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가시화되는 ‘글로벌 환율전쟁’

입력 2017-02-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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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총선(3월), 중국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회의, 3월),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4월), 프랑스 대선(4∼5월), 선진 7개국 정상회담(5월). 증시 참여자를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에 반드시 챙겨봐야 할 굵직굵직한 현안들이다. 단연 관심이 높은 것은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첫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로 봐서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침없이 중국과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했다. 같은 시점에 트럼프 정부 들어 신설된 국가무역위원회(NTC)의 피터 나바로 위원장은 독일이 유로화의 저평가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3대 교역국을 대상으로 환율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3국의 공통점은 작년 미국 재무부가 발표했던 상하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환율감시대상국으로 지정된 국가다. 1988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이 보고서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교역국이 최우선순위를 둬 대책을 강구할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환율조작국에 대해 100% 보복관세 부과까지 불사됐기 때문이다.



강력한 조치에 힘입어 무역적자가 개선되자 1995년 4월 ‘역플라자 합의(선진국 간 달러 강세 유도 협약)’ 이후 미국의 외환정책이 달러 강세를 용인하는 방향(‘루빈 독트린’이라 부름)으로 바뀌었다. 2015년까지 이어졌던 이 시기에 교역국 통화가치의 평가절하가 문제되지 않음에 따라 환율보고서는 무의미해졌고 무역적자가 다시 확대됐다.

미국 경제는 무역적자가 확대되면 재정적자까지 확대되는 ‘쌍둥이 적자’라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마이클 베넷, 오린 해치, 톰 카퍼 등 3인의 의원이 주도가 돼 ‘무역촉진법 2015’ 중 교역국 환율에 관한 규정(BHC 법안)이 대폭 강화됐다. 이 법안이 작년 2월에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그해 보고서부터 적용됐다.

BHC법에 따르면 △대미국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대비 경상흑자 3% 이상 △외환시장 개입이 지속적이며 개입비용이 GDP의 2% 넘는 요건 순으로 모두 충족하는 국가는 ‘환율심층대상국(종전의 환율조작국)’, 두 가지 요건만 충족하는 국가는 ‘환율감시대상국’에 지정된다.

지정요건에 따라 판별해 보면 트럼프 정부 들어 처음 발표되는 4월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만한 국가는 없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환율조작 발언은 1988년 종합무역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법에서는 대미국 흑자와 경상흑자가 많다고 판단될 때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자의적인 규정이다.

1990년대 초반 한국, 중국 등과 같은 경험국에서 보듯이 환율조작국에 걸리면 행정명령으로 발동되는 ‘슈퍼 301조’에 의해 강력한 보복조치를 당한다. 오직했으면 ‘전가의 보도’에 비유될 정도였다. 올해 4월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 지정’ 못지않게 ‘지정국가에 어떤 보복조치가 따를까’ 궁금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이번에 환율조작에 언급되지 않은 것을 근거로 안도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지정요건을 기준으로 한다면 중국보다 더 안 좋은 국가다.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중국은 한 가지 조건(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만 걸렸으나 우리는 두 가지 요건(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과 GDP대비 경상흑자 3% 이상)이 걸려있다.



특히 우리는 2010년 서울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회담에서 ‘경상흑자 4% 룰(rule)’을 주도한 국가다. ‘4% 룰’이란 글로벌 환율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경상흑자가 GDP대비 4%를 넘는 국가는 원칙적으로 시장개입을 못하도록 한 국제간 합의를 말한다. 오히려 우리는 2013년 이후 4년 연속 이 룰을 위배하고 있다.

작년 이후 수출이 극도로 부진함에 따라 원화 가치 절하에 대한 요구가 높았는데도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서둘러 시장개입에 나섰던 것도 이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일정수준 이상 올라가면 BHC법에 따라 첫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화 약세를 방지하기 위한 시장개입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세 가지 지정여건 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과다한 경상흑자부터 줄여 나가야 한다. 특히 우리처럼 ‘불황형 흑자’일수록 그렇다. 규제완화와 세제혜택 등을 통해 기업과 금융사의 글로벌 투자를 적극 권장해야 한다.

경기부양 차원에서 요구하는 추가 금리인하 방안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원?달러 환율을 상승시켜 자금이탈과 환율조작 지정 가능성을 높이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미국 재무부는 경상흑자 축소 등과 같은 한국의 노력이 없어 환율로만 시정해 나갈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50∼1080원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리가 환율조작에 걸리지 않는다고 무작정 넋 놓고 올해 4월 환율보고서 결과를 기다리지 말아야 할 이유다.

달러 투자자도 ‘구성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 달러 강세(원화 약세)를 노리다간 국가 차원에서 환율조작국에 걸려 엄청난 피해가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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