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은행권, 또 '빙다리·핫바지'‥얽혀버린 '최순실·엘시티'

김정필 부장

입력 2016-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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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은행 CEO로 내정설이 돌던 현기환 씨가 만에하나 실제로 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끔찍합니다. 가뜩이나 지배구조 문제로 어수선한 데 최순실, 엘시티로 엮였다면 아찔합니다” (A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

“KT-ens, 모뉴엘, 고객정보 유출, 어 이번엔 웬일로 소나기 피했네 했더니 역시나 였다. 그런데 그게 최순실·엘시티일 경우, 물론 결과 나와 봐야겠지만 역대급이 될 수도 있다는..” (B 금융지주 전 CEO)

“은행권에는 늘상 ‘보이지 않는 손’ 그 보이지도 않는 주체에 매번 굴레가 씌워지곤 합니다. 지문·홍채·정맥 인증하는 시대인 데 `보이지 않는 손` 그 안보인다는 실체는 그 무엇으로로도 불가항력인듯” (B 핀테크社 임원)

“제발 저희 은행만은 아니길, 한 번 터지면 신뢰, 이미지, 지배구조, 영업 등 그냥 한 순간에 훅 가는 것” (C은행 전략담당 임원)


최근 최순실 게이트, 정국 혼란, 탄핵, 검찰 조사, 재계, 관료사회, 이와 연계된 업권, 또 이를 바라보는 냉랭한 민심을 반영이라도 하듯 며칠 만에 날씨마저 영하권으로 뚝 떨어지며 을씨년스럽기가 그지없습니다.

청와대 주요 수석들, 문고리3인방, 전 현직 관료, 전경련, 삼성·현대차·SK·LG 등 말 그대로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엘리트, 굴지의 대기업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건 영화로 치면 독립·인디 영화급이 아닌, 엄청난 물량이 투입된 헐리우드급 스케일, 초호화 캐스팅으로 도배를 한, 블록버스터 호러물도 이런 급이 없을 정도입니다.

한 현직 금융인은 기자와 만나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여담을 나누던 중 불현듯 영화 ‘타짜’ 이야기를 꺼내 들었습니다.

타짜의 포스터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카피(copy)를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면서 말이죠.

‘큰 거 한판에 인생은 예술이 된다’. 그런데 ‘잘못되면 손모가지’



그 금융인의 말에는 여러가지 뜻을 함축하고 있었습니다.

이 카피를 착실히 실행에 옮기기라도 하듯 정말 최순실 일가와 정권, 주변 인물들과 기업, 관료 등은 공적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망각하고, 시쳇말로 밑장을 빼서 한탕을 노려봤지만 예술은 커녕 무지막지한 해머를 맞아 손이 으스러지기 직전의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타짜의 명대사중 하나죠. 팔도 3대 타짜 중 한명이자 극악스럽기 짝이 없는 목포의 ‘아귀’ (김윤석 분)의 대사인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이 00야”

광복 이후 숱한 역경과 희생 등을 거쳐 쌓아올린 헌정, 공적시스템은 물론 관료, 엘리트, 기업들을 모두 아귀의 말마따나 ‘빙다리’ ‘핫바지’로 만든 셈입니다.

K스포츠와 미르 재단 등에 돈을 가져다 헌납하지 않아 매번 굵직한 이슈만 불거지면 빠지지 않던 단골손님 은행들이 ‘웬일로 빠졌지’ 싶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러면 그렇지’ ‘어쩐지’ 였습니다.

떠들썩한 부산 해운대 엘시티 정·관계 로비 의혹의 핵심인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관련해 자택압수수색, 출국금지 조치 등을 시발점으로 은행권과 관련된 의혹·특혜가 다시금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은행권, 비켜가지 못한 최순실·엘시티 의혹‥ ‘좌불안석’
엘시티 건은 시중은행들 보다는 BNK부산은행, 또 그 계열인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이 의혹의 중심에, 혹자는 곁가지로 표현하지만 이슈에 휩싸이며 한동안 뜸 하던 은행권의 풍파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현기환 전 수석은 지금의 KB국민은행의 전신인 전 주택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이기도 합니다.

은행 출신으로 정치권에 발을 담그고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지낸 경상도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의원으로서 어찌보면 금융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은행권 네트워크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인맥을 자랑하는 1인 이기도 합니다.

공석인 KB국민은행장, IBK기업은행 차기 행장 내정설, 하마평에 오르내리며 ‘내정이 됐네’ ‘오네 아니네’를 반복하는 등 은행권은 그의 행보에 따라 희비가 교차되기까지 했습니다.

해당 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뒤숭숭하기만한 은행권 상황과 관련해 “큰 일날뻔 했다”며 실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기까지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습니다.



