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통신비 인하' 소송할 생각 말라는 정부에게

신인규 기자

입력 2017-07-31 18:19   수정 2017-07-31 18:53



법 앞에 평등하기로는 사람 뿐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법의 아래에서 기업은 사람과 같으며 법인(法人)이라는 표현은 이같은 법정신에서 탄생했다. 그래서 법인은 억울한 사람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같이 소송할 권리가 있다. 최근 통신비 인하 논란과 관련해 통신사들이 법적인 소송까지 검토하는 것은 기업의 자기 방어의 연장이다.

통신사와 정부 사이에서 소송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통신비 인하안으로 거론되는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때문이다. 선택약정할인은 휴대폰 요금을 통신사 가입기간에 따라 할인받을 수 있는 제도를 뜻한다. 갤럭시S8을 살 때 2년 동안 SK텔레콤 요금제를 쓰면 매달 요금제의 20%를 할인하는 식이다.

정부는 현행 20%로 되어있는 할인율을 25%로 올리려고 한다. 1조원의 통신비 인하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인데, 뒤집어 말하면 통신사가 그만큼을 손해본다는 뜻이다. 고시 개정만으로 할인율 5%P를 올리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고, 정부의 법해석이 잘못됐기 때문에 할인율을 5%P나 올리는 것은 주주 배임이 된다는 것이 이동통신사의 입장이다.

그런데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8일 "통신사들이 소송을 한다는 것은 고려를 하지 않고 있고, 안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자기 방어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과 같다. 더구나 통신사들의 규제기관인 과기정통부의 수장의 이같은 발언은, 통신사들에게는 사실상 소송할 생각 하지 말라는 엄포다. 지난 정부에서 비판받던 모습은 정권이 교체된 2017년 7월에 들어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뒤이은 발언은 조금 더 위험하다. "정부가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했더라도 언론이 도와달라." 이 말은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하나, 최근의 통신비 인하 요구가 법적으로 무리한 것임을 정부도 이미 알고 있다. 둘, 절차가 미흡하더라도 여론의 도움을 받으면 정부는 정책을 강행할 것이다.

이같은 생각이 정부 전체의 기조와 같다면 정부는 통신사를 공영화해야 옳다. 국회에서도 같은 맥락의 비판이 나온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부정할 수 없는 직권 남용이자 부당 압력 행사인 위헌적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민간사업자의 팔을 비틀어 억지로 요금을 조정하기보다는 차라리 사업권을 회수하여 공영화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논리와 그 배경이 최소한의 정합성을 갖고 있다면 선택약정할인율에 대한 문제는 9월 정기 국회에서 논의되어야 하는게 옳을 것이다. 고시 개정에 문제는 없는지, 부작용이 우려되지는 않는지, 이해관계가 있다면 양자의 논리는 무엇이며 문제점이 있다면 그것을 최소화 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런데 통신비 인하를 둘러싼 정부의 일련의 행태는 목표를 정해놓고 기업의 협조를 구하는 식이다. 취지가 좋기 때문에 결과도 좋을 것이라는 식의 접근방식은 몽상가의 태도다. 선의가 항상 좋은 결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권력이 절차를 무시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특정인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아도 학습 효과가 충분하다. 기업 위에 있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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