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피해 여고생을 어두운 빈 교실로 불러 상담하던 중 성추행한 국립학교 교사가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김재호 부장판사)는 위계 등 추행 혐의로 기소된 국립학교 교사 A(56) 씨에게 1심과 같은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고교 교사인 A씨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B(17)양을 추행한 것은 지난해 6월 5일 오후 8시께였다.
당시 B양은 같은 학년의 남학생에게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이 사실은 알게 된 A교사는 자율학습실에서 공부하는 B양을 빈 교실로 데리고 갔다.
B양은 교실이 어두워 불을 켜려 했으나 A교사는 `불을 켜지 마라`고 제지했다.
어두운 교실 뒤편에서 B양과 마주한 A교사는 B양을 괴롭히는 문제에 대해 상담을 했다. 이 과정에서 A교사는 B양의 양손을 쓰다듬고 겉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은 채 10여 차례 끌어안았다. 또한 B양의 얼굴을 잡고 입맞춤하는 등 위력으로 성추행했다.
이 일로 재판에 넘겨진 A교사는 "상담 중이던 B양이 `죽고 싶다`는 말을 해 자존감을 높이고 타인으로부터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해 주려고 끌어안거나 입맞춤을 한 것일 뿐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현재의 도덕관념에 비춰봐도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낀 점 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자 교사와 여자 제자라는 관계, 단둘만 어두운 빈 교실에 있었던 점, 남자 동급생의 괴롭힘으로 위축된 피해자를 상담하다가 추행한 점 등으로 볼 때 피고인이 위력으로 청소년인 피해자를 추행한 점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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