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치즈인더트랩’ 서강준, ‘멋진’ 배우로 거듭나는 과정

입력 2016-03-23 09:04   수정 2016-03-23 09:25




‘꿈 꾸는 배우’의 모습이었다. 최근 서울 이대 근처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배우 서강준은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의 캐릭터 ‘백인호’와의 이별에 아쉬운 소감을 전했다.

“얼마 전 광고 촬영 때문에 머리색을 바꿨는데, 거울을 보니까 인호랑 너무 달라져서 이제 진짜로 보내는 거구나 싶었어요. 씁쓸했죠. 진짜 헤어질 때인가 봐요.”

지난 3월 1일 종영한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서브남주 ‘백인호’ 역을 맡아 열연했다. 밝은 머리색과 연갈색 눈동자. 백인호를 연기하는 동안의 서강준은, 완벽한 백인호였다.

“개인적으로 백인호 캐릭터가 정말 좋았어요. 안아주고 싶은 캐릭터였고, 그래서 많이 안아줬죠. 주변에 아무도 없는 험난한 인생이잖아요. 꿈을 잃고 6년동안 등지고 살았던 것도 안타까웠고요.”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백인호는 사고로 더 이상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됐다. 친형제같던 친구 ‘유정(박해진 분)’과의 관계도 틀어지고, 하나뿐인 혈육 ‘백인하(이성경 분)’와도 의지할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누구와도 엮이지 않고. 자유롭게 되는 대로의 삶을 살던 백인호는 여자주인공 ‘홍설(김고은 분)’과 만나며 사랑의 감정을 배웠다.

“백인하, 유정과의 관계는 안쓰러웠지만, 홍설과의 관계는 괜찮았어요. 홍설을 쟁취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좋아하지만, 내 여자가 되길 바라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이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고, 이 사람도 나를 만나서 나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은 의지하고 편했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어요. 결말도 나쁘지 않아요. 헤어지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이미 관계의 골이 너무 깊어져서.”

“다만 인호가 피아노를 계속 쳤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있었는데, 다행이죠. 그 이후의 인호가 쭉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닮은 듯 닮지 않았다. 서강준은 “사실 성격은 완전히 달라요”라고 말하면서도 ‘치인트’의 캐릭터 중 가장 닮은 캐릭터로는 ‘백인호’를 꼽았다.

“알게 모르게 많이 닮았더라고요. 인호의 자유로운 부분이 닮았어요. 저도 자유롭고싶어 하는 사람이라서, 그 부분이 비슷해요. 소유욕도 없고요. 인호가 설이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고 느꼈어요. 좋아하는 마음으로 변했는데도 고백은 했지만 와달라고 요구하지는 않잖아요. 저도 누군가를 좋아하더라도 소유해야하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인호는 잠시 혼자 좋아했던 거예요. 설이와 같은 마음이 아니니까, 소유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원작 웹툰의 명성과 인기만큼, 드라마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뜨거웠다. 제작 전 캐스팅부터 스토리, 결말까지 많은 말들이 있었다.

“원작의 팬 분들이 많이 서운해 하셨던 것 같아요. 기대하셨던 원작의 내용과 달라진 부분에서 실망도 하셨을 거고요. 사실 처음부터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가는 방향성을 얘기한 드라마였어요. 개개인의 관심사와 고민을 담으려고 했는데, 원작 팬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으셨을지 몰라요. 그 부분도 당연히 이해가 되요.”

‘배우’라는 직업이 참 잘 어울렸다. 연기를 얘기하며 눈을 빛내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을 보며 어린 시절부터 배우를 꿈꿨느냐 묻자 “아니요. 전혀요”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원래 꿈은 배우가 아니었어요. 생각도 안 했던 직업인데, 신기하게도 이 일을 하고 있네요. 고등학교 때 영화를 매일 봤어요. 영화를 많이 보다보니까 ‘연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 번 배워볼까?’ 하고 연기 학원을 갔어요. 그때 푹 빠졌죠. 사실 오히려 적성에는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생각 보다 훨씬 어렵고, 배워야 할 것도 많더라고요. 단역 생활을 하면서 힘들기도 했는데, 카메라 앞에 선 배우들을 보면서 꿈이 점점 커졌어요.”




2013년 웹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으로 데뷔했다. 스물 한 살의 어린 나이에 시작한 사회생활은 힘들기도 했지만, “사실 엄청난 좌절은 없었어요”라고 말한다. 그래도 힘들었던 점을 묻는 질문에 서강준은 대중 예술을 하는 예술인으로서의 고민을 조심스럽게 내어놓을 뿐이었다.

“대중 매체라는게 대중의 평가를 받는 거니까, 대중 분들의 반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쁜 소리라고 해서 피하는 게 답은 아닌 것 같아요. 작품이 어떤 평가를 받고, 시청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하지만 그래도 가끔 질타를 받을 때는 힘들긴해요.”

이런 이유로 대중들의 댓글과 시청자의 반응은 ‘일부러 찾아 읽는다’고 씩씩하게 말하던 서강준은 상처받지 않느냐는 말에는 솔직하게 답했다.

“원래 상처받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좋아서 하는 연기니까 스스로의 만족이 제일 중요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좋지 않은 글들을 계속 읽다보니 크게 흔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상처받더라고요. 그때마다 일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극복해요. 작품과 연기, 해야 할 것들을 더 열심히 하면 되죠. 연기력 논란이면 정말 못 해서 논란이 있던 거고, 더 열심히 하면 되는 거니까요.”

앞서 2015년 MBC 드라마 ‘화정’에서 ‘홍주원’ 역을 맡아 정통사극에 도전했던 서강준은 ‘연기력 논란’으로 회초리를 맞았다. 그는 “참 버거웠다”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했다.