*은행권 “현기환씨 은행장 내정됐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
이 고위 관계자는 “내정설에 불과했지만 실상 윗선에서는 실제로 오게 될 확률, 그보다 더 윗선의 의중, 왔을 때 파장은, 적합성 등이 물밑에서 논의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직내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만에 하나라도 내정된 이후, 취임이라도 한 직후에 엘시티 건이 불거졌다면 수년 간 이 사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고 그에 따른 지배구조 리스크, 조직 전체가 받을 타격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며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2008년부터 추진돼 지난해 10월 공사에 들어간 엘시티 사업은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앞에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사업으로 공사비만 무려 1조5천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특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지방은행 측은 검찰에 출두하면 피의자나 참고인이나 의례히 답하는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 “솔직히 답하겠다”라는 말과 같은 “대출 과정에 특혜는 없었다” “내부업무 절차, 루틴, 사업성을 충분히 검토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이 아닌 지방은행이 의혹의 중심 또는 곁가지에 걸려 있는 이유는 지역 대규모 사업, 지역 유지, 한정된 네트워크, ‘관계형’이라는 이름하에 ‘유착형’ ‘밀착형’ 즉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서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늘 그렇듯 은행권 “특혜 아니다”‥‘관계형’ 아닌 ‘유착형’ 의혹
현기환 전 수석의 고향이 부산이고 2008년 총선에서 부산 사하갑에서 출마해 당선되는 등 지역에서의 영향력, 그리고 지역유지, 기업, 경영인, 금융인들과의 네트워크는 두말할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관계형 금융’ 지역은행, 지방은행들이 많이 내세우고 주력하는 분야이기도 한데 이게 숫자나, 재무, 등급 등 정량적인 것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업의 지속적인 거래 접촉, 방문, 성장성 등을 감안해 투자나 대출을 지원한다는 개념입니다.

좋게 이야기 하면 지역의 토착기업, 지역의 기술은 좋은 데 자금이 부족한 기업 등을 지원할 때 유용한 개념이기도 하지만 잘못 변질되면 유착, 친분, 특혜로 변질될 우려가 상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지역 정관계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방은행, 금융사만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사업의 성공, CEO, 지주 회장·은행장의 취임·연임, 해당 기업과 은행 임원들의 승진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엘시티 건을 비롯해 최순실 사태와의 연관성이 이전보다 주목도가 워낙 큰 건들이 시쳇말로 연이어 `빵빵` 터지는 바람에 다소 줄어들기는했지만 최순실·정유라 특혜대출·외환거래, 송금 등 얽혀 있는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도 여전히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행여나 여파가 확대되지는 않을 까 누가 또 윗선과 임원이 연계돼 있는 것은 아닌 지 `노심초사`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아직 거론되지 않은 은행들도 `혹여` `설마` `그래도`하며 마음을 졸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은행권 “결국 최순실게이트· 엘시티 의혹의 곁가지 일뿐”
물론 그동안 수십년간 특혜, 외압, 보이지 않는 손은 그 성격을 두고 확실한 증거나 진술, 서류 등이 명백하지 않으면 인과관계, 연루 여부를 밝히기 어렵다는 점에서 은행권은 곁가지로 끝날 공산이 적지 않다는 게 업권 안팎의 견해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직접 최순실과 함께 특혜대출, 외환거래, 엘시티 대출 등을 논의하고 무엇인가를, 예를 들어 회장, 행장 취임, 연임, 지역 시금고, 규제 완화, 금융관련 사업권 획득, M&A를 논했다고 단정짓기도 쉽지는 않다고 점도 감안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출, 외화거래, PF사업장 대출 등 ‘절차상 문제가 없다’ ‘원칙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 그리고 `이게 최순실과 연계돼 있는 지 정부 실세, 00 수석과 연관돼 있는 지 몰랐다`고 한다고 해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윗선의 지시가 됐건, 본인의 업무이던 간에 특혜로 의혹을 받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대규모 게이트, 사태의 일부를 실행한 주체이자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금융시스템 내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최순실·엘시티‘ 엮이면 은행권 후폭퐁 역대급 될 것"
길게는 신한사태, 근래 들어서는 KB사태, 비근한 예로는 KT ens, 모뉴엘 대출 사건, 고객정보 유출 등 은행권은 언제, 어디서, 무엇이 터지고, 누가 연루되고, 하루 하루가 피말리는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제발 우리만은 아니길’ ‘이번에는 다른 은행에서 터지기를’ 이라는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인식이 수많은 사태를 겪은 이후 현재에 와서도 여전합니다.

한 은행의 홍보담당 임원은 “아니겠지, 설마설마 하던 일이 계속 까면 깔수록 더 커지고 눈덩이처럼 불거지고 있다”며 “은행권이 현재로서는 곁가지로 특혜 대출 의혹 선 정도에서 마무리 되지 않겠냐 하지만 행여 금융지주 회장이나 행장 등 임기 만료, 지배구조와 맞물려 의혹이 터진다면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역대급 후폭풍이 올 수도 있다”며 우려에 우려를 더했습니다.

