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줌인]'페르소나 논 그라타'…금투협 회장은 누구에게 환영 받아야 하는가?

입력 2017-12-06 09:36   수정 2017-12-06 10:24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4일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를 언급하며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라틴어인 `페르소나 논 그라타`는 외교적 기피인물을 표현하는 외교언어다.



대사나 공사 등의 외교사절 중 특정 인물을 접수국 정부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때 선언할 수 있다.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 협약 제 9조에 따르면 접수국은 언제든지 그리고 이유를 설명할 필요 없이 공관장이나 기타 공관의 외교직원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이라고 통고, 즉 페르소나 논 그라타를 선언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금융투자협회장은 누구에게 환영 받아야 하나?



그렇다면 황영기 금투협회장은 누구에게 환영받지 못한 걸까?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그리고 선물회사 여기에 투자자문사 등 이른바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을 회원으로 거느린 이익 단체이다.



이들 회원사들은 자신들의 업무의 편의 또는 자본시장발전과 관련된 다양한 제도나 이권을 얻고 확대하기 위해 금융투자협회를 활용한다.



그리고 이 협회의 수장인 금투협회장은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앞장서 싸운다.



회원사들이 황영기 회장에게 페르소나 논 그라타를 선언한 것은 아니다.



황 회장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해외주식펀드 비과세 여기에 초대형IB 출범 등을 임기내 이끌어냈다.



더불어 증권사들의 기업 신용공여 한도 두 배 확대, 장외시장에서 비상장주식 거래 양도세 면제 등도 곧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업계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듣고, 이를 관철시켰다며 황 회장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외교관으로 치면 접수국이 이 외교관이 일을 잘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협회장 특정 대기업 출신이 맡는 것 적절치 않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얼마 전 금융권 협회장 인사와 관련해 "특정 대기업 출신이 협회 등 회장으로 선임된 경우가 많았는데, 다시는 그런 일이 나타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황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발언을 콕 집어 말하진 않았지만 "딱히 무슨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이 시대에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자신을 신자유주의자라고 말한다.



분배에 중점을 둔 따뜻한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이번 정부와는 `결이 다르다`고 표현했는데, 정책과 규제에 접근하는 출발점부터가 다르다는 말이었다.



이번 정부 출범후 7개월 동안 이 백발의 검투사는 많은 벽에 부딪혔던 것 같다.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증권사의 기업 신용공여 한도를 100%에서 200%로 늘리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문제될 것 없어보이는 건의사항조차 잘 통하지 않는 것을 보고 본인의 가치관과 현 정부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협회장 선거마다 불어닥치는 외풍 논란



이번 정부만의 일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권의 협회장들은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금융투자협회만은 예외였다.



이유는 은행권과 보험권 협회장들이 총회에서 단수 후보자를 올려 추대하고 회원사들이 이에 따르는 구조인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후보자 공모과정을 거쳐 검증 후 복수 후보를 올린 다음 회원사들의 비밀투표 방식으로 뽑기 때문이다.



더구나 투표권 가운데 60%는 1사 1표를 동등 배분하고 나머지 40%는 협회비 분담률에 따라 0.5~2.0% 가중치를 두고 분배하는 구조이다.



회원수는 56개 증권사와 169개의 자산운용사 여기에 5개 선물회사, 11개 신탁회사 등 240곳이 넘는다.



그러다보니 이른바 낙하산이 내려오기 어려운 구조이다.



황 회장은 내년 회장 선거 불출마를 밝힌 자리에서 "금융투자협회장은 다소 투명하지 않은 다른 협회장과 달리 공정하고 투명하게 뽑는다. 정책과 능력을 겸비한 후보자가 회원사들 신임을 얻어 회장이 되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 3일까지다.



차기 회장 선거는 이달말에서 내년 1월초까지 공모 절차를 거쳐 1월 중순께 회장후보자추천위원회에서 복수 후보자를 결정한 후 1월 마지막주에 회원들의 선거를 통해 결정된다.



내년 차기 회장 선거에 최종 후보에 다른 금융권 협회처럼 외풍 논란이 이는 인물이 올라 온다면 금융투자업계는 과연 투표를 통해 페르소나 논 그라타를 보여 줄 수 있을까?



내년 금융투자협회 선거가 기다려진다.


한국경제TV  증권부  유주안  기자

 jayou@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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