“많이 헤맸어요.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작품에 임했는데, 능력 밖의 일이었나봐요. 대선배님들 사이에서 극을 이끌어나가야 했는데, 참 버거웠어요. ‘아직은 아니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절망스럽고 화나고, 힘없이 무기력했죠.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인데’라는 생각에 잘 하려 하지 말고 일단 열심히 최선을 다 하자고 다시 힘을 냈어요. 마지막 회까지도 잘 못하기는 했지만, 초반보다는 조금 발전했더라고요. 나중에 경험이 쌓이고 연륜이 생기면 ‘화정’ 같은 작품에 꼭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요.”




데뷔 3년차, 지난 3년간 쉬지 않고 달려왔다는 서강준은 차근차근 자신만의 필모를 쌓아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보다 앞으로 보여 줄 모습이 더 많을 것. 그가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욕심나는 캐릭터는 영화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 역할이요. 주변 친구들이 이야기를 많이 해주더라고요. 한국판 트와일라잇이 나온다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요.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보니까 너무 매력적이고 멋진 캐릭터였어요. 실현되기 힘든 장르이기는 한데, 가능하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뱀파이어 역할이 로망이에요. 꼭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딱 지금밖에 할 수 없는 장르를 하고 싶어요. 나이에 맞게 ‘20대 청춘’들의 아픔과 성장, 질풍노도를 그리는 이야기를요. 나중에 30대, 40대가 되면 하기 힘든 장르를 할 수 있는 지금 해두는게 소중한 것 같아요. 치인트도 그런 장르였죠. 그래서 너무 좋았어요.”

스물 네 살의 청년. 연기 말고도 하고 싶은 게 많을 나이. 서강준은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엄청 무서울 것 같아서요. 사실 제가 고소공포증이 심하거든요.(웃음) 그러니까 도전이죠. ‘룸메이트’를 찍을 때 번지점프는 한 번 해봤어요. 몇 십분 걸렸지만, 성공을 하기는 했어요. 또 스카이다이빙도 해보고 싶어요. 사실 저는 하늘을 날고 싶어요. 야경, 석양 같은 풍경 보는 걸 좋아하는데, 보고 있으면 ‘날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 생에는 철새로 태어나고 싶어요. 아무 목적 없이 날아다니면서요.”

캐릭터의 섬세한 감정을 정확히 연기하고 싶어서 연기할 때 자신의 경험을 대입하지 않는다. 한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앞의 모든 대본을 읽으며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간다고. 연기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연기란게 측정기가 있는게 아니라, 주관적인 거잖아요.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는 건 끝도 없는 것 같아요. 캐릭터 하나도 배우마다 얼마든지 다른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거고. 배우 선생님들은 연기를 ‘예술’이라고 표현하시더라고요. 넓이, 높이 같은 측정 기준이 아니라 주관적인 시선으로 평가받는 거니까요.”




‘드라마 사전제작’에 대해 서강준은 “정말 좋아요”라며 긍정적인 생각을 밝혔다. ‘작품’과 관련한 책임감과 소신도 전했다.

“‘치인트’의 사전제작 시스템이 참 좋았어요. 배우 입장에서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이 많으니까 좋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제작환경이 대중분들께도 더 퀄리티 높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어 좋고요. 모니터링을 못한다는 게 단점이지만,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최근 변하고 있는 상황에 감사해요.”

“드라마를 ‘작품’이라고 표현하는 만큼, 작품은 작품이어야 하는 것 같아요. 작가, 감독, 배우들이 완벽하게 ‘작품’을 만들고 나서 대중들의 평가를 받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깊은 시선, 단정한 말투. 말하는 내내 맑은 눈빛이 예쁘게 반짝거리는 모습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강준은 ‘멋진’이라는 말의 정의를 어떻게 내렸을까. ‘어떤 사람이 멋진 사람일까요?’ 하는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또박또박 말을 이어 자신이 되고 싶은 ‘이상적인 멋짐’을 이야기한다.

“본인의 주관이 확고하고 마음이 열려있는 사람이요. 흔들리지 않고 본인의 인생을 값지게 살아가는 사람이 ‘멋진’ 것 같아요.”

롤모델로 삼고 싶은 ‘멋진 사람’으로는 배우 하정우와 유아인을 꼽았다.

“연기를 너무 재밌게 하고 있어서 그런지 직업적인 이상형 밖에 떠오르지 않아요. 두 선배님은 연기는 물론이고 색이 뚜렷해서 멋있어요. 그분들의 색이 좋아요. 그분들의 작품이 나오면 아무 의심 없이 가서 봐요. 제가 그렇게 좋아하고 나서 깨달았어요. ‘믿고 본다는 게 이런 거구나, 정말 멋있다’라고.”




현재를 ‘색을 갖추기 위한 스케치의 과정’이라고 말하는 서강준은 배우로 이루고자 하는 ‘큰 목표’는 세워두지 않았다며 “당장 눈앞에 놓인 작품이 매 순간의 목표죠”라고 웃는다. 스스로 말한 ‘멋짐’의 철학대로 ‘멋진 배우’로 거듭날 서강준의 미래가 기대된다.

“한정적인 역할을 하는 배우보다는 다채로운 캐릭터를 하면서도 깊이 있고 입체적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미지가 확확 바뀌는 캐릭터들을 보며 ‘얘가 얘였어?’라며 대중분들이 신기해하셨으면 좋겠어요.”

“‘믿고 보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런데 이건 ‘이렇게 봐달라’고 바라기보다는 제 역할이 큰 거니까, 훨씬 노력해야겠죠.”

(사진=스튜디오 아리 이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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