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2금융권까지 쪼면 돈은 어디서‥경제부터 '쫌'

김정필 부장

입력 2017-02-22 17:06   수정 2017-02-2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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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찍어 누르면 당연히 2금융권에 몰리는 것 예측 가능한데 주범인양 떠넘기고..2금융권 억제하면 사금융·대부업 밖에 더 있겠나” (A 상호금융 중견 간부)

“초이 노믹스로 경기부양 나서고 일관성 없이 부처간 엇박자 낸 것이 정부 당국인데 가계대출 급증, 반성이나 사과 없이 남 탓만..과도하다고 경고하니 시늉이라도” (2금융권 고위관계자)

“정책은 실패하고 돈 빌릴 곳 없는 민심은 막막하고, ‘이장폐천(以掌蔽天)’ 아세요?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무책임이죠” (B금융유관협회 고위관계자)

1300조원 가계부채가 통화·금융당국을 통해 공식화 되었던 21일.

가계부채 대응방향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2금융권 유관협회 고위관계자는 어떤 내용이 오갔냐는 질문에 다짜고짜 사자성어를 수화기 너머로 건넸습니다.

‘이장폐천(以掌蔽天)’이라는 말 아세요? ‘이장폐천’

사자성어 서적이라도 한 권 사야하는 것인 지. 무지함에 주춤하던 사이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장폐천(以掌蔽天)
以: 써 ‘이’ 掌: 손바닥 ‘장’ 蔽: 덮을 ‘폐’ 天: 하늘 ‘천’

말 그대로 ‘손바닥으로써 하늘을 덮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를 인용해 분위기를 전한 이 관계자의 말은 이렇습니다.

당국이 은행·보험·저축은행 유관협회, 상호금융, 연구소 관계자를 불러 모았고 이날 한은의 가계부채 수치, 이로 야기될 시장과 여론의 불안감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간담회를 주재한 당국자는 모두 발언을 통해 다소 강한 어투로 가계대출 급증을 주도한 것이 제2금융권인 만큼 대출을 자제하라며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참석자들은 그동안 ‘1300조’로 미뤄 짐작했던 가계부채가 통화당국을 통해 공식화됐고 예상 범주를 넘어서자 부랴부랴 떠넘길 대상으로 2금융권을 지목한 것 아니겠냐며 행간을 풀어냈습니다.



* 사상 최대 가계부채 2금융권에 으름장‥‘이장폐천’격
지난해 8·25 대책을 포함해 연이어 가계부채 대책 등을 쏟아냈고 기회가 될 때 마다 ‘질적 구조개선’, ‘안정화’를 외쳤지만 패를 까보니 대타가 필요할 정도였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당국 역시 "예상 범주를 넘어섰다”며 빗나간 예상을 일부 시인하긴 했지만 비난의 화살을 2금융권에 돌린 것은 정권말 당국자·공무원들의 오래된 습성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당국자들은 자료, 백브리핑 등을 통해 ‘지나친’, ‘과도한’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2금융권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고 카드사태까지 끄집어 내며 전적인 책임이 정부가 아닌 2금융권에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물론 농협·수협·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보험·카드사 등 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은 수치상로도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미 업계와 시장에서는 은행권 대출을 억누르는 순간 ‘풍선효과’는 우려되는 바 였고 1300조 가계부채가 현실화 되고 나서야 2금융권을 때려대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풍선효과·2금융권 ‘물 들어올 때 노젓기’ 예상 못한 것도 아닌 데
돈이 급한 수요자들이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2금융권에 눈을 돌린 것은 너무도 당연한 수순이고 목말라 하던 2금융권의 ‘물들어 올 때 노 젓기’가 예상 못할 일도 아니었는 데 말입니다.

대책 무용론, 풍선효과, 질적 악화, 취약계층 부담 가중 등 1300조 가계부채 파장과 비난 여론을 의식해 사전 Q&A와 보강 설명까지 곁들였지만 책임을 2금융권에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하소연이 사자성어에 묻어나는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초이 노믹스’ 등 ‘빚 권하는 사회’를 외치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고,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당국자들의 ‘빚 내주면 엄포 놓은 사회’로의 급전환, 책임 전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통화당국이 공식화한 가계부채 수치 발표와 함께 경제부총리, 금융위 부위원장, 금감원장이 다른 듯 같은 맥락의 가계부채 대응을 언급하고 엄포를 놓자 2금융권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빚 권하는 사회’에서 ‘빚 내주면 알아서 해`‥엄포 놓는 사회로
2금융권의 한 임원은 “당국의 사실상 최후 통첩인 데 대출받겠다고 오는 고객 깐깐이 심사해 증가율이 둔화되도록 시늉이라도 해야하지 않겠냐”며 엄포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1금융권에 이어 2금융권 대출을 억제하는 데 뒤따르는 제반 부작용입니다.

