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컨설팅 지식펜 대표 칼럼, 화재 참사와 재발의 메커니즘

입력 2018-02-08 10:52  



(주)지식펜 박원수 대표는 화재참사와 재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해왔다. 연구의 꽃 중의 꽃은 인과연구이다. 인과연구는 비판적 사고력, 분석적 사고력, 체계적 사고력 이상 3가지 사고능력을 필요로 한다.

제천에 이은 밀양 화재 참사, 그 후에도 크고 작은 화재 사고들 연발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연구를 해야 할까? 이번 칼럼은 인과적 궁금증을 지닌 분들을 위한 것이다.

연이어 발생하는 화재 참사를 두고 여야가 예방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사고 발생 직후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화재참사의 인과성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참사의 원인이 ‘정파성’ 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안전의식과 안전규제 제도의 미비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전 의식과 안전 제도에 있어서 여야 정책의 차이가 얼마나 있었겠는가?

“모든 제도는 희생자들의 피를 먹고 자란다.” 필자가 이 말을 처음 들었던 20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 제도가 공짜로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수많은 시민들이 희생을 먹고 자라났다.

최근까지 이어져 온 화재 참사의 제도적 공통점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화재 시 유독가스를 분출하는 재료가 사용되었다. 둘째, 비상탈출구나 스프링 쿨러와 같은 장비들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 셋째, 주로 사회적 약자들이 희생된다. 이런 화재참사의 특징들은 개선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후진국형 사고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몇 번의 유사한 화재사고에도 불구하고 왜 개선되지 않는가? 왜 좋은 제도는 사회적 희생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가? 좋은 제도는 반드시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먹고 자라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 중에 하나는 ‘이익 갈등설’ 이다. 그 예로 비민주주의로 혜택 받는 자들과 민주주의자를 원하는 자들 간의 관계를 이익 갈등 때문으로 본다. 미국 총기규제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들 간 대립도 이익 갈등으로 분석한다.

이익 갈등설로 이번 사건들을 분석하면 화재에 관하여 안전규제는 건물주들의 단기적 이익에 반한다. 건축물 불연재 사용, 비상탈출구 설치, 스프링 쿨러와 같은 방재설비, 안전공무원들의 잦은 화재점검에 순응 의무는 건물주들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요소들이다.

화재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건물주들을 제압하거나 설득하거나 둘 중 하나의 방법을 써야 한다. 그러나 전자는 권위주의 시절에나 가능한 방식이고 후자는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전국의 건축물들 다 고치려면 그 막대한 재원을 어디에서 충당할 것인가?

안전규제를 위한 재원은 결국 시민과 기업의 세금부담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나 세금부담은 ‘세금폭탄’ 이라는 말로 저항을 일으킨다. 건물주와 국민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안전을 강화할 묘책은 없을까? 사실 필자는 없다고 본다.

우리 사회 전체에 ‘돈 보다 생명이 먼저’ 라는 생각이 깃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생각이 사회적으로 깃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어야 생길 수 있는 고차원의 욕구이다.

또 하나의 이론은 사회 가치이론이다. 대표적으로 탈물질주의자들이나 생명존중과 같은 철학적 깊이가 강한 사회일수록 사회안전제도는 빨리 도입될 수 있다.

이를 확인해보고 싶은 연구자라면 ‘탈물질주의’ 와 ‘생명존중의식’ 에 관해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해 볼 것을 추천한다. World Value Survey와 같은 글로벌 차원의 데이터를 탐색해보기 바란다. OECD 국가들만이라도 이 패턴의 차이를 보여주는 연구도 좋다.

아울러 제도론적 입장에서 법제도의 미비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들 입장에서는 이번 밀양 화재 사건의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제도의 허점 하나가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즉, 최근 노인 장애인 시설 화재사건 이후 소방법이 시행령이 개선되었다. 면적과 무관하게 스프링 쿨러 설치를 의무화한 것이다.

그런데 일반병원은 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세종병원은 일반병원이다. 이 스프링 쿨러 의무설치 대상에서 왜 일반병원이 제외되었을까? 이것을 분석하고 보다 정교한 법제도 도입을 제안하는 연구도 좋다.

한편, 사회적 약자들이 희생되는 것은 ‘진화론’ 의 ‘적자 생존이론’ 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제천 화재참사의 경우도 여성들이 많았다. 이번 밀양 세종병원,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2014년) 경북 포항 노인요양시설도 모두 노인과 장애인들이었다.

이들의 희생은 열악한 화재나 재난 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능력이 낮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만의 현상인가? 어떤 국가는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이 덜한가? 국가의 어떤 요인들이 사회적 약자의 희생의 규모 차이를 초래하는가? 정치체제, 소득수준, 부패, 대중교육 등 꼬리를 달고 연구주제들이 이어진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고정호  기자

 jhkoh@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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