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의 神] 글로벌기업 '보쉬'가 주목한 30대 한국인

신인규 기자

입력 2017-06-19 17:24   수정 2017-06-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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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디지털 영상장치를 만드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30대였다. 어디나 그렇듯 인력은 부족했다. 처음에 기획팀으로 채용됐던 그는 곧 해외 마케팅도 맡아야 했다. 업무는 해외의 유망 기술을 파악하는 것까지로 넓어졌다. 역시나, 보고서도 작성해야 했다.

`지능형 영상분석`이라는 신기술을 번역하던 중 그는 미국의 MIT가 관련 기술을 오픈 소스로 공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회가 될 것 같았다.

회사를 나온 그는 엔지니어와 함께 공개된 소스를 연구해 자신만의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카메라가 스스로 영상 속 인물을 감지하고 인식하는 기술이었다. 연구는 성공했다.

그가 세운 기업은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 선정 300대 유망 스타트업에 선정됐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와 기술을 서로 제휴하는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했다. 1년 뒤, 40대가 된 그는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방승온 지와이네트웍스 대표의 이야기다.

■글로벌기업 `보쉬`가 주목한 30대 한국인...지와이네트웍스는 어떤 기업?

CCTV 영상은 강력사건에서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쓰인다. 그러나 확보하기가 어렵다. 피해자가 신고를 하고, 경찰이 CCTV 영상을 뒤져서 결정적인 순간을 직접 찾아내야 한다. 만약, CCTV가 사건 현장을 발견하고 즉시 경찰에 알려줄 수 있다면 어떨까?

지와이네트웍스는 쉽게 말하면 카메라에 뇌를 달아주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지능형 영상분석 시스템이 CCTV에 적용되면 폭행 의심영상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 폭력검출용 CCTV에는 다중 시차 방식이 적용됐다.
매 순간 변하는 과격한 움직임을 잡아내, 특정 패턴이 발견되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폭력`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현재 개발한 폭력검출 시스템의 인식률은 90%가 넘는다.


방승온 지와이네트웍스 대표는 인체 인식률에 대해 얼굴만을 한정했을 경우에는 99.45%에 이른다고 밝혔다. 인식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것은 딥러닝 기술 덕분이다. 딥러닝은 소프트웨어가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기계가 똑똑해지는 개념이다. 데이터를 선생, CCTV를 학생으로 비유하면 설명이 쉽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기계는 더욱 정교해진다. 같은 방식을 통해 잘못된 인식은 줄여나갈 수 있다.
지와이네트웍스는 개발한 시스템을 CCTV에 적용해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영상과 메시지를 경찰과 경비회사에게 보내고, 이를 통해 인력이 즉각 출동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딥러닝`으로 튼튼해지는 사회 안전망...화재예방·원격의료 가능성

지와이네트웍스가 가진 기술은 승강기용 CCTV 외에도 사회 안전망에는 두루 쓰일 수 있는 기술이다. 여성안심길이나 학교 등 CCTV가 들어가는 모든 공공장소에는 적용이 가능하다. 지와이네트웍스가 내다보는 또다른 시장은 공공 화재 예방 시스템이다.
카메라가 사람보다 미리 화재를 감지하고 즉시 경고를 보내주는 것이다. 지와이네트웍스는 무인기 드론에 장착되는 카메라에 영상분석시스템을 활용한 산불 예방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오는 7월 산불검출 드론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보유 기술 가운데 확장성이 유망한 기술은 얼굴인식 기술이다. 이 스타트업의 얼굴 인식 기술은 카메라가 화면에 잡히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서 성별과 나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누구인지 인식해낼 수 있다. 9인조 걸그룹 소녀시대가 한 화면에 잡히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아홉 명 개개인을 정확히 인식해내는 것이다.

얼굴인식 기술은 피부의 혈류를 포착해 맥박을 검진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개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는 실제 직원의 얼굴을 촬영에 혈압을 측정하는 시연을 실시했다. 혈압 측정은 건강검진을 할 때나 병원에서 진찰을 받을 때 필수적으로 진행하는 절차다. 기존에는 기계에 환자의 팔을 넣고 압력을 줘서 혈압을 측정해야 했는데, 이런 기술들이 상용화 되면 카메라를 쳐다보는 것 만으로 기본적인 환자 정보를 알 수 있게 된다.
같은 원리로 피부 변화를 통한 산소포화도, 스트레스지수 값을 도출하는 등 얼굴을 통한 세밀화된 정보값을 측정할 수 있다. 더 나아가면, 지문인식과 같은 보안 영역에서도 얼굴 인식이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방 대표는 설명했다.

■가격은 글로벌 업체의 1/4 수준...`적정 기술`로 세계 노린다
현재 지능형 영상분석을 이용한 CCTV 시장은 급격히 성장 중이다. 매년 15% 이상 성장이 전망되는 이 시장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 중이다. 영상인식 기술을 갖고 있는 구글도 이 시장의 강력한 플레이어 가운데 하나다. 지와이네트웍스는 이 시장에서 스타트업답게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적정한 기술로 소프트웨어를 가볍게 만들면서도 품질은 떨어뜨리지 않는 데에 집중했다. 현재 글로벌 업체들이 영상인식 결과값을 도출해 내는 시간은 0.5초 이하. 지와이네트웍스도 이 안에 해당된다.

가격 경쟁력은 지와이네트웍스의 무기다. 보통 보안업체들이 CCTV 통합관제시스템을 설치하면 16채널당 6,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기존 시스템에 소프트웨어만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이나 영상분석 서버만 기존의 하드웨어에 연결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되면 비용은 16채널당 1,500만원으로 급감한다. 클라이언트인 보안업체로서는 구축비용을 기존의 4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지와이네트웍스가 진행중인 계약을 살펴보면 성장성을 짐작할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으로서는 드물게 해외 유수의 업체들과도 기술 합의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대외적으로 공개할 만한 것은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와의 계약이다.
양사는 주행 중 운전자 졸음 감지-방지 기술 관련 기술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모바일 얼굴인식 기업인 이스라엘의 이즈잇유와도 기술제휴 합의를 한 상태다. 이같은 기술력을 무기로 국내에서는 대기업 경비업체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보다 안전한 사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이끈다
방승온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 보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개념이 현재 변화상에 더 적확하다고 말했다. 방 대표의 목표는 이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기업이 되는 것이다. 비디오테이프 대여업체인 블록버스터가 꽉 잡고 있던 시장을 `온라인 비디오`를 무기로 한 넷플릭스가 뒤집어버린 것처럼, 지능형 영상분석 소프트웨어라는 기술이 현재의 CCTV 시장은 물론 미래 산업 지도를 바꿀 잠재력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기존 시장을 디지털화하면, 우선 사회안전망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강력사건 뿐 아니라 자연재해를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현재 하드웨어 업체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 뿐만이 아닌, 협업의 가능성도 열려있다. 국내 대기업 계열 보안업체들이 이 회사에 끊임없이 접촉 중인 것도 이 가능성을 높게 한다. 이 뿐 아니라, 정교한 인식 기술을 활용한 원격 의료시스템 등, 기술을 통한 시장 확장 가능성도 긍정적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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