부실한 일부 계열을 끼워 파는 데까지는 성공하며 묵은 과제인 민영화에 성과를 내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계열 분리매각, 지주사 해체 이후 마지막 퍼즐이라 할 수 있는 우리은행 매각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지분매각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습니다.
당국이 성과주의 등 금융개혁에 역점을 두며 우리은행에서 시선이 멀어지는 사이 3조원에 달하는 이 자금의 일부라도 지지부진한 우리은행 매각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금융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우리은행 매각 수수방관‥관치아래 정책금융 활용만
수년간 실패했던 우리은행 매각에 불을 붙여 증권과 지방은행 등 계열사를 매각하며 가용할 수 있는 팔과 다리가 떨어져 나간 상태로, 우리은행만 덩그러니 내버려 두고 있는 양상입니다.
사업다각화, 중금리대출, 계열간 협업 등을 위해서는 증권사도 필요하고 저축은행도, 보험 계열도 필요하지만 ‘민영화를 위해 우리은행 기업가치를 제고해 달라“는 당부만 재차 건네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의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추락한 데는 당국 등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은 데 기업가치 제고, 공적자금회수의 기준점이 되는 주가는 알아서 하라는 훈수뿐입니다.
기업가치를 올리라는 당국의 주문에 부랴부랴 부실여신을 떨구고 영업 드라이브를 걸어 수익·자산 증대에 나서 보지만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주가를 부양하는 데는 은행 특성상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해외IB “韓 은행업 최대 디스카운트 요인은 금융 당국”
해외 IB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 “해외의 시각은 국내은행이 당국의 개입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을 기업가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본다"며 "개별기업이었다면 은행들은 주가와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개혁, 성과주의, 기업구조조정 등 각종 정책에 은행을 동원하고 계속 관치의 발 아래 두려 한다는 볼멘 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어찌보면 우리은행 민영화를 통한 금융사간 경쟁 유도, 기업구조조정 역할 분산 등 금융개혁의 한 축은 놓아 둔 채, `또 다른 형태의 관치로 흘러가고 있는 성과주의에 치중한다면 금융업 경쟁력이 높아질 리 만무하겠냐`는,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꼬리표는 떼어내기가 앞으로도 요원할 것이 자명합니다.
우리은행 민영화, 지분매각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우리은행 측은 이란발 모멘텀 활용을 위한 세부 검토에 착수하며 어떻게든 실마리를 찾아보려 안간힘을 쓰는 중입니다.
*우리은행, 2월말 이란 현지에 글로벌 그룹장 파견 `안간힘`
2월 설 연휴 이후 행장이 처음으로 나서는 유럽과 싱가포르 해외IR 일정과는 별도로 2월말 산업부가 주도하는 이란에서의 컨퍼런스에 글로벌 그룹장인 손태승 부행장을 파견하는 방안이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어제 한국경제TV 기자와 만나 “이번 IR 등 해외 일정은 결국 투자자를 모으러 가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며 “재무적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유입이 된다면 그 목적이 달성되는 것 아니겠냐”며 지분 매각, 민영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나름의 자구 노력을 이어나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이란발 모멘텀이 지지부진한 우리은행 지분 매각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의외로 우리은행 민영화는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 중심으로 제기되는 견해중 하나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란 원화계좌 자금의 주식·채권 투자 허용이 확정되어야 하고 이란 측이 투자처로서 우리은행에 관심도 보여야 하고, 여기에 당국 등 정부가 민영화에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다수의 대전제가 깔려야 합니다.
정권 초기 금융산업 선진화,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내세워 거창하게 우리은행 민영화를 발표한 이후 계열 매각 등 일정 성과를 올리기는 했지만 최근에는 한 발 빼는 모습으로 당국이 책임감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을 업권내 `왈가왈부`로 치부하기에는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금융권내 비중이 작지 않습니다.
*"민영화 또한 금융개혁‥용두사미(龍頭蛇尾) 되어서야..“
‘용두사미(龍頭蛇尾)’. 시작은 그럴 듯했지만 끝이 흐지부지한, 우리은행 민영화가 되지 않도록 당국과 정부가 금융권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시점입니다.
우리은행 민영화 또한 성과주의 도입, 핀테크 못지않게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큰 틀에서 본다면 금융개혁의 한 축이 아니겠냐는 금융권의 제언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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