당국자들은 3월 이후, 하반기부터는 가계부채가 증가세가 둔화되고 안정화될 것이라고 세간의 우려와는 다른 인식을 견지하고 있지만 서민, 한계가구, 자영업자들은 입장은 다릅니다.

*“2금융권 마저 쪼면 우리는 어디에서 돈을 빌리나”‥취약층 `막막`
그나마 빌릴 수 있는 곳, 돈을 마련할 수 있던 곳이 2금융권이었는 데 “그러면 이제 우리는 어디에서 돈을 마련하지“라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입니다.

원금은 커녕 이자도 못갚는 한계가구 증가, 불황과 소비 위축 등으로 매출은 줄어드는 데 매장 임대료, 직원·아르바이트생 월급, 물건을 떼어야 하는 등 돈 들어갈 곳은 많지만 전대(錢帶)는 어느 때보다 얄팍하기 그지 없습니다.

금융사와 식당가가 밀집해 있는 여의도 인근 외식업체·식당 자영업자들은 “장사를 계속 하려면 대출이라도 받아야 되는 데 이제 사금융·고금리 대부업체 문이라도 두드려야 하냐”며 되묻기까지 했습니다.

*불황속 폐업 속출‥“권리금·투자금 생각하면 대출이라도 받아서”
폐업을 하자니 창업 때 들어간 돈, 이전 점주에 줬던 권리금 등이 간절하고 마지 못해 장사를 한들 임대료, 월급, 고정비만 나가는 구조여서 위기감은 그 어느때 보다 팽배합니다.

부족한 생활자금, 이자 상환, 장사를 지속해 나가기 위한 돈이 급하지만 1금융권에 이어 2금융권마저 문턱이 높아지면 결국 손을 벌릴 곳은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사·채·시·장’

이게 말이 쉬어 사금융, 대부업, 사채시장이지 영화나 드라마 속 상황, 각종 사건사고에는 우리가 상상치도 못했던 정황들이 벌어지며 빚을 낸 이들을 나락으로 빠뜨리곤 합니다.

급전마련의 상징인 전당포, 사채업자, 원금을 훨씬 웃도는 이자 폭탄, 이에 따른 매질, 협박, 갈취 등, 물론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이 같은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 그 누구도 장담키 어려운 부분입니다.

전당포, 사채업자, 개미굴, 이자폭탄, 매질과 협박이 주요 장면을 채우는 원빈 주연의 영화 ‘아저씨’는 사금융으로 내몰린 취약계층의 궁핍하고 험난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속칭 ‘개미굴’로 불리는 만화방 다락방에 감금된 채 범죄조직의 범죄수단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아이들 역시 사채, 사금융에 내몰린 가정의 어두운 단면입니다.

‘개미굴’로 끌려간 소미(김새론 분), 불법 장기거래 업자인 또치(이재원 분)를 찾아 차태식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알려주며 사금융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던 사채 쓴 회사원(한철우 분) 모두 사금융의 결과물입니다.

이들은 모두 ‘아저씨’ 차태식(원빈 분)의 구출과 채무 관련 서류를 찢어 버리는 것으로 사금융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지만 모든 취약계층과 한계가구, 자영업자들에게 ‘아저씨’가 나타날 수는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취약계층·한계가구 사금융·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 밖에“
사금융을 끌어다 쓴 평범한 회사원이 사채업자에 매질을 당하고 협박 당하는 일, 부모의 파산·채무불이행으로 본인의 의사와 다르개 ‘개미굴’로 끌려간 상황은 영화상 내용이지만 사건사고 소식을 통해 종종 접할 수 있는 현실 속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금융, 대부업의 경우 대출이 빠르고 본인이 급해서 스스로 먼저 알아보고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최후의 결정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모든 사금융과 대부업체가 이러한 어두운 단면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폭탄급 이자, 잦은 독촉 등 이런 무서운 시장으로 내몰려야만 하는 문제와 함께 1, 2금융권과 달리 대출 수치나 현황 파악이 어려운 사금융, 대부업은 풍선효과로 수요가 몰려도 파악이 쉽지 않다는 맹점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침체 지속에 따른 원금·이자상환 부담 가중, 미국발 금리 동향에 따른 국내 금리인상 등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라는 불확실성마저 잠재 변수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1300조 가계부채 경제 뇌관에 불 붙을까 우려“
이같은 복합적인 요인에 대외 변수까지 더해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입니다.

