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주', 시대를 넘나드는 청춘의 자화상 [리뷰]

입력 2016-02-0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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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영화 동주 스틸컷<i></i><sub></sub><sup></sup><strike></strike>

"산모퉁이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 `자화상`의 구절이다. `자화상`은 영화 `동주`에 등장하는 열세 편의 시 중에 이 영화의 주제와 가장 가깝다. 민족 시인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아닌, 한없이 부끄러워하는 청년 윤동주와 행동하는 양심 송몽규의 자화상을 담았다.

영화는 윤동주(강하늘 분)와 송몽규(박정민 분)가 일본 후쿠오카 감옥에서 취조받는 장면으로 시작해 그들이 일제의 마루타로 생을 마감하던 순간까지를 그렸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방식으로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를 겪었던 윤동주와 송몽규의 인연을 소개한다.

영화 속 동주는 시인을 꿈꾸지만 반대하는 부모님과 갈등하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수줍음 많은 청년이다. 그는 자신보다 일찍 신춘문예에 당선된 사촌 몽규를 질투하면서도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그를 동경하고 자신의 초라함을 느끼기도 한다.

사진출처-영화 동주 스틸컷

이 영화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윤동주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할애하지 않는다. 윤동주의 삶을 좇으며 송몽규의 일생도 심도 있게 조명한다. 윤동주보다 석 달 먼저 태어난 독립운동가 송몽규. 그들은 일생을 함께했지만, 또 함께하지 못했다. 문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고, 독립운동에도 의견 차이가 있었다. 송몽규는 비록 윤동주처럼 후세에 널리 기억되지는 못했지만 과정이 누구보다 아름다운, `행동하는 양심`이었다.

우리가 기억하는 윤동주 시인의 이미지는 흑백 사진 속에 있다. 이준익 감독은 그 느낌을 그대로 옮기고자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으로 제작했다. 색채를 뺀 영상은 배경보다 배우들의 연기와 표정에 집중하게 만든다. 화려한 영상미는 느낄 수 없지만, 포장이나 가식 없는 진정성이 돋보인다.

또 제작비 5억 원의 저예산 영화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대략 200억 원의 예산이 든다. 이준익 감독은 윤동주 시인을 영화화했을 때 대중에게 외면받거나 상업적으로 실패하면 앞으로 이런 종류의 영화가 나오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저예산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적은 예산으로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윤동주의 삶은 마땅히 이런 방식으로 세상에 나와야 했다.

결국 저항에 실패한 송몽규와 저항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윤동주의 모습에서 시대는 다르지만, 절망을 느끼고 있는 청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보인다. 시대를 막론하고 청춘에게 세상은 때론 두렵고 제 손으로 바꿔야만 하는 무엇이다. 암울한 시대에 맞선 양심들을 그린 이 영화는 시대를 넘나들며 청춘의 자화상을 모노톤의 색채로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 `동주`는 당대의 청춘 윤동주의 삶을 통해 부끄러운 사실을 모르는 게 가장 부끄럽다는 것, 그 가치에 대해 담백하게 말한다.

영화 `동주`는 오는 2월 1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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