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놀이터' 된 한국 부동산 시장…실상과 대책

입력 2017-07-0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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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대표기업의 외국인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작년 하반기 이후 외국인이 한국 대표기업만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결과다. 이 때문에 외국자본의 국내금융시장 지배문제인 ‘윔블던 현상’이 우리 경제와 증시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윔블던 현상이란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주최국인 영국 선수보다 외국선수가 더 많이 우승하는 것에 빗대 영국의 금융기관 소유주가 영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경제발전단계에 비해 외국인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대표적인 국가로 분류돼 왔다.

증시를 중심으로 거론돼 왔던 윔블던 현상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 이후 외국인이 국내 토지 뿐만 아니라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를 꾸준히 사들이면서 이제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우려 단계에 이르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에 의해 교란요인이 발생할 경우 국민생활에 미치는 파장은 의외로 크다.


부동산 시장에서 윔블던 현상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순기능으로는 각종 부동산 서비스 개선, 부동산 제도 및 감독기능의 선진화, 그리고 대외신인도 제고 등을 꼽는다. 영국의 경우 1986년 금융 빅뱅을 단행한 이후 초기 단계에서 윔블던 효과가 크게 우려되었으나 갈수록 순기능이 나타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중심지로 다시 태어났다.

우리는 이미 윔블던 현상이 심한 국내 증시에서 나타난 영향을 보면 점차 심해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의 윔블던 현상에 따른 영향을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고 현 시점에서 역기능이 더 우려된다. 즉 외국인 자본이 우리 경제와 함께 발전하는 공생적 투자가 되지 못해 국부유출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각종 부동산 정책의 무력화가 우려된다. 외국자본이 금융수익을 최우선시 함에 따라 정부의 정책에 비협조적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는 외국자본이 확대된 만큼 우리의 경제주권이 약화된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국제사회에서 위기발생국에 대한 IMF의 관리체제에 빗대 윔블던 효과를 ‘제2의 경제신탁통치 시대’라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동산관련 기업의 경영권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글로벌 펀드들이 벌처펀드형 투자,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능동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추세가 심해짐에 따라 종전과 같은 수준의 외국인 비중이라 하더라도 기업이 느끼는 경영권 위협정도는 더 심하다. 이밖에 신용불량, 자살 등 사회병리 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도 행동주의 헤지펀드 자금이 늘고 있는 점이 부작용을 더 크게 할 우려가 있다.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반대, 2016년 10월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선요구 과정에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명목을 내걸고 투자대상 기업의 모든 것을 간섭하는 펀드를 말한다.

일부에서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지배구조 개선, 배당 증대 등으로 주가가 추가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단편적인 이유로 우호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빌 애크먼의 밸리먼트와 앨러간 간 적대적 인수합병(M&A), 넬슨 팰츠의 펩시 이사회와 듀톤 간 분리 요구 사례 등에서 보듯이 돈이 되면 뭐든지 다하는 것이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실제 모습이다.

특히 ‘갤럭시’와 ‘아이폰’ 시리즈로 삼성전자와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하고 있는 애플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상징격인 칼 아이칸으로부터 자사주 매입 요구에 시달려 결국은 응했다. 애플 입장에서 주가 관리가 매우 중요했던 시점에 칼 아이칸이 보유한 주식을 전량 처분해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앞으로 부동산의 증권화가 진행될 경우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도 윔블던 현상이 심화되고 이에 따라 갑작스런 외국자금 이탈의 피해가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국가들의 부동산간접투자는 리츠 위주로 성장해 왔다. 주요 국가의 리츠 시장에 비해 국내 시장은 아직까지는 그 규모가 작고 투자범위도 오피스 중심으로 제한적이다.

금융투자협회 등 관련 기관에 따르면 부동산의 증권화가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 가격은 소득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개인들의 부채비율도 높아 부동산 현물이 거래되기는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같은 맥락에서 주거에 대한 인식도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소유보다는 주거 개념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동산 현물을 담보로 금융상품을 개발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노력들이 공급자 뿐만 아니라 수요자 입장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주식 등 다른 자산에 비해 ‘역자산 효과(anti wealth effect)’가 큰 점도 부동산 시장에서 갑작스런 외국인 자금이탈 문제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는 근거다. 역자산 효과란 부동산 등 자산가치 변화에 따라 가구의 일반적인 소비수준이 감소해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말한다.

역자산 효과는 밀턴 프리드먼의 ‘항상소득가설’과 프랑코 모딜리아니의 생애주기가설에 따른 소비이론에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다. 가구는 전 생애에 걸쳐 소비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가계의 소비지출은 현재 소득과 미래에 기대되는 소득뿐 아니라 보유자산의 가치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두 이론의 핵심이다.

보유자산의 가치변동은 자산처분, 자산담보 대출 등을 통한 자금조달경로로 소비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역으로 자산가치 하락시 소비지출 감소를 유발하게 된다. 가계소비의 자산효과는 금융제도 특성, 가계 자산구성, 금융자산 축적정도, 주거형태 차이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이게 되는데,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대체로 주택의 역자산 효과가 주식의 역자산 효과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등이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식자산이 1달러 증가하면 소비가 3∼4센트 느는 반면, 주택자산의 소비증대 효과는 1달러당 10∼15센트로 최소한 주식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반대로 주택가격이 하락될 경우 소비에 미치는 역자산 효과는 같은 폭으로 상승할 때보다 더 크다고 추정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연구별로 결과의 일관성이 나타나지 않으나 주택에 의한 자산효과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 자산효과에 대한 연구를 종합해 보면 주택가격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변화의 탄력성은 ‘0.1’ 수준으로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연구결과와 비슷한 수준이 나왔다.

하지만 환금성이 높은 아파트의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변화의 탄력성은 0.23으로 높게 나왔다. 그런 만큼 현 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을 마련할 경우 종전처럼 국내 여건만을 고려하기보다는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에 의한 국내 부동산 시장의 교란요인을 함께 감안해 발표해야 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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