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세' 금사향은 누구? "위문공연 중 죽더라도…"

입력 2018-05-1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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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50년대를 대표하는 원로가수 금사향(본명 최영필)이 10일 오전 4시 15분께 별세했다. 향년 89세.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원로가수들의 모임인 거목회 이갑돈 명예회장은 "고인이 오늘 새벽 일산 요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며 "말씀은 잘하셨는데, 노령이어서 최근 식사를 못 하시고 링거에 의지했다"고 밝혔다.
1929년 평양 출생인 금사향은 상공부 섬유국에서 영문 타이피스트로 근무하던 1946년 주위의 권유로 조선 13도 전국 가수 선발대회에 참가해 1등을 하면서 가요계에 입문했다.
이후 `첫사랑`이란 곡으로 데뷔한 고인은 1948년 서울 중앙방송국(현 KBS) 전속 가수 1기생으로 활동했으며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님 계신 전선`과 `홍콩 아가씨`, `소녀의 꿈` 등의 대표곡을 발표했다. 금사향(琴絲響)은 `거문고를 울려서 나는 교향악`이란 뜻으로 작사가 고려성 선생이 지어준 예명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군예대에서 활동하며 최전방까지 위문 공연을 펼친 참전 연예인이다. `위문 공연 도중 죽더라도 국가에 보상을 받지 않겠다`는 일종의 각서인 `먹물 도장`을 찍고서 군의 사기를 위해 목숨 건 활동을 했다. 작은 체구였던 그는 국내 여자 가수 최초로 하이힐을 신고서 전장의 무대를 누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표곡 중 손로원이 작사하고 박시춘이 작곡한 `님 계신 전선`은 제주도 모슬포에 있던 육군 제1훈련소 군예대 활동 당시 1952년에 취입한 노래다.
또 다른 대표곡 `홍콩 아가씨`는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로 시작하는 곡으로, 피란 시절 부산에 설립된 도미도레코드사를 통해 1954년에 취입했다. 경쾌한 멜로디의 이 곡은 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아픔을 잊게 해준 노래였다.
고인은 한국전쟁 당시 위문 공연을 다닌 공훈을 인정받아 국가유공자로 선정됐으며, 이 공로로 2012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하면서도 근래까지 전국 곳곳의 무대에 올라 노래했다.
고인을 오랜 시간 조명해온 박성서 평론가는 "가장 어려웠던 한국전쟁 당시 군예대원으로 근무하며 군번 없는 용사로 활동하셨다"며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으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특히 고인이 자신이 기억하는 구전 가요를 육성으로 재현해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열심히 하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구전된 작자 미상의 노래부터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쳐 1960년대 궁핍했던 시절까지 우리 여인네들의 삶과 함께해 온 노래를 틈틈이 채록하셨다"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 중구 을지로6가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301호, 발인은 12일 오전 6시, 장지는 전북 임실 호국원이다. ☎ 02-2262-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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