정부·당국자들은 “위기설은 출처도 불분명한 설일 뿐이고 2금융권 대출 자제가 반드시 사금융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한계가구 증가,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심각성과 위험성은 높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한계가구 증가와 자영업자 대출의 심각성을 감안해 대책을 선봐서 내놓기는 하지만 늘 그렇듯 재탕·삼탕, 햇살·미소 등 이름만 들으면 따스함이 전해지는 금융상품 나열, 지원액만 늘렸을 뿐 근본 해결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한계가구나 자영업자, 취약계층 역시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 매도 더 줄이기 힘든 고정비라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 고정비를 제하고도 원금이나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두 손 두 발 다 드는 파산, 채무불이행, 금융 시스템 리스크 전이, 경제 전반 파장 등 2금융권에 대한 경고음에 그치는 것이 아닌 곳곳에서 경고음이 나고 있는 데도 정부·당국자들은 요지부동입니다.

*정권말 특유의 당국자 ‘폭탄 돌리기’‥취약계층 ‘탄식만’
부처간 엇박자를 내는 정책, 탄핵정국·정권 교체 이슈와 관련해 가계부채는 사실상 다음 정권의 다른 사람이, ‘나 몰라라’ 식의 공무원 특유의 정권말 ‘폭탄 돌리기’ 양상 속에 한계가구·자영업자들의 한탄과 탄식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나서야 하지만 경기부양과 가계부채 등 민생·서민·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은 사실상 자영자들이 가장 싫어 한다는 ‘폐업’ 수준입니다.

금융권에 엄포를 놓고 겁박만 할 것이 아니라 경제부터 살리는 것이 `햇살`, `미소`, `드림`, `새희망`, `행복` 등 명칭만 따뜻한 서민금융 상품의 나열, 지원 액수 상향보다 더 현실적이고 피부에 더 와닿을 수 있는 대응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금융유관협회의 한 임원은 “수요자들이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만들어 놓고 그 총량이 버거운 수준이다 보니 빚을 내주는 것을 억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내뱉었습니다.

이어 “수치에만 효과가 있게 보여지는 대출 억제가 아니라 빚을 지지 않아도 살 수 있게, 경제부터 살리는 것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하는 데 현시점에서 정부에 그러한 소신과 책임을 다하는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일단 경제부터 `쫌`‥빚 내지 않는 구조 마련해야”
장사를 하는 이들이나 경제연구소, 학계, 국책연구원 관계자들이 최근 들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공통 화두는 바로 ‘경제부터 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경제를 살리면 어찌됐건 돈이 돌고 돈이 돌면 소비가 늘고 파생 업종 종사자들의 숨통이 트이게 된다”며 “으름장만 놓기 보다 갚을 여력의 근간인 소득 증대, 고용 창출에 총대를 메야한다”고 말합니다.

정부도 당국자들도 이에 대해 인식은 같습니다.

경제수장들은 저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소비심리 회복, 내수 살리기, 소득 증대, 생계비 부담 경감 등 기본적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비장한 각오와 언급 등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는 합니다.



아예 손 놓고 수수방관 하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정책 혼선, 부처간 엇박자, 이해상충 등 방향타를 잃은 상황에서 자칫 손쉬운 방법인 부동산과 경기부양책을 다시 만지작거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또한 여전합니다.

*“경제 최악의 적 `불확실성` 제거·정치 혼선 교통정리 시급“
정책에 대한 오판, 잘못된 시그널로 권위와 신뢰를 상실한 정부·당국이 경제가 가장 싫어한다는 불확실성, 그 불확실성의 중심인 정치 분야의 공백과 혼선에 대한 교통정리를 서둘러야 하는 것도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합니다.

그 당연시 되는 것이 거의 폐업수준이라는 점을 모두가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현시점에서 가계부채의 뇌관이 초대형 악재가 되지 않도록 촘촘한 정책과 안전망, 정비에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2금융권에 경고장을 날리고 취약계층을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공무원은 ‘복지부동’에만 매몰될 경우, 지금도 늦었는 데 마지막 남은 반전의 카드마저 손에서 놓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손바닥으로 가리기에는 세상의 패러다임 변화, 취약계층과 서민들이 감내해야 할 위기, 변수의 크기와 무게가 너무나 버겁기만 합니다.

“니들은 내일만 보고 살지?”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난 오늘만 산다 그게 얼마나 0같은 것인지 내가 보여줄께”

전당포에서의 인연으로 시작해 사채업자, 사금융의 어두운 단면을 곳곳에서 비춰주는 영화 아저씨`의 주연 캐릭터 차태식은 이처럼 초심·독기를 뿜어내며 오늘만 사는 이가 얼마나 결연해 질 수 있는 지를 증명해 보입니다.

사채시장에 내몰려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을 구할 ‘아저씨’는 물론 현실에서 찾기 힘들것이고 정부·당국자들이 취약계층·서민들의 ‘아저씨’가 되어 줄 것을 기대하는 이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다음 정권을 저울질하며 복지부동·요지부동에 들어간 정부·당국자들이 가계부채·경기부양 등 경제 살리기에 오늘만 사는 것처럼 임해줬으면 하는 바람.

정부·당국이 2금융권을 지적하며 사용했던 표현처럼 `너무`, `과도한`, `지나친`,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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