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산업은행·대우조선의 이상한 맞장구...책임 전가 '적반하장'

신인규 기자

입력 2017-03-24 20:39   수정 2017-03-24 20:40


마술 용어 가운데 `미스디렉션`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떠한 행동을 취하기 전에 관객들의 눈과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기법입니다.

미스디렉션이 성공하면 그전까지 마술사의 손에는 없었던 카드가 생긴다든가, 동전이 나타난다든가 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눈속임`입니다.

23일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 사태에 대한 책임을 피해갈 상황이 아니며, 지금은 위기 극복이 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행장이 말한 `대우조선 사태`는 2조9,000억원의 국민 세금을 들여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로 한 결정을 이른 것입니다.

그런데 그 뒤에 이은 발언이 묘합니다.

이 행장은 "누가 저가 수주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방향을 잡고 싶다"며 "올해 조선 3사가 수주한 것을 전면 검증하겠다"고 말합니다.

여기서부터 `미스디렉션`이 시작됩니다.

다음날인 24일, 대우조선해양도 사장 주재 기자간담회를 개최합니다.

대우조선해양이 준비한 자료에는 현대중공업이 올해 초 저가 수주로 초대형 석유운반선(VLCC)의 시장가격을 떨어뜨렸다는 주장이 담겼습니다.

경쟁사가 조성한 낮은 시장 선가로 인해 당사의 우량고객과의 선가 협의에 많은 지장을 받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산업은행이 문제를 제기하고, 대우조선해양이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공개해 마치 경영실패의 책임을 외부에 돌리려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대우조선이 저가 수주의 피해자인양 문제를 호도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조선업계는 한마디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산업은행이 저가 수주 문제를 파헤치기 위해 들여보는 시점이 부실경영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 훨씬 뒤인 2017년 이후인 데서부터 의도가 분명하다고 업계는 지적합니다.

조선업계 호황기인 지난 2000년대 말부터 진행된 저가수주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자유로울 수 없고, 그 결과가 지금의 부실로 나타난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대우조선 사태`의 책임이 정말 외부에 있을까요?

감사원은 지난해 6월 대우조선 부실에 대해 산업은행의 소홀한 관리 감독과 대우조선 경영진의 합작품이라는 감사 결과를 이미 내놓은 바 있습니다.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이행률은 지난해 29%에 불과하고, 분식회계로 제기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22건에 달합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고위층 간의 커넥션 의혹입니다.

산업은행의 장단을 대우조선해양이 맞춰주고 있는 모양새가 아직도 남은 산업은행-대우조선 간 커넥션의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우조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지켜보아야 하는 것은 산업은행장의 발언으로 시작되는 새로운 이슈가 아닐 겁니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관리 감독 부실 문제와 책임 소재 파악,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규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7조원이 넘는 국민 세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제는 마술 쇼를 감상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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