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삼성전자 '리퍼폰' 딜레마...'간섭효과·환경보호'

신인규 기자

입력 2017-05-18 09:53   수정 2017-05-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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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마트폰 소비자들의 관심이 갤럭시노트7 `리퍼폰`에 쏠리고 있습니다.

리퍼폰은 이미 출시된 제품 가운데 문제가 된 부분을 신상품 수준으로 정비해 다시 내놓은 제품을 일컫는 `리퍼비시드 폰(refurbished phone)`의 준말입니다.

지난해 출시됐다 발화 문제로 전량 수거 판정을 받은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문제를 보완하고 가격을 대폭 내려 하반기 경에 판매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리퍼폰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정작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리퍼폰의 인기를 반가워만 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우선 리퍼폰이 가져올 간섭효과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갤럭시노트7은 출시 직후 발화 문제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소비자의 호평을 받았던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입니다.

CPU 속도와 홍채인식 기능 등 제품 사양은 지난 1분기 삼성전자 제품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갤럭시S7 엣지와 동일하거나 더 높습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갤럭시노트8 등 주요 스마트폰 제품군을 잇따라 출시할 예정인데, 갤럭시노트7 리퍼폰의 출시일은 이와 한 달 전후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자칫 리퍼폰이 신제품의 대기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구글트렌드를 통해 소비자 관심도를 살펴보면 올해 들어 리퍼폰보다 높았던 갤럭시노트8의 키워드 검색량이 지난 13일부터 역전돼 리퍼폰에 대한 관심도가 갤럭시노트8을 앞지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로서는 이왕 재고가 되어버린 물건을 싸게 팔고 물량 부담을 털어버리는 게 좋을 것 같지만, 무작정 싸게 팔게 되면 리퍼폰에 수요가 몰려 더 비싼 제품을 팔지 못하는 딜레마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동통신업계와 유통업계에서는 이같은 이유 때문에 삼성전자가 리퍼폰의 출고가를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인 50만원대로는 책정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합니다.

또 하나는 리퍼폰이 흥행하게 되면 삼성전자가 남은 갤럭시노트7의 재고 물량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와 관련한 환경보호 이슈가 또다시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전량을 리퍼폰으로 유통하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것은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언급한 대로 국내에는 리퍼폰이 출시된다는 것이고, 북미와 중국 등 대형 시장에는 아직 출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동통신업계의 관측대로라면 갤럭시노트7 리퍼폰의 국내 1차 유통 물량은 많게 잡아 50만대 규모. 그런데 삼성전자가 그동안 생산한 갤럭시노트7의 물량은 430만대에 이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27일 갤럭시노트7 친환경 재활용 정책과 관련해 리퍼폰을 판매하고, 재사용 가능 부품을 추출해 활용하고, 폐기할 경우 환경에 유해할 수 있는 금속물질은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세 가지 약속을 내놓았습니다.

발표대로라면 삼성전자는 리퍼폰 출시 이후 적어도 300만대 이상의 갤럭시노트7 재고 물량에 대한 부품 처리 계획을 세우고 폐품 처리 업체 선정 등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친환경 처리 문제의 세부안을 아직 확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가 수거한 갤럭시노트7는 현재까지 부품 재활용 등 추가 조치를 하지 못한 채 사내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폐기 비용 산정과 처리업체 선정 역시도 갤럭시노트7 리퍼폰 출시 계획이 확정된 뒤에야 가능하다는 것이 내부의 입장입니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430만 대의 갤럭시노트7에는 금이 100kg, 은 1,000kg, 코발트가 20,000kg, 팔라듐 20~60kg, 텅스텐 1,000kg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이 폐기될 경우 환경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사정이 겹치면서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리퍼폰에 대해 `표정관리`에 들어간 가운데, 소비자와 기업의 이해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묘수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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