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혁신적 파괴'로 새질서 등장..'적절한 제도' 필요

지수희 기자

입력 2016-11-29 11:25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던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 1~3차 산업혁명과 달리 4차는 그 변화가 `쓰나미`처럼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은 이미 2010년부터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성장전략 아래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하는 등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왔고, 영국은 `핀테크`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 한국경제TV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정부 주도하에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고 있는 영국과 독일의 주요기관을 방문해 준비상황을 살피고 4차 산업혁명 이후 시대를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영국과 독일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디스럽션(disruption)`이다. 붕괴, 분열, 중단을 뜻하는 영어 단어로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이를 `파괴적 혁신`으로 해석했다.

우리는 이미 기존의 질서가 파괴되고 새로운 질서가 형성(파괴적 혁신)되는 4차 산업혁명의 초기단계를 경험하고 있다.

◇ `공유경제` 기존 질서를 흔들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4차 산업혁명의 사례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기업이다.

우버(Uber)는 스마트폰 앱으로 승객과 차량을 이어주는 서비스로 우리나라 카카오택시처럼 승객과 일반 택시를 연결해주는 `우버택시`와 일반인이 자신의 차량으로 운송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우버 엑스`, 프리미엄 차량과 운전기사가 서비스가 제공되는 `우버블랙` 등이 있다. 현재 73개국 450여 도시에서 우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월간 사용자 수는 3천만 명에 이른다.


(▲사진=차량과 승객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우버`앱)


우버는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자동차를 소유하거나 운전기사를 채용하지 않는다. 이는 기존의 질서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갑작스런 시장 파괴자의 등장으로 세계 곳곳에서는 택시기사들이 반발하고 각국 정부도 기존 시장참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잣대를 들이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버의 시가총액은 현대차의 2배 규모로 성장했고 택배사업이나 자율주행차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세계 주요기업들은 우버의 사업모델에 주목하며 새로운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에어비앤비도 여행자와 집주인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숙박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지만 호텔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플랫폼 하나로 빈 집이나 방을 여행객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에어비엔비는 세계적인 호텔 힐튼의 기업가치를 뛰어넘었다.

IT와 모바일의 발달로 `소유`가 아닌 `공유` 개념의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공유경제` 비즈니스가 파생되고 있다.

차가 필요하면 앱을 통해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 서있는 차를 나눠쓰고 육아용품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물건 뿐 아니라 사람의 노동력을 공유하기도 한다. 가사도우미 앱이나 대리기사 앱을 통해 노동력을 공유하는 등 소유자들은 자신 것을 나눠쓰고 수익을 챙긴다.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소유를 늘리는 것보다 이미 보유한 재산(자산)을 공유하고 이를 늘릴 수 있는 사업모델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는 "그 옛날에는 왜 자가용이 필요했을까?"라는 말을 듣게 될 수도 있다. 좋은 차를 소유하고 운전기사를 채용했던 기업 임원들도 앞으로 우버블랙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이득일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 獨, `제조업+IT`인더스트리 4.0..`세상에 없던` 속도를 만들다

독일은 지난 2012년부터 독일 주요 산업인 제조업에 IT를 접목시켜 효율을 높이는 `인더스트리 4.0`정책을 추진해왔다.

독일의 작은 마을 암베르크에 위치한 지멘스 공장은 인더스트리 4.0 정책이 잘 반영된 곳이다. 지난 1989년 설립된 이 공장은 20년간 약 1300명의 직원을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9배 이상 끌어올린 세계에서 주목하는 스마트 공장이다.

이 곳에서는 같은 생산라인에서 1000여가지의 제품이 1초에 하나씩 만들어진다. 수율은 99.99%로 10만개당 하나꼴로 불량품이 발견되는 수준의 `꿈의 수율`을 자랑하고 있다.

이 공장은 대부분의 설비에는 센서가 부착돼 있고 이 센서는 인터넷에 연결돼 실시간으로 모든 설비의 관리와 제어가 가능하다. 이렇게 디지털화된 설비는 고객의 다양한 요청에 맞춰 `개별 대량생산`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11일 독일 뮌헨 지멘스 본사에서 만난 게르하르트 포크바인 지멘스 디지털화 담당 이사는 "많은 물건을 시장에 내놓고 `필요하면 사가라`는 방식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졌고, 그 요구를 즉시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지멘스도 고객사의 요청을 즉시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에는 제품의 개발, 생산, 소비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가 분리된 채 업무가 진행됐지만 지멘스는 이 모든 과정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통합하는 작업을 통해 효율과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게르하르트 포크바인 지멘스 디지털엔터프라이즈 이사)

공장의 이 같은 시스템 변화는 제품 생산자들에게만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각각의 부품을 공급하는 공급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하나의 제품이 생산돼 판매되기까지 모든 과정이 네트워크로 연결돼있다면 각 계별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소비자들에게는 가격을 낮춰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물리적인 공장 시설 뿐 아니라 각 시스템을 연결하고 제어하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지멘스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SW기업을 인수하는데도 힘을 쓰고 있다.

지난 18일 지멘스는 설계자동화와 산업용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미국의 멘토그그래픽스를 45억달러에 사들였다. 이와 관련해 조 케저 지멘스 회장은 "멘토그래픽스 인수는 지멘스 비전 2020의 일환"이라며 "멘토그래픽스는 멘스가 디지털 리더십을 확대하고 업계를 선도해 나가는데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고 밝힌바 있다.

세상의 변화에 주요 기업들은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 "일자리 극화 뚜렷해 질 것"..정치적인 대안 필요

미국 맥도날드에 등장한 `버거봇(BurgerBot)`은 시간당 400개의 햄버거를 만들 수 있다. 버거봇의 설치 공간은 약 2㎡에 불과하지만 소고기 굽기부터 야채 썰기, 포장까지 가능하다. 버거봇의 등장으로 미국의 약 350만 명의 패스트푸드 산업 종사자들은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이는 비단 패스트푸드 산업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들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를 두고 로봇과도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한다.

11일 뮌헨 공과대학교에서 만난 AI분야 석학 클라우스 마인처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로봇에 일자리를 뺏기는 일은 피할 수 없는 변화"라고 말했다.

마인처 교수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2차 산업혁명이나 인터넷이 발달한 3차 산업혁명 시대를 겪으면서도 인간이 기계에 일자리를 내주는 일은 발생했다"며 "변화를 인정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인 법안`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인츠 교수는 또 "일자리가 없어지는 속도에 비해 새 일자리가 생기는 속도는 느리다"며 "새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사회보장제도를 통해서 일자리를 잃어도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사회적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클라우스 마인처 뮌헨공과대학 교수)

자율주행차의 사례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곳곳에 부착된 센서가 도로의 상황과 장애물, 신호등을 파악하고 스스로 인지해 달리거나 멈추는 일을 한다. 아직은 사람의 개입이 전혀 필요없는 `완전자율주행`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점점 기술이 발달해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되면 운수·운송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반면에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기술자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자동차는 이동과 운송의 기능을 넘어서 사무공간이나 휴식의 기능이 더해질 것이다. 그 기능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과 IT기술이 필요할 것이며, 이와 연관해 자동차 보험사들도 자율주행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새로 설계해야 할 것이다.

심해지는 양극화를 해결하는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과제다.

독일정부가 추진하는 인더스트리 4.0정책 가운데 이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마인츠 교수는 "인더스트리 4.0은 대기업들에게는 환영받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가족기업에게는 IT를 적용하는 것 차제가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작은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SW기업이 중소기업과 함께 공동연구를 통해 인더스트리 3.2나 3.4수준의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방식이 병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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