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골프장` 입니다.
`골프` 라고 하면 으레 돈이 좀 있는 분들이나, 공무원 같이 사비를 들이지 않고 칠 수 있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 퍼블릭 골프장이 많이 생기고 그린피도 차별화를 하면서 일반적인 직장인들도 가끔은 지인들과 어울려 주말을 즐기기도 하죠. 또 평일 날 웬만한 골프장에는 남성 골퍼들보다 여성 골퍼가 더 많죠. 주부들 사이에도 골프의 인기가 늘었습니다.
이렇게 골프의 저변은 넓어지고 있는 데 우리나라의 골프장 518개 중에 100여개가 매물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이 됐습니다. 자본잠식 58개, 법정관리 28개를 제외하고 자발적으로 골프장을 팔겠다고 매물로 내놓은 곳도 10여곳에 이릅니다. 사실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누구라도 넘기겠냐고 하면 팔고 싶은 골프장 주인이야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겠지요.
내용을 보면 사실 골프장은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는 구조가 대부분이죠. 많은 회원제 골프장이 부지 정도를 선정하고 회원권을 모집해 회원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골프장을 지었습니다. 자기 골프장이 아니라 회원들의 것이라는 거죠.
웬 골프장 얘기냐고 하지만 시청자 여러분 더러 골프장에 가보면 기업과 기업가의 민낯을 볼 때가 있습니다. 우리 대기업 혹은 돈을 좀 모은 중견기업들은 거의 예외 없이 골프장을 하나씩 갖고 있습니다. 사업성은 고려의 대상이 아닙니다. 나도 회장 소리 들으려면 골프장 하나는 있어야지 하는 생각이 많습니다.
화려하기로 유명한 한 골프장의 탄생 배경을 듣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회식자리에서 한 대기업 회장님이 자리를 잡으려다 옆자리 회장님에게 "골프장도 없는 사람이 뭔 회장이야" 이런 농담 섞인 핀잔을 받았답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바로 클럽하우스 짓는 데만 수백억 원을 들인 초호화 골프장을 지었습니다. 글쎄요, 꼭 골프장 때문은 아닙니다만 얼마 후 그 그룹, 대부분의 계열사를 팔아야 하는 처지가 됐고 그 골프장은 법정관리 상태가 됐습니다. 그 호화로운 골프장 건설에 들어간 돈 정말 공사비로만 쓰였을까요?
천억이 넘는 투자를 하면서 사업성을 따지지 않고 본인의 과시욕으로 골프장을 짓는 분이 하는 다른 사업에 투자하고 싶으십니까?
그런가하면 수도권의 한 퍼블릭 골프장은 사시사철 내장객이 만원입니다. 하물며 여름에는 심야까지 골프를 치기도 합니다. 정말 부담 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거품을 과감하게 빼고 그저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코스 관리나 직원 교육은 어느 회원제 골프장보다도 더 훌륭하죠. 그 분이 하는 다른 사업도 그 분야에 내실 있기로 유명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 아는 기업가는 골프장을 하든 제조업을 하든 성공합니다. 투자해야죠.
최근 몇 주 동안 전국 골프장이 전에 없이 바빴다고 합니다. 바로 내일부터 김영란 법이 발효되죠? 사실상 오늘이 이분들 `망년회 하는 날`이라고 농담을 합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 골프장 경영은 더욱 어려워 질 거라고 합니다. 아닙니다. 구태의연한 마인드로 이건 내 놀이터라고 생각하는 오너가 경영하는 골프장은 망할 것이고 철저히 고객을 위주로 변신하는 골프장은 오히려 도약할 것입니다.
여러분 혹시 여러분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나 오너가 골프장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십시오. 감독원 기업공시 사이트 보시면 아실 수 있죠? 지나치게 화려하게 놓고 크게 적자 보고 있는 골프장이 있다면 일단 조심하십시오. 골프를 치는 분이면 한번쯤 가보십시오. 그 분위기를 느껴 보십시오. 여러분이 투자한 그 회사도 바로 그 분위기라고 보면 거의 틀림없습니다. 오너의 스타일이 다 묻어 나오죠.
혹 골프를 못 치시는 분은 주변에 그 골프장의 평을 들어보십시오. 의외의 평가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실 분은 여러분들의 투자회사와 그 골프장과의 금융 거래나 다른 거래가 있는지도 한번 보십시오. 혹 말도 안 되는 가격의 회원권을 수 십장 갖고 있다면 저 같으면 투자를 심각하게 고민해 볼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이제부터는 골프 좀 저렴하게 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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