정계와 재계 이야기겠거니 했지만 늘 반복되는 이전의 각종 사태의 데자뷰를 보듯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좌불안석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KT ens·모뉴엘 이후 최순실·엘시티‥은행권 "나만 아니면돼‥특혜 시한폭탄"
정부와 금융당국, 정치권, 실세들이 개입된 은행권의 불법·편법·부실대출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외압 이후 게이트가 불거지고 줄줄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일은 악순환처럼 반복돼 왔습니다.

규제산업이다 보니 정치권과 당국의 눈치를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는 산업적 특성상, 또 돈을 다루는 업(業)의 특성상 은행권의 한계일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정치권 누구와 연계돼 있네 네트워크가 있네, 학연·지연이 어떻네 등 금융지주·은행 CEO 본인의 거취와 인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나라를 들썩이게 할 만한 사태가 벌어지면 늘상 은행은 이슈에 어떤 형태로든 휘말리곤 합니다.

`특혜는 없다`, `경영진과 무관하다`며 매번 억울함을 호소해 보지만 숱한 대형 게이트와의 연계 특혜, 비리, 불법, 편법 사례는 은행권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너진 신뢰의 골이 너무 깊고 이전 사례들의 상흔·상처들이 여전히 뚜렷하기만 합니다.

‘보이지 않는 손’과 관련해 해당 정부와 당국, 은행들은 `실체가 없다`고 늘 항변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특정 출신, 학맥, 외압, 등에 따른 의사결정으로 예상치 못했던,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고 그 결과물들이 현재의 최순실, 엘시티 등 또 다른 사태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놈의 ‘보이지 않는 손’

최근에 만난 한 핀테크 기업 임원은 최순실 사태, 정국, 엘시티 관련 사안을 놓고 여담 삼아 이런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핀테크와 IT 기술로 지문 인식도 하고 홍채 인식도하고 몸속에 있는 정맥 인식도 하는 등 온갖 생체인식 관련 기술이 접목되고 있는 데 특혜나 외압, 낙하산, 등 이러한 것은 결국 보이지 않으니 이를 보이게 하는 기술까지는 불가항력 아닌 가 싶네요”라고 말이죠.



*지문·홍채·정맥 등 핀테크 시대에 은행권 대응은 `구시대적`

창조경제, 금융개혁, 핀테크를 논하고 금융선진화가 진행되는 사이 구시대적 유물인 정경유착, 그 연결고리, 밑단에 다시금 은행권이 자리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

그 유착과 편법, 외압에 의해 쉽게 무너지고 좌지우지 되는 취약한 지배구조.

타짜의 길로 들어서며 정 마담(김혜수 분)이 설계해 놓은 판에서 큰 돈을 딴 뒤 돌아가는 길에 기차역에서 도박계의 최고 극악무도한 독종이자 죽음의 타짜라는 의미의 아귀(김윤석 분)를 만나고, 아귀는 고니(조승우 분), 평경장(백윤식 분)을 향해 이렇게 대사를 칩니다.

“아따 저 손모가지 한 번 잘라줘야 하는 데..”



전·현직 금융인들은 말합니다.

그 보이지 않는 손. 늘 금융권의 굴레가 되고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그 보이지 않는 손.

* 은행권 보이지 않는 손‥"그 손모가지 한번 잘라줘야 하는 데..‘
각종 사태를 겪었음에도 `판돈만 생기면 다시 도박판으로 나서는` `그 손 모가지 한 번 잘라줘야 하는 데`라고 말입니다.

아귀의 말마따나 ‘빙다리 핫바지’로 전락하며 ‘손모가지’를 내놓은 관료, 엘리트, 기업인, 금융인들.

평경장의 대사인 ‘몰아일체의 경지 내가 화투고 혼이 담긴..’, 정치권의 다른 속내, 무책임함을 보며 떠오르는 또 다른 평경장의 대사인 ‘이 바닥에는 영원한 친구도 원수도 없어’

정 마담의 레전드급 대사인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이번 게이트, 각종 사태와 상황, 대사·언급 자체가 어찌도 이리 묘하게 잘도 오버랩 되는 것일까요.

모든 국민들, 대한민국 구성원들의 바람처럼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되고 안정으로 가지 못한 채 장기화, 예상못한 사태가 계속 이어지면 지금까지 나온 의혹·불법·편법은 어찌보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습니다.

관련 사태가 완료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도 분명하기만 합니다.

부정이 개입되고 불법·편법·축재 등 시시비비가 어느 때보다 명확히 규명되고, 단순히 은행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경제, 국가 전체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귀결되기를 바라며 `우주의 기운`을 모아 주문을 읊조려 봅니다.

‘아수라 발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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