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은경 이화여대 교수 “네가 있음에 내가 있고, 내가 있음에 네가 있다”

입력 2016-05-1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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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메시아’ 5월 16일부터 5월 1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관 무용홀을 방문한 시간은 오후 7시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을 모두 마치고 학교를 나가고 있었다. 무용홀 안은 학생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발레 ‘메시아’의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었다. 그 중심에는 이화여대 무용과 신은경 교수가 있었다.

신은경 교수는 관객들에게 완벽한 기술과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그녀는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연습을 살피며 한시도 마음을 놓지 않았다. 그런 신은경 교수를 보며 그녀의 작품애(愛)를 알 수 있었다.

-‘메시아’를 만든 지 13년이 됐다. 기존에 했던 작품과 이번에 하는 작품에 변별점이 있는지?

발레 ‘메시아’는 2003년 초연 됐다. 13년이 지난 지금은 기존보다 많은 버전이 삽입됐다. 발레 ‘메시아’에 깊이 있는 인간의 내면이나 현대의 움직임을 반영하기 위해 조금씩 수정해 나갔다. 나름대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애써왔다. 그 결과 매년 공연 때마다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전에 공연을 보셨던 분들도 다시 한 번 더 찾아주셨다. 처음에는 하나의 창작물을 연구하는 마음으로 무대를 준비했었는데, 이제는 대중을 위해서 할 수 있게 돼 기쁘다. 발레 제자들이 ‘메시아’를 통해 무대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갖게 돼 행복하다. 저 스스로는 단순히 나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기 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을 전달할까?’하는 생각을 갖게 돼서 즐겁다. 메시아를 할 때마다 몸은 지치지만 마음은 항상 기쁘고 힘이 난다.

-‘메시아’란 작품을 통해서 이 시대 우리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기독교의 본질은 사랑, 평화다. 메시아가 이 땅에 온건 사랑의 모범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기독교의 관계는 ‘네가 있음에 내가 있고 내가 있음에 네가 있다’다. 그 관계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사랑’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19세기말 아무 희망도 없는 암울한 삶속에 살았다. 스크랜튼 선생은 이를 보고 여성 교육을 위해 이화학당을 세우셨다. 나도 스크랜튼 여사처럼 오늘날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무용이다. 기쁨과 희망을 나누기 위해서는 ‘우린 행복한가? 무엇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관객들이 ‘메시아’를 통해 무엇을 간과하고 지나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안무는 어떻게 구성하는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행위와 글을 통해 표현하고 그를 통해 사회적 소통과 공감을 한다. 안무를 구성할 때 먼저 ‘관객을 초청해서 무엇을 나누고 싶은가’에 대한 주제를 정한다. 우리가 갈망하고 바라봐야할 것들을 먼저 찾기도 한다. 다음 단계로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움직임으로 공간에 글을 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어휘와 같은 동작을 개발하고 음악, 의상 등을 구성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전달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수단을 통해 전하고 싶은 철학이나 가치, 의미들을 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철학이나 가치, 의미를 더하는 것이 안무를 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안무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본과 철학적인 사고를 학생들과 함께 나누면서 구성한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들을 공간에 몸으로 표현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평생 발레를 하는 원동력은?

시작은 자기 일을 한다는 기쁨과 만족이었다. 인생을 더해가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옮겨갔다. 내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다면 남의 소중한 것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재능을 꾸준히 발휘하면서 노력했던 사람으로 남고 싶다.



-이번 작품에서 교육적인 목적이 있는지?

나는 학생들의 마음을 살펴주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려 나름대로 노력한다. 그 시간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험을 알려줌으로써 학생들이 실수를 덜하고 좀 더 빨리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메시아’와 같은 작품 준비가 교육의 과정이라고 본다. 이론 수업을 적용하고 실험해보는 순간이다. 그 시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연습은 이론은 교실에서 배우고 혼자 공부할 수 있다. 무용수들과의 관계, 음악안의 질서, 불협화음 속에서의 심리적인 갈등 등은 혼자서 배울 수 없다. 연습은 학생들이 무대에서 마음껏 느낀 바를 표출하게 해주는 기회다. 무대만큼 값진 교육의 장은 없다.

-관객 및 정부와 기업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현대인들은 아직 ‘무용’이라는 단어를 어렵게 생각한다. ‘무용을 이해하려면 특별한 연구나 공부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무용을 통한 인간의 감정 표출은 또 하나의 소통이다. 관객이 선입견을 스스로 벗어 던져주었으면 좋겠다. 예술가들도 물론 관객들과 쉽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한다.

정부가 예술의 가치를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기쁘지만 실질적으로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열어 줄 수 있는 혜택이 많은가에 대해서는 많이 안타깝다.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발굴하고 밀어줄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나 기업이 도와주면 좋겠다. 예술도 국가 경쟁력이다. 정부나 기업을 포함한 우리 스스로도 예술가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힘을 실어 줘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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