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전 항상 51%가 되기 위해 노력해요" [인터뷰]

입력 2017-08-12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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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회사원`,`영화는 영화다` `오직 그대만`을 비롯해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 `주군의 태양` `유령`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다양한 매력을 선보여온 소지섭. 그가 5년 만에 `군함도`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그는 영화에서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종로 최고의 주먹 최칠성 역을 맡았다. 칠성은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과 함께 군함도에 들어가게 되면서 함께 고초를 겪고 이후 조선인 탈출에 큰 도움을 주는 인물이다. 당시에 있을 것 같지 않은 근육질의 몸, 말년(이정현 분)에게 보여주는 츤데레 같은 모습. 역시 이번에도 멋있는 역할이다.
완벽하고 멋있는 모습으로 포장된 그의 실제 모습은 자유분방하다. 평소에는 옷을 `막`입고 다닌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예를 들어 마술사 패션이나 거지 패션 같은 것들이다. 덕분에 `입금 전후가 다른 스타`라는 수식어까지 생겼다.
그의 자유분방함은 그의 음악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08년 이후 꾸준히 앨범을 내는 그는 직접 가사를 쓰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음악에 쏟아낸다. 20년 넘게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구설에 오르지 않았던 건 음악 때문이다. 연예인으로서 억눌린 감정을 해소할 `건강한` 방법을 찾은 거다. 최근 그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공개한다.
`군함도`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출연했다고요.
이전에도 류승완 감독님의 작품 출연을 여러번 제안받았어요. 그런데 여러 이유로 거절하게 됐죠. 일부러 피한 건 아니었고요. 몇차례 거절해서 `군함도` 제의가 들어올지 몰랐어요. 감독님이 저에게 주는 마지막 시나리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도 안 된다고 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출연하겠다고 했죠.
시나리오를 보니 어떻던가요.
물론 류감독님의 전작을 봤을 때 믿음이 있었죠. 시나리오를 안 받고 결정을 했기에 책을 받고 고민이 되긴 했어요. 단순하게 우리가 해왔던 주제도 아니고, 역사 속에서 벌어지는 것을 또 상업영화에서 시도하는 것이잖아요. 내가 정말 필요한 사람으로 역할을 잘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왜 필요했는지 조금씩 이해가 되더라고요.
류승완 감독과 작업해보니 어땠어요?
류 감독이 모든 신에 완벽한 분석과 준비를 끝내고 오는 걸 보고 놀랐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생각만 하는 영화에 미친 사람 같아요. 이번 ‘군함도’도 저희 배우들을 기대하기 보다는 류승완 감독에 대한 기대가 크시더라고요. 그러다보니 기대를 더 많이 하시는 것 아닌가요.

칠성과 말년(이정현 분)의 관계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요. 칠성은 말년에게 어떤 감정을 느꼈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나요?
칠성이 말년에게 느끼는 감정은 연민이나 동지애라고 생각해요. 끈적한 로맨스라기 보다는요. 감독님도 적정선을 지키려고 하셨고요.
이정현 배우는 로맨스라 생각하고 연기했다던데요.
아, 그런가요? 하하하.
`군함도`에 대해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네 그렇죠. 저는 관객이 말씀해 주시는 것들은 다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런 반응이 있을 거라는 걸 예상하셨나요?
군함도라는 세 글자가 주는 무게가 분명 있었어요. 스트레스도 있었죠. 그래서 촬영 초반에 배우와 스태프들이 많이 힘들어 했어요. 이대로는 끝까지 작업을 끌고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필요했죠. 그런데 영화를 다 찍고 나니까 군함도가 전 국민이 다 아는 군함도가 돼 있었어요. 그래서 또 부담이 크게 왔죠. 이게 지금도 반복인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많이 힘들긴 해요. 물론 우리 배우들이 느끼는 부담은 감독님이 느끼시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겠죠. 지금 아마 많이 긴장하고 계실 거예요.
연기 외에 다양한 작업을 하고 계시네요. 앨범 작업이라든지.
사람들이 가끔 `쇼미더머니 왜 안 나가냐`라고 물어요. 실력도 안 되지만 굳이 나가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어요. 나를 좋아하는 팬들 앞에서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일 뿐이예요.
팬들이 좋아하던가요?
처음에는 반응이 별로였어요. 그런데 이제는 팬들도 포기하신 거 같아요. 지금은 팬들은 `그래, 너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라` 뭐, 이런 분위기에요. 제가 팬미팅을 하면 1시간은 공연을 해요. 아 참, 제 노래 들어보셨어요?
아니요. 안 들어봤어요. 환상이 깨질 것 같아서요. 집에 가는 길에 들어볼게요.
그럼 제가 추천을 해드릴게요. 여성분들이 좋아하는 건 `소풍`이라는 노래에요. 그리고 가장 최근 노래는 `있으면 돼`인데 그 노래도 꽤 좋아요.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뭐예요?
어렸을 때부터 힙합을 좋아했어요. 듀스의 고 김성재 씨의 팬이었고요. 사실 듀스랑은 인연이 깊어요. 고 김성재 씨가 모델이었던 한 청바지 브랜드에서 공개 모델을 구하더라고요. 그래서 지원했는데 합격을 한거예요. 그런데 김성재 씨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저랑 송승헝 형이 메인 모델을 하게 됐어요. 이후에는 듀스 출신 이현도가 키운 신인 뮤지션 소야앤썬 뮤비에도 출연했어요.
2008년부터 앨범을 냈으니 음악 경력 10년차인데, 소지섭에게 힙합은 어떤 의미인가요?
음악이 좋아서 하는 거예요. 음악으로 누구에게 평가를 받거나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안했을 거예요. 배우로서 할 수 없는 솔직한 내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제 음악 중에 사랑 얘기는 다 제 경험에서 나왔어요. 경직된 삶에서 일종의 탈출구랄까요. 연예인은 아무래도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잖아요.
20년 동안 특별한 구설에 오르지 않은 것도 음악의 영향이 있었겠네요.
그렇죠. 열심히 일하고 사고 안 치려고 노력하고, 운동이나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거죠.
매니지먼트사 대표이기도 합니다. 51K의 의미는 뭔가요?
제가 좋아하는 숫자가 51이에요. 세상일에 100%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반을 넘기느냐가 중요하죠. 그래서 전 항상 51%가 되기 위해 노력해요. K는 내 세상, 내 왕국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여러가지 일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연기만 하라고 하면 숨 막힐 것 같아요. 연기 외의 활동은 제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에요. 그 에너지로 연기도 할 수 있고요.
이제 나이 앞자리 수가 바뀌었어요. 그 전과 다른 점이 있나요?
사진 피프티원케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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