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소득 불평등 극단적 수준…방치하면 파국"

입력 2017-12-1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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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7년 동안 상위 0.1%인 700만 명의 부자가 가져간 세계의 부와 소득 증가분이 하위 50%인 38억 명에 돌아간 몫과 같다."

소득분배를 연구하는 각국 학자 100여 명이 참여한 네트워크인 `세계 부와 소득 데이터베이스`(WID.world)는 14일(현지시간) `세계의 불평등 보고서`를 펴냈다.

WID.world에 축적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를 비롯한 유명 경제학자 5명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갈수록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극단적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WID.world 창설 이후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14~15일 이틀간 첫 오프라인 학술회의를 열어 펴낸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상위 1%(7천600만 명) 밖에 안되는 부자가 1980~2016년 사이 늘어난 부 가운데 27%를 차지했다.

부자들 사이에도 `부익부` 현상이 심화됐다. 상위 0.1%(760만 명)가 차지한 부는 전체의 13%였고, 상위 0.001%(7만6천 명)가 전체의 4%를 가졌다.

이는 하위 50%와 상위 1% 사이 중간층에게 돌아간 부의 성장률은 0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미미한 수준임을 뜻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상위 10%가 상위 40%까지의 중산층을 포함한 나머지 90%를 계속 쥐어짠 셈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소득의 빈부 격차 수준은 이른바 후진국 또는 개도국이 가장 심하다. 2016년 국가소득에서 상위 10%의 몫은 중동이 61%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인도와 브라질(55%),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54%) 순이었다. 2차대전 이후 `평등 추진 정권`이 전혀 없었던 이들 나라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최악의 불평등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강대국이자 선진국이라고 자칭하는 미국과 캐나다(47%), 러시아(46%), 중국(41%) 등은 현재의 격차도 심하지만, 격차 확대 속도가 매우 빠르다. 미국의 경우 1980년엔 상위 1% 부자의 몫이 22%였으나 2014년엔 39%로 급증했다.

유럽에선 2016년 상위 10%의 몫이 37%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그동안 격차가 완만한 속도로 커져 왔다. 영국이 프랑스 등 대륙 국가에 비해 격차가 크다.

소득 불평등 확대의 원인은 여럿이고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부자들이 가진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의 가치가 폭등한 반면 세제 등 각종 정책도 부자들에게 유리하게운용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이에 따른 혜택은 부자들, 특히 상위 0.1%인 이른바 `슈퍼 부자`들이 가장 많이 누렸다.

예컨대 세계 최대부자인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의 보유 자산 가치는 지난해 330억 달러(약 36조 원)였으나 지금은 988억 달러(약 108조 원)다. 빌 게이츠를 포함한 세계 5대 부자들의 재산을 합하면 4천250억 달러(약 463조 원)다.

보고서 저자들은 "세계적으로 단합된 정치적 행동이 없으면 소득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로 가면 현재 세계 평균 20%인 상위 1% 부자의 소득 비중이 2050년엔 24%로 늘어나는 반면 하위 50%의 몫은 10%에서 9%로 더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불평등을 이대로 방치하면 정치·경제·사회적 파국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불평등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면서 정책과 제도를 통해 줄일 수 있고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누진적으로 소득세를 더 높이고, 불로소득인 자본이득 과세를 강화하고, 세계 부의 10분의 1이나 되는 조세회피 지역 자금 은닉을 차단하는 한편 임금을 인상하고, 공공교육 투자를 확대하는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분배 및 재분배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편, WID.world가 공개한 이번 보고서의 요약본에는 한국 상황은 담겨 있지 않고, 파리 학술회의에서도 한국인 학자의 연구결과 발표는 없었다.

다만 WID.world에 한국인 경제학자 2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홈페이지의 국가별 현황편에 2012년까지의 소득불평등 관련 자료가 일부 실려 있다.

이 인터액티브 그래프 자료에 따르면, 1996년 상위 부자 1%와 10%의 몫이 국가 전체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7.3%와 32.6%였으며, 2012년엔 12.3%와 44.2%로 줄곧 늘어나 미국 등에 못지 않게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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