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해어화, 한효주의 연기 변신 '그 의미'

입력 2016-04-06 18:35  



말을 이해하는 꽃, 해어화. 끝끝내 치열했던 한 여자의 일대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영화 `해어화`가 베일을 벗었다. `해어화`는 2016년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힌 작품. 충무로가 사랑하는 배우 한효주, 천우희 그리고 유연석이 주연을 맡았다.


1940년대, 일제 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비운의 시대에 꽃 핀 처절한 사랑과 그 이면에 숨겨진 한 여자의 욕망과 회한을 담고 있다. 여성 중심의 영화가 극히 드문 극장가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는 작품. 영화는 소율(한효주)의 시선을 줄곧 따라간다.


조선 최고의 권번 중 하나인 대성권번에서 나고 자란 소율은 정가에 천부적인 소질을 지니고 있다. 권번 밖의 일은 잘 알지 못할 정도로 곱게 자란 인물이다. 이에 반해 연희(천우희)는 노름에 빠진 아버지에 의해 권번에 떠넘겨진 인물로 훗날 정가가 아닌 유행가에 소질을 드러내며 가수 데뷔를 꿈꾸게 된다. 복사꽃 같은 소율과 가시꽃 같은 연희는 서로 정반대의 매력을 가졌지만, 둘도 없는 소중한 동무로 서로를 지극히 아낀다.


그러나 상황은 서서히 비틀리고 만다. 소율의 정인 윤우(유연석)는 자신이 아닌 연희의 목소리를 탐내고, 한 평생 기생이자 예인으로서의 도리를 함께 다 하자 약속했던 친우 연희는 유행가 가수가 되기 위해 권번을 떠난다. 권번 밖의 두 사람에게 소율은 점점 생경한 감정을 갖게 되지만 모른척 애쓰며 사랑과 우정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 윤우, 그리고 단 하나의 뮤즈 연희.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소율에게 이 두 사람의 배신은 그 무게를 달리했다. "나는 정가가 좋다"던 소율은 그렇게 두 사람을 등진 채, 유행가 가수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소율은 말을 알아듣는 꽃 `해어화`, 즉 기생으로서 제 소임을 다했지만 모든 것을 잃고 만다. 티 없이 맑았던 소녀가 분노를 가슴에 품은 여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차분히 쌓이는 서사적 흐름 속에서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한효주는 떨어지는 시선, 폭을 달리한 말투 하나 만으로도 소율의 섬세한 감정 변화를 극명히 드러냈다.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 소율의 감정선은 세심한 구조 안에서 설득력 있게 드러났지만, 연희와 윤우의 감정선은 불친절하기 그지 없었다. 상상의 여지를 줬다고 하기에도 부족한 점이 있다. 이는 두 사람의 로맨스를 전형적인 악역의 포지션으로 전락시켜 버렸고, 캐릭터의 설득력마저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유연석, 천우희의 연기 만큼은 평가절하 되지 말아야 한다. 윤우와 연희가 로맨스 아닌 지점에서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력, 그 하나 뿐이다. 천우희와 유연석이 그린 연희와 윤우를 쉽게 `악역`이라 치부할 수 없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피아노를 치며 울분을 삼키던 윤우와 `조선의 마음`이 되기 위해 노래를 부르던 연희를 통해 `해어화`라는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어화`는 주목 받을 가치가 있다. 들을 거리 뿐만 아니라 볼 거리까지 즐길 수 있기 때문. 영화의 배경이 된 1940년대 경성은 근대 문물과 조선 고유의 문화가 혼재된 시기인 만큼, 화려하면서도 처참한 실상이 공존하는 시대. 그래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완성됐으며, 각각 내포하는 역할과 의미도 다르다. 그 예로 소율(한효주)과 연희(천우희)가 적을 둔 `대성권번`은 조선의 화려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 극 초반의 몰입도를 높이는가 하면, 연희와 소율이 함께 유행가를 부르던 `경성 클럽`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위치하며 비밀스러운 장소라는 의미를 더한다.


조연들의 활약 또한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이다. 최고의 권력을 지닌 경무국장 히라타 기요시 역에는 배우 박성웅이, 대성권번의 권번장이자 소율과 연희의 선생인 산월 역에는 배우 장영남이 각각의 몫을 해냈다. 또 소율과 연희를 부러워하는 삼패 기생 옥향 역으로 분한 류혜영과 조선 최고의 국민 가수 이난영으로 변신한 차지연까지, 흠 없는 연기력과 매력이 극에 재미를 더한다.


조선의 마지막 기생이자 모든 것을 잃은 한 여자의 치열한 일대기를 그린 `해어화`. 한효주의 연기 변신, 기대해도 좋다. 13일 개봉. 러닝타임 120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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