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더 많이 살릴 수 있었다

입력 2018-05-1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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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충북경찰청 수사본부는 제천화재 참사 때 부실 대응 논란을 빚은 소방 지휘부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며 깊은 아쉬움을 내비쳤다.
경찰은 이날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 지휘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입건된 이상민 전 제천소방서장과 김종희 전 지휘조사팀장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면서 지난 25일 인명구조 상황을 재연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경찰은 희생자들이 몰려있던 2층 여성 사우나로 구조대가 신속히 진입했다는 가정하에 직접 구조하는 과정을 점검했다.
2층에서는 가장 많은 2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조 상황 재연은 구조 요청자들의 의식이 없었다는 전제하에 건물 비상계단을 통한 구조와 2층 냉탕 쪽 유리창 파괴를 통한 구조 등 2가지 경우로 나눠 진행됐다.
그 결과 비상계단을 거쳐 2층 비상구로 진입한 뒤 가장 가까운 구조 요청자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우고 탈출하는 데 걸린 시간은 4분 43초다.
냉탕 쪽 유리창 파괴 후 구조하는 데는 8분 53초가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소방합동조사단과 경찰 조사로 확인된 2층 희생자와 유족 간 마지막 전화통화 시간은 오후 4시 17분 44초다.
당시 김 전 팀장은 오후 3시 48분 화재 발생 후 12분 뒤에 오후 4시께 현장에 도착했다.
곧바로 구조 지휘가 이뤄졌더라면 두 가지 중 어떤 방법을 택했더라도 최소한 희생자 중 일부는 구조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희생자들의 마지막 전화통화 기록을 보면 최소한 오후 4시 11∼12분에는 의식이 있었을 것"이라며 "만약 김 전 팀장이 현장에 도착한 직후 비상계단을 통한 구조를 지시했다면 오후 4시 9분대 비상구 문을 열 수 있었을 것이고, 불빛과 소리로 탈출을 유도해 더 많은 인명을 구조하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의식을 잃은 뒤에도 3분 정도 생존이 가능하다는 학계의 의견을 토대로 보면 오후 4시 20분까지는 구조가 가능했을 텐데 실제 소방 구조대가 2층 유리창을 깨고 건물에 진입한 시간은 오후 4시 35분 이후"라고 부연했다.
구조 상황 재연 당시 김 전 팀장이 직접 참관했는데 냉탕 쪽 유리창 파괴를 통한 구조 때 동선에 대해서만 이의제기를 했을 뿐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런 구조 상황 재연 결과를 토대로 이 전 서장과 김 전 팀장이 2층 다수의 구조 요청자가 있었다는 것을 보고받고도 현장 상황 파악·전파, 구조 지시 등 최소한의 기본적 조치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이들의 신병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해 12월 21일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이와 관련 건물 관련자 6명, 건물감리자 2명, 건물 경매 관련자 1명, 소방 공무원 4명 등 모두 13명이 형사입건됐다.
이 가운데 건물주와 건물관리인, 경매 관련자 등 3명은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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