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사법시험', 역사의 뒤안길로...존폐 논란 여전

입력 2017-10-1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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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와 `공정한 경쟁`을 상징하는 대표적 제도 중 하나인 사법시험이 최후의 2차 합격자 55명을 남기고 70년 역사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법무부는 11일 제59회 사법시험 제2차시험에서 186명의 응시자 중 55명이 합격했다고 발표했다.

마지막 관문인 3차 면접시험이 남아있긴 하지만 2차 합격자의 상당수가 통과한다는 점에서 사시는 이제 본 게임을 모두 끝내고 `폐막식`만을 준비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1947∼1949년 3년간 시행된 조선변호사시험을 시초로 2만여 명의 법조인을 양성한 사시가 70년간의 임무를 마친 것이다.

사법시험은 한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하며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진 숱한 성공 신화 중 한 축을 담당했다.

오직 성적으로만 합격자를 가린다는 점에서, 각종 연고주의가 뿌리내린 한국 사회에서 `줄 없고 빽 없는` 서민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유지해 준 제도가 사시였다.

고(故) 노무현(사법연수원 7기) 전 대통령이 고졸 학력으로 사시를 통과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가 국가 최고 지도자의 자리까지 올라간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법조인의 유일한 등용문이었던 사시의 이면에는 `성공 신화` 못지않게 고시촌을 전전하며 숱하게 떨어지면서도 계속 도전하는 `고시 낭인`을 쏟아내 사회적 비용을 키운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 국민의 법률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변호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사법제도 개혁 논의가 시작되면서 사시는 미국식 로스쿨 제도에 역할을 넘기게 됐다.

한때 연간 1천명 이상의 합격자를 배출한 사시는 2009년부터 전국 로스쿨이 문을 열면서 단계적으로 축소됐다.

올해는 1차 시험이 열리지 않았고, 6월 치러진 마지막 2차 시험은 지난해 1차 합격자 중 2차에 불합격한 이들만 응시 대상으로 삼았다.

이렇게 사시는 종착지에 다다랐지만, 존폐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시 폐지를 반대하는 측은 비싼 학비에 `고스펙자`가 유리한 로스쿨이 부유층·권력층 자녀들에만 기회를 제공한다는 `그들만의 리그` 문제와 법조인·교수 자녀들이 로스쿨에 들어가 법조인이 되는 `음서제 논란` 등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다.

평균 2천만원 안팎의 비싼 학비 때문에 수험 준비와 학업 기간을 감당할 경제력이 없는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은 아예 입학이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3년 동안 다녀야 해서 각종 부대 비용까지 합하면 실제 감당할 비용은 더욱 많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역 로스쿨조차 해당 지역이 아닌 서울 출신이 대거 입학해 전국 각지에 법조인을 공급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결국,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지닌 법조인을 선발해 교육을 통해 양성·배출한다는 설립 취지가 왜곡돼 운영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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