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기를 포기한 KB손해보험, 투지도 의지도 없었다

입력 2016-02-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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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형 감독 (사진=KB손해보험)

프로에서는 승패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정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승리한 경기는 과정이 좋지 않더라고 해도 이겼으니 그만이다. 하지만 패배한 경기는 다르다. 그 과정이라는 것이 대단한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질 때는 지더라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면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의지와 투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프로의 자세이자,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에 대한 예의다.

하지만 KB손해보험은 홈 팬들 앞에서 동호회 수준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무기력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17일 구미에서 펼쳐진 현대캐피탈과 홈경기에서 KB손해보험은 세트 스코어 0-3으로 패하고 말았다. 최근 분위기와 객관적인 전력을 고려했을 때, 현대캐피탈의 승리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또한 셧아웃 패배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KB손해보험은 경기를 하겠다는 의지도 없었고, 뭔가를 해보려는 투지도 없었다. 이런 모습들은 스스로가 프로이기를 포기한 것이었다.

선수 본인들은 승패를 떠나 혹은 과정을 떠나 이미 계약이 되어 있는 만큼 연봉을 지급받는다. 그런데 시간을 투자하고 입장료를 지불하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과연 무슨 죄가 있는 것일까. 전력이 약해서 패하든, 꼴찌를 하든 이것은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적어도 프로라면 경기장을 찾아주고 응원을 해주는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의지라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KB손해보험은 시작부터 의지도 투지도 없었다. 외국인 공격수 마틴은 올 시즌 V리그에서 가장 떨어지는 외국인 선수다.(우리카드 제외) 그럼에도 국내 선수들이 그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설령 KB손해보험이 약체라 팀에 불만이 있다고 해도 썩 좋은 활약도 하지 못하면서 팀원들을 불편하게 해야 할까? 사실 올 시즌 마틴보다 김요한이 팀의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상항이다. 본인도 팀에 계륵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불만이 있다면 어차피 봄 배구도 일찌감치 물 건너간 마당에 팀을 떠나는 것이 더 낫다.

또한 팀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김요한은 이날 무슨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는지 알 수 없는 수준이었다. 김요한은 7득점 공격 성공률 36.84%를 기록했다. 그런데 단순히 득점과 공격 성공률의 수치가 문제가 아니라 플레이를 하는데 있어서 하고자 하는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상대가 연타로 넘긴 볼을 그냥 보고만 서있기도 했다. 아무리 상대가 강하고 상황이 어렵다고 해도 팀의 간판선수이자 중심이라면 본인이 좀 더 집중을 하고 경기를 했어야 했다.

이 밖에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서브 범실. 세터들은 토스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격수들에게 3단으로 넘겨주는 것을 연습시키는지 구분이 가지 않는 수준이었다. 상대가 어렵게 넘긴 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득점을 허용하는 수비. 전선수가 하나가 되어 아무런 생각 없이 코트에 서 있었을 뿐이었다.

강성형 감독은 2세트 7-12로 뒤지 상황에서 타임을 불렀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하는 것처럼 하고 가야 할 것 아니야"라는 말과 함께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될 것이라고 힘을 모아"라고 주문을 했다. 이는 기술적이고 전술적인 것이 아니라 기본자세와 정신력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는 부분이었다.

3세트 7-12에서 다시 타임을 부른 강성형 감독은 선수들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지 않겠다"며 "쉬운 것만 부탁한다"고 하기도 했다. 과연 감독이 선수들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것일까? 특히 어떤 화려한 기술과 전술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것. 기본적인 배구를 요구하는데 프로 선수들이 할 수 없는 것일까?

이날 KB손해보험 선수들의 자세는 프로이기를 거부했다. 또한 팬들에게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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