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여정 “여배우 나이 30대 중반, 무대가 적어지는 것이 체감으로 다가와요”

입력 2017-05-08 10:57  



강력한 한 방이었다. 배우가 인생 캐릭터를 갱신하며 대중에게 칭찬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 배우 조여정은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를 통해 연기력을 입증하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완벽한 아내’에서 겉과 속이 다른 싸이코 스토커 이은희로 열연한 조여정은 지난 4일 가진 인터뷰에서 바쁜 스케줄로 피곤할 텐데도 불구하고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감독님이 ‘베이비시터’를 보시고 이은희를 떠올리셨을 것 같아요. 거기서 시작됐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어요. ‘베이비시터’에 출연한 것을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조여정은 아직도 새로운 캐릭터에 목마르다. ‘완벽한 아내’가 조여정에게 각별한 의미로 남은 것도 그래서다.

“‘불친절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인터뷰를 많이 했어요. 영화에서는 그런 역할을 많이 했거든요. 저는 매번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선택한 거예요. 조금씩은 다를 거예요.”



이은희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처음에는 심재복(고소영)을 인생의 구렁텅이에서 건져줄 천사로 보여 졌지만, 친절한 가면 속에 싸이코 스토커의 본색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며 역대급 반전을 선사했다. 과거의 우상 구정희(윤상현)를 차지하기 위해 정나미(임세미)를 죽이고 심재복을 정신병원에 감금하는 등 정신병적인 집착을 보여주며 시청자를 경악케 했다.

“은희가 어떻게 표현될지를 모르고 시작했어요. 살짝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호감으로 다가가야 해서 무겁지 않게, 산듯하게, 너무 뜨겁지 않은 느낌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어느 순간 지문도 서늘하게 오더라고요. 감정을 유지하기가 어려웠고, 전체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신경을 못 썼어요.”

조여정은 이은희의 두 얼굴을 소름끼치게 표현해냈다. 구정희 앞에서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현모양처 행세를 하다가도 자신의 정체를 파헤치려는 심재복 앞에서는 순식간에 서늘한 표정으로 돌변, 이은희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중후반부에 접어들어 구정희를 차지하기 위해 얼굴도 이름도 모두 바꾼 채 의도적으로 심재복에게 접근했다는 비밀이 모두 공개된 뒤에는 큰 눈에 독기를 가득담은, 표독스러운 싸이코의 절규로 시선을 압도했다.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분노 조절, 소유욕 등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대본을 보면 일으키는 사건이나 행동이 범죄를 넘어가는데, 은희는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하고 떳떳하게 행동하니까 저도 최대한 이해하면서 촬영하려고 노력 했어요. 죄의식이 없이 촬영을 했죠. 죄의식이 있다고 생각하면 위축이 될 것 같았어요. 현실성이라고는 없는 이은희죠.”

‘완벽한 아내’는 우여곡절 끝에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희대의 악역으로 끝까지 긴장감을 심어준 조여정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엔딩이었다. 마지막 회에서는 결국 불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이은희, 음악인이 된 구정희, 그리고 행복한 사랑을 시작하는 심재복 강봉구(성준)의 모습이 그려졌다.

“결말은 마음에 들어요. 은희가 치유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 죽었을 때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한 거죠. ‘여기까지면 다 됐다’고 느꼈을 거예요. 그래야 재복의 성장기가 되죠.”



고소영의 안방극장 복귀에 힘입어 방송 이전부터 철저한 대본 작업 소식 등이 전해지며 기대를 모은 ‘완벽한 아내’는 방송 내내 시청률이 3~6%의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조여정 하드캐리’라는 이야기를 할 만큼 조여정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조여정의 연기가 대중들의 시청 욕구를 자극했다. 이처럼 이은희의 싸이코적 면모가 부각될수록 ‘완벽한 아내’는 화제를 모았고, 결국 극의 방향은 아예 뒤틀려 스포트라이트가 이은희에게 쏟아졌다.

“처음 촬영에 돌입할 때는 ‘나에게 나올 힘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여배우 나이가 30대 중반이면 받아드려야 하는 것이 있어요. 무대가 적어지는 것이 체감으로 다가와요.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시도를 해보지 않으면 움 추러 들 것 같아 시도했어요. 최대한 진심에 가깝고, 영혼을 담은 연기가 기본이지만 어려워요. (고)소영 언니와는 편안하게 찍었어요. 완전 생활연기였어요. ‘언니, 여자들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라고 했어요.”

2010년 영화 ‘방자전’과 ‘후궁: 제왕의 첩’을 모두 흥행에 성공시키며 스타 반열에 오른 조여정은 이후 영화 ‘인간중독’에서 권력욕에 물든 이숙진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연기력을 입증했고, 지난해 4부작 단막극 ‘베이비시터’에 이어 ‘완벽한 아내’까지, 미(美)친 존재감을 뽐냈다.

“전성기가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인간중독’ 때도 좋았어요. 그 때부터 충돌되는 이미지를 한 것 같아요. 단막극인 ‘베이비시터’는 단막극처럼 금방 지나가겠지 했는데, 반응이 오래가서 신기한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다른 연기로 넘어가는 시도가 아닌가 싶어요.”

‘완벽한 아내’를 끝낸 조여정은 섭섭함을 크게 느끼고 있다. 이제 이은희가 아닌 조여정으로 돌아올 시간이니까.

“운동도 하고, 맛난 것도 먹고, 여행도 다니고. 영화도 보고. 조심스럽게 연애도 틈틈이 해요. 10대부터 연기를 해서 제 안에 정해진 선이 있어요. 분명히 대중들이 여자 연예인을 바라보는 엄한 시선이 있어요. 조심할 부분은 최대한 조심하려고 하죠. 그래서인지 저는 인간관계가 좁고 깊은 것 같아요. 제가 인복이 많아요.”



조여정을 지금까지 오게 만든 것은 일에 대한 욕심, 그리고 자신과의 변함없는 약속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며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이해심도 커지는 순간, 조여정의 마음도 풍요로워진 것은 물론이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 한 때는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빨리 받아 들이고, 후회할 시간에 연습을 더 해야죠.”

조여정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욕심 많은 배우다. 매 작품마다 의미를 부여했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30대의 연기 잘하는 여배우로 손꼽힐 만하다. 지금도 새로운 역할을 갈망하고 있다.

“되도록이면 안 해본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그게 이 직업의 매력이죠. 업계에서 찾아줘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 때 그 때에 감사해요. 최선을 다하다 보면 생각지 못 한 곳에 길이 있죠. 저도 항상 궁금해요. 당분간은 잘 쉬고 싶어요. 잘 쉬어야 다음 작품에 몰입할 수 있어요.”

이제는 자타공인 믿고 보는 배우로 인정받은 조여정이 보여줄 다음 행보에 기대가 쏠린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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