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거장 움베르토 에코, 암 투병 중 별세…그는 누구인가?

입력 2016-02-21 00:00   수정 2016-02-2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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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작가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가 별세했다고 AFP와 dpa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84세.

이들 매체는 이탈리아 언론을 인용해 에코의 가족이 그의 사망 사실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오랜 기간 암과 싸워온 에코가 19일 저녁 9시30분쯤 이탈리아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보도했지만 그의 자택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학자이자 작가인 에코는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추` 등의 소설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거장이다.

대중에는 소설가로 주로 알려졌지만 문학뿐 아니라 역사와 철학, 미학, 기호학, 문화 비평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활약한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꼽힌다.

1932년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 주(州)의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에 가톨릭 계열 학교에서 수학했다.

법학을 공부하라는 부친의 바람에도 에코는 토리노대에서 중세 철학과 문학을 전공했다.

토마스 아퀴나스 사상에 대한 논문으로 학위를받은 그는 TV 방송국에서 문화 담당 에디터 등으로 일하면서 1950년대 중반부터 강단에 서기 시작했다.

토리노대와 밀라노대, 피렌체대 등에서 미학과 건축학, 기호학 등을 가르쳤으며 1971년부터는 볼로냐대에 몸담았다.

철학부터 컴퓨터, 영상 커뮤니케이션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지식을 쌓은 그는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비롯해 영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에도 통달한 `언어의 천재`이기도 하다.

에코는 학자로서 기호학 분야에서 일찍부터 인정을 받았지만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계기는 1980년에 펴낸 첫 소설 `장미의 이름`이었다.

이 소설은 중세 말 수도원을 무대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의 필사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을 추리기법으로 다루고 있다.

`장미의 이름`은 에코의 방대한 지식이 담긴 현학적 내용과 중층적인 전개방식 탓에 독자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음에도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아마존에 따르면 이 작품은 40여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적으로 5천만부 이상이 팔렸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1,400만부가 판매됐다고 전했다.

1986년에는 우리나라에도 소개돼 `에코 바람`을 몰고 왔다. 1989년에는 유명 배우 숀 코너리와 크리스천 슬레이터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그가 1988년 두 번째로 내놓은 소설 `푸코의 추`도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밖에 `중세의 예술과 미학`, `기호학 이론`, `독자의 역할`, `기호학과 언어철학`, `해석의 한계` 등 그가 남긴 학술 이론서들도 주목을 받았다.

이런 박학다식함과 다재다능한 면모에 대해 에코는 한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철학자로 정의하면서 "소설은 주말에만 쓴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에코는 지난해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소설인 `누메로 제로`(Numero Zero)를 출간하는 등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이 소설에서 타블로이드 언론과 음모론 등을 다루며 현대 이탈리아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그는 미디어 재벌 출신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부패와 전횡을 두고 히틀러나 카다피에 비유하는 등 현실 정치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에코는 생전에 밀라노의 아파트에서 주로 생활해왔다.

소문난 다독가로 밀라노 자택에 3만권, 우르비노 외곽의 별장에는 2만권의 책을 두는 등 방대한 장서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62년 결혼한 독일인 미술 교사 레나테 에코와의 사이에서 아들과 딸을 한명씩 뒀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에코에 대해 "유럽 지성에서 드물게 탁월한 사례"라며 "그는 과거에 대한 특별한 지식과 무궁무진한 미래 예측 능력을 겸비한 인물이었다"고 기렸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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